Prozac
| [ 슬픔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 ] 1999.5.16.AM 5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 인간 관계 따위는 믿지 않아.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의 진정한 공감이란 것도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공감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 뿐이야. 혼자서기엔 너무 나약하므로, 자신의 감정과 혼란을 타인과 함께 짊어져 보려는 거지. 너무도 당연한 말에는, 고개조차 끄덕여지지 않는 법이다. 그 때 내가 생각한 건,,, 지독히 건조한 표정으로, 혹은 아주 잠깐씩 흘리는 웃음으로, 그런 것쯤이야 이미 알아챈지 오래라고 얼굴에 씌여져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어 보이는’것조차 견딜 수 없다는 듯한, ‘너의 공감 따위는 필요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 이러한 달갑지 않은 내성을 지녀야만 버텨낼 수 있는 현실이었다. 며칠전, 게시판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 것도 같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비비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정확히 다섯번은 망설이다가 한 전화였다.) “언니,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저기… 무슨일 있어요?” “… 모, 회사 일도 그렇고, 개인적인 일도 좀 있었고…” “…… .” “넌 뭐하고 지냈어?” “예? 저야, 모… 잘 지냈죠.” . . .“… 비디오 모임 있으시죠? 서울 잘 다녀오세요.” 전화를 끊고 내가 생각한 건 – ‘두번 만난 사람의 예의’였다.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알고 싶었다. 아주 자세히. 난 내가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먹는, 테이블 가득 반찬이 나오는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적어도 ‘예의’를 생각하기 전까지는. 결국,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두번 만난 사람’으로서, 그런 질문들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뭐하고 지냈냐”는 친절한 질문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발견했고, 밤새 그 내용을 노트에 옮겨적었다’는 식의 나에게만 의미있는 그런 시시한 일들을 나열하는 것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 … 한번 만난 사람들 사이에는 ‘한번 만난 사람의 예의’라는 게, 두번 만난 사람들 사이에는 ‘두번 만난 사람의 예의’라는 게, 세번 만난 사람들 사이에는 ‘세번 만난 사람의 예의’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 현명해 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모두들 그렇게 말하지만, 나 또한 그렇게 믿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그만큼 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시간이, 언어가, 내게 보여지는 미소조차… 미더워지지가 않는다. 글쎄,,, 어쨌든, 난 조금은 더 자라야만 할 것 같다. 아직은 많이, (어쩌면 하나도) 현명해지지 않은 것 같으니까 말이다. 비디오 모임에 가고 싶다. 이름으로, 사진으로 이미 내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정말 보고 싶다. 하지만, 난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도무지 나란 인간 안에는 ‘용기’라고 부를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만약 내가 모임에 나가게 된다면, 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고, 아주 즐거운 듯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용기’나 ‘친화력’이 아닌, 이십여년간 녹아든 철저한 ‘껍질’에 불과할 뿐). 어쨌거나, 내가 ‘거짓말’에 가지는 비유할 수조차 없는 ‘애정’과, ‘거짓말 식구들’에 가지는 경건한 ‘경외심’이, 내가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용기’임을. Prozac을 꿈꾸는… Anti-Prozac. P.S. 솔직히 수년간 통신을 하면서, 게시판에 글(이를테면, 꼭 자기자신 만이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 혹은 지가 써놓고도 뭔 소리인지 모를 것 같은 – 난해한 글이나, 어느 한 사람을 겨냥한 메일 형식의 글 등등)을 올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자기 자신만이 알아들을 만한 글이라면, 차라리 일기장에 적거나, 그게 귀찮으면 그냥 자기 자신한테 조용히 말해주면 되는거고, 어느 한 사람을 겨냥한 글이라면 각종 메일, 소포, 꽃배달 서비스 등등 (-_-;)이 있지 않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알 것도 같다. ‘거짓말’에서의 ‘성우’처럼, 눈물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때에는, 슬픔이든 외로움이든 그리움이든, 무언가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때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렇게… 스며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코끼리 밥통 사건 ] 우울한 날이다… 이런 날에는 내가 아주 가끔씩 써먹는 ‘어설픈 Prozac’이 의외로 효과적일 수도 있다. 부디 성공적이기를 바라며… 일명 ‘코끼리 밥통 사건’은 ‘코끼리 전기밥통 사용기’가 아니라, 내가 국민 학교시절 (굳이 ‘신해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내가 다녔던건 정말 국민학교 였다. 증거자료인 졸업앨범도 있다. -_-;)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던 ‘코끼리 보온 도시락’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중에 돌맞을까봐 미리 밝혀두는데, 이 글은 ‘제목’과 ‘내용’이 얼마나 하등 관련이 없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나름대로의 ‘수작’이다. -_-;;;)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어이없는 사건의 감상포인트는 ‘코끼리 보온 도 시락’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나’란 인간의 인간성이랄 까… 모 대충 그런 것이다. (오직 예민한 사람만이 – 혹은, 나랑 비슷한 수준 의 인간성을 가진 동족(?)만이 – 보다 신랄하게 비웃어줄 수 있을 거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까, 사건은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 도시락이란걸 싸가던 날에 일어났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린 마음에 얼마나 들떠 있었을 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난 그 며칠전부터 엄마가 사다놓은 ‘코끼리 보온 도시락’을 가지고 코흘리개 시절에도 (건방지게시리) 유치하다고 거부하던 ‘소꿉장난질’을 하며 어서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래서 모든 사건에는 필연적인 원인이 존재한다고 하나보다.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밥통’에 대한 ‘집착’이 결국은… … 난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었다. 한손에는 자랑스러운 내 ‘코끼리 보온 도시락’이 한손에는 ‘실내화 주머니’가 있었다. (넘들은 ‘실내화 주머니’를 가방에 넣고 댕기더만, 난 그당시 왜 그 예쁘지도 않은 걸 덜렁덜렁 들고 다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 그것 역시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되었기에 어찌보면 필연적인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는데, (현관앞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가 내게 물었다. – 난 절대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 친구 : (아주 의아한 표정으로) ” **야, 너 근데 가방 어딨어? “ 나 : (얘가 지금 뭔소리를 하는거야..하는 표정으로) ” 가방? “ (그순간까지도 단순하기짝이 없는 나는 ‘코끼리 밥통’을 한번 흘깃 쳐다봤다. ‘가방’이라는 치명적인 말을 듣고도 내겐 ‘가방’조차도 ‘도시락 가방’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으므로 -_-) “가방 여기있…?” … 만약에 만화였다면 누가 (용량이 좀 딸리는 게 분명한) 내 머리를 이따만한 북으로 둥~둥~ 치는 장면을 그렸을 것이다. 등이 허전했다. . . . 난,,, 책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왜? 그 잘난 ‘코끼리 보온 도시락’을 챙기는데 정신이 팔려서.) 나 : (@@##$????$%!!!!한 표정으로) “안..안가져왔나봐…” -_-;;;;;; 여기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한 표정’에 있다. 난 울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았다. 누군가 머리를 꽝 내려치는 듯한 충격에도, 허전하기만 한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에 깜깜해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1살의 나는 순간적으로 (감히 ‘찰나’와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표정관리를 해냈던 것이다. … 아주 담담한 듯, 모,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니냐는 듯이. 3교시 국어시간. 이미 밝혀졌듯이 나 자신조차 미처 알고있지 못했던 나의 타고난 ‘음흉함’ 으로 난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혹시나 걸릴까봐 평소 보다 훨씬 더 모범적인 자세였다고 할까~ 짝의 노트 한장을 뜯어서 떡하니 책상위에 놓고, 역시 빌린 연필로 필기까지 열심히 해가면서 1교시, 2교시를 무사히 넘겼으며, 앞으로의 시간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라는 그런 깜찍한(?)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때였다. 안이한 삶은 늘 불의의 습격을 받는 법.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고, 앞문이 드르륵~소리와 함께 열렸다. (똑똑..이라는 좀 작은듯한 노크소리와 상대적으로 크게 들려왔던 드르륵~ 앞문 열리는 소리는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데 아주 극적으로 작용한 훌륭한 효과음이었다.) 담임 : ” 누구신지…? “ (황당한 딸을 둔 죄로 지금까지도 고생하시는 불쌍한) 울엄마 : ” 저기.. **엄마인데요, **이가 책가방을 놓고가서… “ 담임 : (매우 오묘하다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표정으로) ” 아..네…그랬 군요. **아, 너 책가방 안가져왔었니? “ 나 : ” … … “ 복도에서 울엄마와 담임이 뭐라뭐라 잠깐 얘기를 나누는 동안, 교실은 금세 왁자지껄해졌고, 그 소란 속에서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 때의 나에게 또다른 ‘표정관리’가 가능하게 만들어줬던 생각은, 책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아니라, 공부시간에, (쉬는 시간에 살짝 주고가면 될 것 아니냔 말이다..-_-;) 그것도 뒷문도 아닌 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수십명의 아이들과 담임이 말똥말똥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내가 실내화 주머니도, 도시락 가방도 아닌, 책가방을 빼놓고 왔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공포해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이었다. (황당하다, 눈치없다, 딸 생 각을 요만큼도 안한다.. 기타 등등). 울엄마와 얘기를 끝낸 담임은 문제의 책가방(-_-)을 들고 내게로 왔고, (청소하시다가 내 방 담요밑에서 학교간 딸의 책가방을 발견하시고서, 거의 기절직전까지 가셨다가 정신을 차려 허겁지겁 학교로 오셨던 울엄마는 창문 으로 날 한번 쳐다보시더니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에게 책가방을 주면서 나름대로 친절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이따가 좀 남아라. 선생님하고 얘기 좀 하자. “ ” 네…… “ 모, 담임하고의 일은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때 내가 느낀걸 이제와서 말로 정리하자면, 담임이 이례적으로 나에게 남으라고 해서까지 뭐라뭐라 했었던건, 그때 이미 싹이 보였던 나의 ‘문제성’에 대한 우려에서였다기보다는 3교시씩이나 되도 록 자기반 애가 책가방을 안가지고 온것을 몰랐다는 그런 자기자신의 직무유 기(?)에 대한 반발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또 한가지, 이따가 남아야 하는 일 같은건, 그 대상이 선생이든, 직장상사든 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두렵다거나 궁금하다거나 하지 않은 단지, ‘귀찮은’ 일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이것이 일명 ‘코끼리 밥통 사건’의 전모다. 혹자는 이게 다라고 말하면 그 내용의 황당함보다 그 썰렁함에 놀라다 못해 화가 나기도 하겠지만, 원래가 사건이란 사건 그 자체로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는 몇가지 교훈이 랄까… 모, 그런거에 더 관심을 두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교훈들을 일일히 다 열거하는 것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기에 몇몇 의문점만 적어두기로 한다. 그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표정관리’를 해낸, 나는 과연 어떤 인간으로 자랐을까? (… 아주 슬픈 말이지만, 그 달갑지않은 천성이 내 삶을 이토록 힘겹게 하는, 한없는 우울에 빠지게 하는, 누구의 표현대로 선물은 선물이되, ‘악의에 찬 선물’이었음을.) 그 때 학교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약 15분정도. 학교 현관에 도착하기까 지 왜 난 혼자였을까? 누구와 함께였다면 이런 사건같은건 일어나지도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난 두정거장 되는 남들 다 걸어다니는 그 길을 늘 버스를 애용했 었다. 대인관계 엉망에다가 게으르기까지???? -_-;;;;;;) 학교 현관에서 책가방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왜 표정관리를 하는 대신 재빨리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가져오라고 한다든가, 택시라도 잡아타고 집으로 되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책가방 없이 공부를 하느니 차라 리 지각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말도 안되는 변명 리스트 ] – 울엄마는 학교에 오기를 (내가 학교다니기 싫어하는 것보다도 더) 싫어 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비오는 날에도 한번도 학교에 오시지 않으셨을까. 난 비가 오면, 비를 맞았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건, 분명 내 잘못이었으므로. – 엄마에게 혼나는 것보다, 엄마가 알게되는 게 싫었다. 난 엄마가 책가방 을 발견하게 될지도,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걸 들고 학교로 오실 줄은 정말 몰랐고, 담임에게 걸리는 일 같은건 신경쓰지도 않았다. 걸려봤자 그깟일로 엄마를 부를리는 없을테니까. (아무리 형편없는 자식일지라도 자기 부모님 에게만큼은 자랑스러운 자식 이기를 바랄 것이다. 설사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수는 없을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하더라도.) – 공중 전화 사용법을 몰랐 거나 (-_-;확인할 길 없음. 확인하고 싶지않음)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몸에 익숙한 것 이외에 낯선것을 생각해 낼 수 있 었겠는가? – 택시???? 11살 짜리가 혼자서??? 지금이라면 몰라도 그때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결정적으루다가, 택시비가 있었을 것 같은가? – 지각??? 물론 안된다. 왜냐? 난, 결국 ‘개근상’을 탔다. ^^;;;; (그당시 결석은 커녕 지각이라도 하면 하늘이 두쪽나는 걸로 굳게 믿었던 나의 모범적인(?) 생활태도로 봐서 당연한 결과라고나 할까~) 자기 잘못을 자책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엄마를 원망했던 나의 태도. 그러한 삶의 대처방식과 나란 인간의 나약함과의 상관관계는? 끝으로, 개인적으로 한두가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그 일로, 엄마에게 혼난 기억이 없다는 거. 그 날, ‘코끼리 보온 도시락’을 먹은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거. 후후.. 어쨌든,,, ‘집착’의 대상은 이렇듯 흐르기 마련이라는 거. … 고로, ‘사랑’은 영원해도 ‘대상’은 영원하지 않다는 거. Prozac을 꿈꾸는… Anti-Prozac P.S. 그래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픽~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적어도, 지금의 나보다는 그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이었을 때가 훨씬더 행복했던 것 같고, 보다 큰 소리로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같다. 🙂 P.S. 나의 ‘어설픔’에 대한 고질적인 미련을 저주하며.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모임 ] (며칠전, 친구와의 통화) 친구 : “야, 너 이제 하이텔하고는 인연끊었냐?” 나 : “응.” (나도 모를 선선한 대답이 왠지 통쾌하게 느껴졌다.) 친구 : “너, 천리안에서 무슨 모임에 들었다더니 그거 때문이냐?” 나 : “응.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야.” 친구 : “뭐? 거짓말을 좋아한다구? 하하~ 거기 사람들은 그럼 거짓말 디따 잘하겠다..그지?” (부디.. 이 우매한 친구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_-;;;) 나 : ‘… 글쎄,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어쩌면… 그럴 지도 몰라.’ 사랑은 분명 진실한 거라고, 꼭 그래야만 하는 거라고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렇지 않았다. 사랑이 아닐 때에는, 사랑에서 서너걸음쯤 떨어져 있을 때에는, 난 무척이나 진실했던 것 같다. (한편으론 잔인하기도.) “나 많이 생각해봤는데… 널 사랑하지 않아, 헤어지자.” 그러나, 정작 사랑 안에서는, 그 한가운데에 서있던 나는, 단한번도 진실하지 못했다. . . . 그가 날 사랑한다고 꽤 긴시간이 흐른 후에 망설이며 말했을 때, 난 ‘난 니 사랑같은 건 믿지 않아.’라며 웃었다.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난 ‘집착’과 ‘소유욕’과 ‘유희’를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감정에 대입시키는데 모든 에너지를 탕진했다. 그를 사랑하게되면 될수록, 난 그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두려워 ‘너쯤은 내게있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를 잃게될까봐 두려울때마다, 난 습관처럼 ‘이별’을 말했다. (단지, 나의 ‘상상력’을 위해) 결국, ‘거짓말’을 하느라 지친 나만큼이나 그도 지쳐버린 걸까.. 그가 뒷모습을 보이려 머뭇거렸을 때, 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라는 불필요한 말까지 덧붙여서. 그가 떠난 일주일 후, 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누구나 다 그러듯이, ‘다 잊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술취한 밤에 아주 가끔씩 걸려오는 그의 전화엔, “난 잘 지내.” “너도 잘 지내지?” 라는 두마디 외에는 정말이지 아무런 할 말이 없다. Prozac을 꿈꾸는,,, Anti-Prozac. 난 개인적으로, 내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1998년 8월 16일을 기점으로,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관한 생각들, 즉, 나의 ‘본질’을 찾는 노력을 중단했고, 그동안 어렴풋이나마 찾아냈던 ‘본질’들을 잊어갔다. 지금의 나는,,, 그래서 아주 만족스럽다. 난 단지, 가끔은 ‘진지한 척’도 하는 ‘웃기는’ 인간일 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어느 부도난 담배 이야기 ] 몇년 전 소위 ‘짝사랑’이라는 걸 지독하게 치뤄내고 있었을 때, 난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다. . . .테이블 저 건너편의 그는 도대체가 희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로 담배만 피고 있었다. 맞은편의 나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는 내 얼굴같은건 쳐다보지도 않을테니 난 오히려 맘이 편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를 사랑한다는 걸 안 후로, 그는 입버릇처럼 27살까지만 살거라 말하며, 밥 한끼 먹지 않은 채로 매일 술을 마셨다. 난 그런 그를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런 걸 연민이라고 말하는 걸까 …? 기껏 연민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이렇게 송두리째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 정말 그가 27살 때 죽어버리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던 그 때, 담배는 내게 있어 ‘결핍’의 상징이었다. 온통 초콜릿 색에다 필터부분만 미색이었던, 시거향이 나던, 저절로 잘도 타들어 가는 여타의 것들과는 달리, 잠시 딴생각에 잠겨있다 보면 고집스 럽게도 이미 꺼져버린 후인, 그런 담배. 스웨덴 담배 ‘Point’. – 그가 피우던 담배였다. 내가 처음핀 담배였고. 담배맛도 모르는 나는, 오히려 담배연기가 싫던 나는, 그냥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듯 담배를 피웠다. 끊임없이 그를 생각하며, 가끔은 내가 왜 담배를 피고있는지를 생각하며. . . .몇년 후, 다시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빠졌을 때, 담배는 내게 있어 ‘기억’ ‘추억’의 상징이었다. 어느날 그에게 Point 1보루를 내밀며 말했다. “나라고 생각하고, 아껴서 피워.” 그 이후, 난 꼭 중독되기를 바라는 마약공급책처럼 그에게 담배를 사다 주었고, 내 어리석은 바램처럼 서서히 그 담배에도, 나에게도 중독되는 듯이 보였던 그를 보며 가슴이 저리던 그 시절의 담배는, 그와의 모든 기억들, 추억들의 매개체였고, 하나의 증거였다. 모든 것을 함께했던. 내가, 그가, 보지 못했던 그의 고통과 나의 아픔까지를 모두 봐버린. . . .“Point 한보루만 주세요.” “그거, 수입업자가 IMF로 부도나서 이제 안 들어와요.” “… 그럼, 이제 다시는 구할 수가 없는 건가요?” “글쎄요, 세상이 좋아지면, 다시 다른사람이 수입할지도 모르죠. 그냥 기다려보세요.” 조금은 무더웠던 날, 유일하게 한 곳에서만 팔던 나의 담배를 찾아갔던 나는, 그 후로도 30분은 서성이다 터벅터벅 뒤돌아왔다. . . . 이제 내게는, 어떠한 ‘결핍’도, 어떠한 ‘기억’도, ‘추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알다시피,,, ‘부도’가 나버렸으므로. … Prozac을 꿈꾸는,,, Anti-Prozac. 가끔은 담배가 의지가 되기도 한다는 말에 어두운 베란다 한구석에서 쪼그린 채 담배를 피는 성우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울고 싶지 않아서, 마음 아프기 싫어서, 성우와 준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때까지만, 꼭 그때까지만 보려고 빌려왔는데, 결국은 울고 말았다. 내 눈물이 값싼 자기연민 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조금… 더 슬펐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27살까지만 살거라던 너에게… ] 기억하니?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꼭 이맘 때였던 거. 6월 6일. 현충일이었잖아.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하필이면 그런 날. 영화번개에서 너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잊을 수는 없겠지. 넌 꽤 특별했으니까. 모두들 영화표를 사러, 음료수를 사러 가버린 후, 너랑 나랑 둘만 남았을 때조차 넌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서 만화책만 보고 있었지. 난 속으로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었지만, 영화 끝난 후의 술자리에서 내 바로 앞에 앉은 니가 날 보며 싱긋 웃었을 때… .. 난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비록 너의 마음이 내게 닿기까지는 그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지만. . . .이제는 정말 다 잊었지만, 이제는 너에 관한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이 한가지 기억만은 남기고 싶어. 어떠한 애착도 가질 수 없는 내 삶 속에서 그래도 가장 아름다웠었다고 믿고 있는, 그런 영상 한 컷 – 회사 근처 분수대앞 벤치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운 채로 날 기다리던 너의 모습. 너의 곁에 다가서고도, 눈을 감고 있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어느 삼류영화에서처럼 너의 그다지 길지않던 속눈썹에, 그리고 그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그런 생각에 괜시리 얼굴이 붉어져 가슴이 두근거리던 나의 모습. 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넌 그 때 눈을 감고 있었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널 떠나기로 한 나와의 몇 시간의 통화와 또 몇시간의 채팅 끝에 “그래서, 지금 너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는거니?” 라는 바보같은 말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넌, 행복하길 바란다는 차가운 내 마지막 인삿말만을 기억하겠지. . . .언젠가에는 너의 소식을 들었어. 내가 아는 누군가와 만난다는. 너무나 행복해보여서 나와 만날때랑은 전혀 다른 사람같다는. 그런 얘기를. 내게 왜 그런 얘기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했을까… 그 친구는. 아마도 널 떠난건 나였으니까, 난 아무렇지도 않을거라고, 상관없어 할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나봐.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 친구에게 고마워했어. ‘그래.. 그 애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에. 그리고, 이제는 너에 관한 어떠한 얘기도 들을 수가 없게 된 것 같아. 모두들, 내가 널 다 잊었을 거라고 믿나봐. 내가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것처럼. . . .이제, 꼭 반년이 남았구나. 27살까지만 살거라던 너의 27살의 한 해가. 하지만, 난 이제 널 걱정하지 않아.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널 떠났다고 미안해 하지도 않아. 그래도, 아무런 희망도 없이 술만 마시던 넌 나랑 만나면서 밥도 많이 먹고, 웃기도 했고, 가끔은 이런 행복의 끝이 두려워 둘이 울기도 했었잖아… 그 정도면 충분했던 것 아니었을까…? 널 떠난 나를 증오했든 저주했든, 어쨌든 지금의 넌, 한때 날 그렇게도 울게 만들던, 영원히 담배를 즐.길.수. 없게 만들어 버린 – 27살까지만 살거라던 너의 말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기억한다해도 ‘내가 왜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을까…’라며 웃어버릴 것만 같으니까. . . .이제 네게 행복하길 바란다는 인사는 하지 않을께. 내가 너를 떠남으로서, 아니, 네가 나를 떠나보내줌으로서, 넌 충분히 행복해졌을테니까. 다만, 부디… 건강하라는. 앞으로 반년동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꼭 건강해야 한다는. . . ... 너도 이제는 다른 담배를 피우겠구나… 조금은 더 행복한 얼굴로. 이 글과는 상관없이 살아갈 너에게,,, (이미 잊혀진 이름) LENTEUR. . . . 그런 옆모습을 사랑한다. 그런 공허한 눈길을 잊지 못한다. … I miss you. 순간의 영원함을 믿는,,, Prozac. .. 위의 글은 비록 짧았지만, 감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생각할 시간이 많았던 지난 며칠간의 여행 중, 가장 외로웠던 밤에 끄적여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날의 성우처럼, 술을 한 잔 마시고 (솔직히 오늘은 제가 좀 많이 취했습니다.),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별로 가늠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은…의 수준은 아닌 것 같군요… 후후.) 저는 평소에 이렇게 술취한 밤에 가장 생각이 나는 사람이 지금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저만의 불문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왜 그 사람이 자꾸만 생각나는건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 Anti-Prozac.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결코 권하고 싶지 않은 유희 ] … 아주 가끔씩 걸려오는 그의 전화에서 그는 많은 말들을 하지는 않는다. 늘 이런 식이다. 전화받은 사람이 나임을 확인한 뒤에는 늘 그래왔듯이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다. 달리 할 말이 있어서 건 것도 아닐테고, 어쩌면 단지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렇다기엔 그나 나나 너무 말을 아끼 고 있다. 물리적 거리와는 상관없이 대단한 우연이 아니고서는 다시는 서로를 볼 수 없을 것이 분명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하찮은 전화 한통으로 그와 나 사이에 질긴 생명력의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새삼스러운 인식을 하느라 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서로의 가슴 한구석에 박제와도 같이 존재하고 있는 그다지 치유 하고픈 생각이 없는 듯한 상채기의 새삼스러운 통증 때문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 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그가 내게 남기는 말은 언제나 이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매우 평범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잘 지내느냐”는 물음, 또 하나는 “요즘은 무슨 책 읽고 있어?”라는 물음.. 늘 그렇다. 난 매번 “잘 지낸다”는 똑같은 대답과 함께, 근래에 읽었던 몇권의 책들 중에 그가 좋아할 만한 것만을 꽤 고심하여 말한다. 한번도 확인한 적은 없지만 그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내가 말한 책들은 가까운 시일안에 그의 책꽂이 한구석을 차지할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 .그러니까, 그와 내가 약간은 특별한(?) 유희를 즐기게 된 것은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라는 책을, 도무지 내 취향과는 맞지않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 던 그의 책들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빌려 본 후부터였다. <밑줄 긋는 남자>는 ‘콩스팅스’라는 여자가 도서관에서 어떤 미지의 ‘밑줄 긋는 남자’의 안내대로 책들을 빌려보게 되면서 그에 대한 ‘상상’을 하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결국은 ‘현실의 사랑’에 안주하게 되긴하지만) 꽤나 지적이면서도 유쾌한 연애소설이었는데, 그에게 이 책을 돌려줄 때 나는 장난처럼 몇몇 곳에 뭉툭한 연 필로다가 밑줄을 그어놓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태연한 얼굴로 돌려주었고, 그때 부터 우리의 ‘유희’는 시작되었다. 가끔은 ‘?’로써 그의 생각을, 나의 생각을 묻기도 했고, 또 가끔은 ‘!’로써 그와 내가 공감하는 부분에 관한 공범의식(?)을 즐기기도 했다. 연필 특유의 흐릿함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그렇지 만 서로에겐 커다란 의미가 담겨있는 문구를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이란. . . .… 가급적이면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 때마다 난 전리품과도 같이 남겨진 ‘유희’의 흔적들을 찾아보곤 한다. … 그도 내가 남겨놓은, 이를테면 ‘에코’의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이나,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을 아주 가끔씩이라도 들춰볼까 하는 부질없는 궁금증 또한 내게 남겨져 있다. . . . < 경마장 가는 길 p.163 > – 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놓아 주지 않을까? … ‘거짓말’을 하느라 지쳐있었던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느라 나보다 더 지쳐 버린 그에게 빌려주었던 마지막 책에 그가 남긴 밑줄의 일부분이다. 지금의 내게 혹시라도 ‘후회’라는 것이 남아있다면,,, 왜 그를 사랑했을까…도, 왜 그에게 거짓말만을 했을까…도, 왜 그와 헤어졌을까…도, 아닐 것이다. 단지, <경마장 가는 길>이 그가 내게 빌려주었던 책이 아니라, 내가 그에게 빌려 준 책이었다는, 바로 그것 뿐이다. 만약 그의 책이었다면, ‘널 사랑해… 그래서, 도저히 놓아줄 수가 없었어…’라는 작은 메모를, 그가 매우 주의깊게 보지않는 한 찾을 수 없을 곳에나마 특유의 힘없는 글씨체로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럴텐데… . . .지금도 내 책꽂이 한구석 잘 보이지않는 곳에는 < 경마장 가는 길 >이 그의 밑줄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정말 결코 ‘권하고 싶지 않은’ 그런 ‘유희’였음을 경고하고 싶은, … Prozac.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집착 에 관하여 ] … 난, … 내가 그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라고 믿었다. … 내가 어쩌다가 그저 영화제목처럼 흔하디흔한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일 뿐이라고. . . .‘사랑’이라는 것에 꽤 심각하게 목말라져서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보고도 (그때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사랑’이 내자 신의 ‘노력’과는 무관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했다. 뭐든 내가 ‘진 심’으로 ‘노력’한다면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교과서적인 믿음이 존재했고, 그래도 그 덕분에 조금은 ‘희망적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도무지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허락되지가 않았을 때조차도,,, … 난 한번도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약 ‘사랑은 없다’라고 말하는 어떤 소수의, 어찌보면 무지 ‘현명해 보 이는’ 사람들의 말대로, 이 세상에 사랑이 없는거라면… 내가 바보같은 인간이라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다치고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남들이 보기에는 별 대수롭지도 않게 보 이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랑’때문에 그렇게도 아파하고, 혹은 ‘눈에 콩꺼풀이 씌었다’라는 원색적인 비아냥까지를 ‘니들은 잘 모를거 다..’라는 둘만의 암호를 눈빛으로 교환함으로써 순식간에 무색하게 만 들어 버리는, ‘착각’인지 ‘축복’ 인지조차 알지 못한채 ‘사랑’을 가졌 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우스워지는 것 같아서. … 이런 내게, 어느날 우연처럼 ‘사랑’이 왔고, … 난 기꺼이, 감사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는 그런 그녀를 그가 매일 마셔대는 술처럼 사랑하고,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무슨 심장병에도 걸린 사람처럼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시도때도없는 뜻모를 통증을 느꼈고, 하루종일 밥먹는 것, 물마시는 것조차 잊고서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에야…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문득 왜이렇 게 힘이 없을까…라는 혼잣말을 하며 늘상 그 일이 그일인 회사일인걸 뻔히 알면서도 너무 과로를 한 탓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다가 아무 래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작위적인 자기검열에 의해 결국은 날씨, 계절, 밤의 위력이라는 엉뚱한 곳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또 밤을 꼬박 지새우는 시간들 속에서… 난 한번도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했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래… 꽤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말이다. 비록 삼류처럼 흔하디 흔하고, 삼류답게 결말조차 뻔했던, 그래서 오히려 싱거워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었던 ‘첫사랑’ 치고는. . . .… 얼마전, 어떤 ‘친절한’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집착’을 하는 당신도 힘들겠지만… 사실은 그 ‘집착의 대상’이 더 힘든 것이 아니냐는. …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랑은 영원해도 대상은 영원하지 않다’라 는 말처럼 나의 ‘집착의 대상’은 영원하지 않을테니까. 애초부터 ‘집착’을 시작한 사람은 나였으니 그 ‘집착’의 끝 또한 온전한 내 몫일테니까. . . .늘 그 본질이 ‘집착’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로, 힘겨우면 힘겨워질수록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난 그저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일 뿐이라고, 그런 힘겨움이 ‘사랑의 본색’인 걸거라고, 이 모든 터무니없는 확신들을 단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으니,,, 처음부터 불행했던 건 늘… 내가 아니라 ‘그’였음을… 어처구니 없게도 이제서야, 어느 ‘친절한 사람’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알아버렸으니… … 난 이제라도,,, 그에게 미.안.하.다.고. , 내가 너무 바보같아서 잘 몰라서 그랬던 것 뿐이었다고, 그러니 용.서.해.달.라.고.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 Prozac. … 유카님, Prozac이 필요하시다구요? 원하신다면, 제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중독되기를 바라는’ 마약공급책처럼 누군가에게 담배를 사다주던 때처럼. 대신에, 수고비조로… 제게도 좀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나누듯이… Prozac도 나누어 먹는게 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혹시,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시범적 으로다가 일주일정도 ‘파출부’조로 부려먹을 만한) 인간 Prozac을 구해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보기보다는’ 요리도 잘하고, 깔끔한 편이며, 힘도 세다는걸 (이건 보신 바와 같이 -_-) 말씀드리고 싶군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구인 광고 ] … 1주년 모임 때, 잠시 제 테이블 앞자리에 놓여있었던, 앞뒤로 원수연 만화 ‘렛다이’가 끼워져 있었던 file의 소유주를 찾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면 제게 메모로라도 아이디를 남겨주기를 부탁드립니다. (혹시 이 file을 목격하신 분의 제보(?)도 환영합니다. 사례는 무얼 할거냐구요? 그건 제보의 정확성에 따라 따로 진지하게 협상하도록 하죠. ^^)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늦은 답장 – 유카 님께 ] Prozac … 미 제약회사 Eli Lilly & Co사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항우울제. 일종의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 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세로토닌은 뇌에서 나오는 물질로 신경세포가 다시 흡수함)의 재흡수를 억제해줌으로써 세로토닌의 농도를 증가시켜 활력을 찾아주는 일명 ‘Happy-Maker’. 위궤양 치료제, 고혈압 치료제와 함께 미국내 의사처방 약물 중 3-4 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997년에만 2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제약부 문 세계 상위 25대 거대품목, 2005년도 세계 상위 25대 예상품목의 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웅릴리에서 Prozac이라는 품명으로 판 매되고 있음. 정신쇠약, 우울증 치료 뿐 아니라 식욕억제제(특정인에게 심장판막 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은 받지못함), 자폐아 및 발달장 애아의 자해행동 치료, 발기부전 치료 등에 쓰이고 있음. 다량 복용시의 부작용으로는 불안, 불면증, 신경과민증, 졸음, 식욕 부진, 설사, 현기증, 두통, 발진 등을 들 수 있음. 단, 현재까지 ‘중독성’에 대한 특별한 보고는 없음. . . .제게 있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Prozac에는 당신이 우려하는(?) ‘중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 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당신이 ‘중독되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하는 어리석은 상상까지를 하게 만들었던 Prozac에는 당신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중독될 수 없을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Prozac 자체에도 ‘중독성’이 없는데, 하물며 공급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집착’이나 ‘중독성’을 가질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왠지 서운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어쩌면 그래서 보다 안심하고 Prozac과 타 협하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Prozac을 원하신다면… 기꺼이…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중독’될 가능성이 없기에 ‘집착의 대상’이 될 가능성 또한 없겠지만, 만약 그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쩌면 전 언젠가처럼 오히려 더 기뻐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집착’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터라 혹시라도 ‘집착 의 대상’이 된다고 한들 ‘집착’의 힘겨움을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것 만큼이나 나같은 인간이 고.맙.게.도. ‘집착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음 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그 ‘집착’이 아주 짧 은 시간동안 머물렀다가 흘러가버린다 할지라도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을 것도 같습니다. 허허로히 떠돌기에 너무 지쳐버린, 그래서 무 언가에 어.떤.식.으.로.라.도. ‘집착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으니까요. 참, ‘친절함’에 대해 궁금해하셨던가요…? 제가 생각했던 매우 편협한 의미의 그 ‘친절함’이란… ‘사랑’이라는 허울 속에서 그 실체가 단지 ‘집착’에 불과했다는 걸 나만큼이나 알지 못한 채로, 그저 그 ‘집착’이 끊어졌을 뿐임에도 불 구하고…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허망하게 등을 돌려버렸다는 절 망감에 빠져 괴로워하던, 그래서…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던… 그런 바보같은 ‘순진함’이 아닌,,,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힘겨움들이 ‘집착’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그래서 자신 또한 많이 힘겨웠을텐데도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었던, ‘사랑’이 라고 ‘착각하고 있는 체’ 해주었던… 그런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음’이 아닌,,, 니가 하고 있는 것이, 혹은 니가 하려고 하는 것이 ‘집착’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얼굴로, 그렇게나 잘 알고 있는 내가 너의 또다른 ‘집착의 대상’이 되어줄 것 같느냐..는 말 대신의 희미한 웃음으로, 설사 ‘집착의 대상’이 된다할지라도 그 맥없는 흘러감에 ‘상처’ 따위는 받지 않을 것임을… ‘친절히’ 알려주는… 그래서 ‘집착’을 채 시작하기도 전부터 날 힘겹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그 ‘친절함’으로 그 순간까지도 ‘착각하고’ 있던 내가 또 한번의, 또다른 ‘죄’를 짓지 않도록 해준,,, … 그런 의미에서의 ‘친절함’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다지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던가요…? 당신은 과연 어떤 의미의 ‘친절함’을 말씀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 다만, 부디… 저 개인적인 의미로서의 ‘친절함’은 갖추고 계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 Prozac. . . . 써놓고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고, 소중한 ‘거짓말’ 게시판이 이런 사사로운 글로 채워지는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으로, 유카님께 따로 메일로 보 내려고 하다가… 그러면 또 어쩌면 제게 꽤 특별한 ‘농담’을 하신 것 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 나 혼자만 너무 진지해지는 게 아닐까…하는 자괴감으로… 차라리 특별한 ‘농담’에 대한 ‘평범한’ 답장처럼 게시판 에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냥 올립니다. 익명게시판에 어떤 분이 ‘Prozac’의 의미에 대해서 물으셨기 때문에 그것 또한 하나의 변명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무책임한 생각 도 해봅니다. 다음부터는… 제가 메일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아이디를 알려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럴 일은 다시 없겠지만. … 이건 제 바램과도 같은 생각인데요, … 제가 만약에 제 3자였다면… 이런 식의 오고감을 꽤 ‘재밌어 했 을’ 것도 같은데… 이것조차 ‘착각’에 불과한 건지.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 친구의 메일 1 – ] . . . 오늘은 하루가 참 길다.. 잠을 자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깬다.. 잠들어 있고 싶은데…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람들 맘도 어쩔땐 이해안가는 부분이 참 많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잊지못하는 사람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산다.. 그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존경일 수도 있고.. 암튼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왜 유독 그사람이어야 할까… 그 많고 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 그사람이어야 할까.. 때론 잊을 수 없더라도.. 잊고 살아가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 한순간의 사랑이 아니라..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는데… . . . 왜 도를 닦으러 산으로 들어가는 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이 사회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는게 곧 수행인데.. 스트레스 하나 없는 산으로 올라가 도를 닦다니… 토요일날 친구랑 카페식 점집에 갔었다.. 성격하난 기가막히게 맞추더군. 나보고 뭐라는 줄 알아? 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음.. 겉으로 보기엔 유순해 보이지만 자존심 굉장히 세고.. 또… 혼자있는 거 좋아하고.. 단체생활 절대 못하고.. 간섭받는 거 싫어하고.. 관심없는덴 신경도 안쓰고.. 맘내켜야 행동하고.. 누구 지시받는 거 싫어하고.. 음..쓰고 보니 좋은점은 하나도 없군…. 아무튼 칼같이 맞추더군…. 다른 좋은 얘기도 해줘서… 난 그래도 좀 위안이 된듯한데.. 내친군 안가는게 나을 뻔했어.. 사주에 살이 꼈대.. 궁합도 봐줬는데.. 내년 6월에 결혼할 애보고 그 남자랑 헤어지래… 하지만.. 꼭 사주팔자대로 모든 사람들이 사는 건 아니니까.. 그사람말로는.. 결국은 사주대로 살아가게 된다고 하지만.. 간혹.. 아주 일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도 할테지.. 그 일부에 내가 낄수도 있고.. 그 친구가 낄수도 있는 거고.. 근데.. 나보고 스님이나 학자되야 한대… 혼자 지지리 궁상떠는.. 직업이 알맞댄다.. 지금은 어느정도 사회속에서 어울려 살아가지만 점점 나이들수록 속세(?)를 아주 멀리하게 될꺼라나… 그 친구랑 종로에서.. 한 11시쯤에 헤어졌나봐.. 근데.. 좀전에 전화왔었다.. 잘 들어갔냐고.. 헤어진지 거의 이틀만에 잘들어갔냐고 전활하다니…-_-; 어렸을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어른만 되면 뭐든지 할수있을만큼 세상은 만만해 보였는데… 근데 막상 그게 현실인 지금……. 세상의 벽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고… 오히려 두껍고도 높기만 하다… 꿈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쓸때가.. 그 꿈을 꾸고 있을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걸.. 난 너무 일찍 알아버린건가… 오르고 오르면 산꼭대기에 뭔가 있을꺼란 생각에 오르지만… 산정상에는.. 그 산을 오른 ‘자신’과 ‘상처’뿐이란걸… 사람들은 알까… 몇년후에….우리들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198*년도에, 중학교 2학년이었을때.. 우리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런 얘길 하곤 했는데.. 누군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고.. 이 대목에선 꼭 ‘징그럽다’고 몸서리 치는 얘가 한명씩은 있었지.. 그리고.. 그리고.. 모두들 직장이란델 다니겠지…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꿈꾸며..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남들이 알아챌까 혼자 부끄러워하며..자기 10년후의 모습에 설레기까지 했는데…. 그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좋은일만 있을것 같았는데…. 근데.. 이젠 알잖아… 세상엔 마냥 좋은일만 있을수 없다는거. 세상엔 비겁하고.. 약삭빠른 사람도 많고… 가고 싶지 않은 장소에 가야할때도 있고… 보기싫은 꼴을 봐야만 할때도 있고…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꿈꾸기가 마냥 즐거웠겠지… 나 지금 계속해서.. 리오스카의 ‘MY ROAD’란 음악 듣고 있다.. 내 길이라…. 사주팔자에 나온게 내 길이 아니라.. 내가 가는 길이 곧 내 길일테지?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 친구의 메일 2 – ] . . . 조용해서 좋다… 요즘 내가 바라는거 몇 개만 적어볼까… 어슴푸레한 새벽이 계속되면 좋겠고…. 이렇게 조용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깊이 잠들수 있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꿈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머리로는 이제 다 이해할 수 있다.. 머리로는.. 사람들 사는 방식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렇게 획일적으로 사는덴 아마 군대뿐이지 않을까.. 자기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자기방식대로 살기를 강요할 순 더욱더 없고.. 이제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할 것들이 많아졌다.. 그 선택에 책임지며 살기만 하면 되는데…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건 무슨뜻일까? 나… 아무말하지 않아도…. 어떤글… 어떤말도.. 전하지 않아도 맘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이런 터무니없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래. 아주 가끔.. 내 친구의 얘기를 모두 듣고 그 애의 맘을 이해해 준 것처럼.. 누군가 내 맘을 이해할 수 있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어쩔땐 나조차도 어떤 감정인지 알수없는 맘을.. 나 아닌 다른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건가…. 세상은 혼자와 혼자인 사람들의 모임일 뿐이야.. 내가 짊어질 짐을 선택하는 것도 나고.. 그 짐을 지고가야하는 것도 나다.. 그래 가끔 그 짐을 나눠지자며 나타나는 사람이 있겠지… 그 짐이 그애의 등에 얹혀있어도.. 그 짐의 주인은 난데…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곤 나혼자뿐이라면.. 첨부터 그랬다면 외로움이란걸 알까? 세상에 나란 인간은 하나뿐이지만..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게 세상이겠지.. 그래..더불어 사는게 사회니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도덕책에 그렇게 쓰여있잖아.. 그럼 그런가 보지 뭐.. 새벽엔..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도 같다.. 사물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는 것 같고.. 근데.. 아침이 되고.. 말을 하고.. 사람들 속에 있다보면.. 하루 전에 했던 생각들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잊지 않는다 해도.. 그 생각들 중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들은 하나 없어.. 잠자고 일어나면.. 어제랑 다를 바 없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같아.. 셋이서 한덩어리가 되서 날 괴롭히고 있어.. 17일, 정기적인 시스템 점검 (각종 ‘비밀 file’들을 각종 ‘요상한 이름의 file’들로 둔갑시키는 월중행사)을 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게된,,, 친구가 메일 형식으로 하이텔의 어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다. 다시 읽어보아도 너무 좋아서 (어쩌면 내 친구의 글이라서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 거짓말방 식구들도 나처럼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게시판에 올리려고 약간의 편집(이를테면 개인의 비리 에 관한 언급내용의 삭제조치 등등 -_-)을 해 놓았었는데… 마치.. 우연의 일치처럼 그 날 저녁 6시에 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천리안 거짓말 방에 갔다왔어… 난 니가… 글을… 올렸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어. … 왜… 말하지 않았니…?” “… …” “… 거짓말방에 가서 글을 다 읽고 나니까… 니가 왜 그렇게 거기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더라… 어쩜 다들 하나같이 그렇게 진지하던지… -_-;; (참고로, 내 친구는 순전히 겉으로만 모든 ‘진지함’을 거부하는 특이한 ‘날라리’라고나 할까). 좋은 글..이 참 많더라구. 내친김에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가봤어. 오늘은 하루종일.. ‘거짓말의 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루를 그렇게 보냈어.” … 그 날,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는 니가, 내 글을 읽고 나서..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처럼,,, 오늘… 나도… 니가 참 많이… 보고 싶다………… … Prozac. P.S. 혹시라도 내 친구가 이 글을 읽게된다면, 난 어쩌면 이런식의 보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거짓말방의 내 글이 하이텔의 어느 해괴한(?) 게시판에 무단으로 등록되어, 예를들면, ‘우스개란(유머란)’에 떡하니 올려 놓아… 철저히 소외와 외면을 받게 하는 것으로써 이중의 고통을 준다던가, 아니면, ‘Prozac의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가차 없이 올려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실제로 그날 저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쓰다보니 좋은 얘기는 하나없구 모두가 나의 비리에 관한 폭로성(–;) 르포가 된데다가 반도 안썼는데 7장이 넘어버려 결국은 쓰다가 포기했다는 기쁜(?) 소식이… 근데, 별 내용도 없이 쓸데없이 길게만 쓰는것도.. 집안내력..아니, 친구내력에.. 속하는 건지… -_-;;;) 날 거짓말방에서 매장시키 던가..하는 식의… 매우 독창적인 방식의 보복. –; 친구야… 내 맘 알지…? 부디.. 우리… 살아서,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절.대.로.해.서.는.안.되.는.일. ] …… 수백 수천년의 밤을 품에 안고 잠들면 이 안타까움도 없어질테지 이 몸을 쥐어 뜯는 사랑도 그리움도… 주체할 길 없는 그리움만이 넘쳐서 초조해하고 있어 나의 소원은 단 하나 뿐이다… 대체 언제쯤이면 우리는 능숙하게 상대를 안틀리고 사랑할 수 있는 걸까 …… < ‘천사금렵구’ 중에서 > . . . 어느날, 나는 나란 인간을 이런식으로 규정짓는데 어쩔 수 없이 동의해 야만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나름대로’ 완벽하게 한다.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은, 가능한한 ‘모른 체’하여 하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절대로’ 안한다. 그리고, 절.대.로.해.서.는.안.되.는.일.은. – 꼭.한.다. … 그리고는 늘 어.쩔.수.없.었.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기에… 후회도, 가책도, 미안함도 없다. 난 그저 조용히 ‘대가’를 치루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상처’ 따위를 굳이 내보이거나 혹은 나 스스로가 인식함으로써 자기연 민을 갖는 일 따위도 하지 않고. 그리고는 이렇듯 반복한다. 이런것쯤은 이미 익.숙.해.져.있.다.는.듯.이. . . .절.대.로.해.서.는.안.되.는.일… ? 이를테면, 이런 거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을 운명적인 ‘첫사랑’의 꽤 그럴듯한 대상으 로 삼아 지독히 사랑하고 (최근에 그것이 알량한 ‘사랑’이 아니라 매우 견고한 ‘집착’에 불과했음이 밝혀지긴 했지만, 적어도 그때는 ‘사랑’이 라고 믿었으니까.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결코 부정하고 싶지 는 않다.), 그 무심한 등만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여 결국은 이런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고서는,,, 보다 드라마틱한 결말을 원했었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그다지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던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뒷모습까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건방지게도 ‘영원’을 입에 담았던 ‘사랑’이 얼마나 하찮을 수 있는가를, 몰라도 좋았을 사람에게 강요하듯 깨닫게 만들어 준 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리 온 힘을 다해 노력해본다 할지라도, 도무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나만의 비뚤어진 기준인 ‘집착’의 대상이 되는 것) 될 것 같지 않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별 고 민없이, 매우 평온한 얼굴로, 마치 오랫동안 바래왔던 일인 것처럼 선택 하고,,, 어느 날 내가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정말 온 힘을 다해 노력해 본다 한들 그를 영원히 사랑할 수는 없음을 알아버리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으로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로, 언젠가는.. 언젠가는..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해 봐야지..하는 자기최면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나가는 일. 그래서, 나야 마땅히 내 몫의 대가를 치뤄내고 있을 뿐이지만, 이런 나 때문에 매우 부당하기 짝이없는 내 몫의 대가마저 짊어지고 있는 그를 바라만 봐야 하는 일. 그리고, 또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일. 과연 어떤 것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한 최선일까를 생각해보는 일조차 더럭 겁이 나는 일. 그런… 일상들. 한번도 나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나임에도, 그저 ‘그다 지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아주 가끔씩만 생각해보는 나임에도, 누군가에게 늘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준 일. 그래서 난 아무것도 너에게 원하지 않는다며, 그저 내게 기대고 싶은만 큼 기대라며 어깨를 내어주고는, 끊임없이 자학과 피학을 반복하는 것으 로서 삶의 의미를 찾던 나를 바라보다가 너무 지쳐버린 그가,,, 끝내는 처음부터 불행했던 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건, 니가 아니라 자기자신이었다며… 너에게는 가족도, 가정도, 애정관계에 있다는 친구들도, 하다못해 너의 품안에서 잠들 수 있는 강아지도 있는데, 난 도대체 무얼 가지고 있는 거냐고.. 너의 무엇을 가질 수 있는 거냐고.. 너의 ‘유일함’이 될 수 없고, 니가 가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음에 그저 만족해야 하는 거냐고… 그런 말들을 하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싶은 그에게 끝내는 그런 말을 하게 만들고 그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던 모질게 먼저 돌아설 때의 아픔마저 줘버린 일. 이것 역시 마땅히 내 몫이었어야 했던 건데. 그래야만 했던 건데. …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이런 내가 줄 수 있었던 가장 ‘순정한’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가졌음에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던.. 정말 불행했던 사람. 그래도.. 그때는 내가 가지고 싶어하던 정말 ‘유일한’, 너 없이는 살 수 없다…라는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마저 하게 만들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 미안해.. 정말… 고맙다는 말처럼 미안하다는 말… 정말 하고 싶지 않아하는 나이지만,,, 너에게는.. 정말… 미안해…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던 나…였기에… 너무 미안했어… 나… 그때는.. 정말 내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그렇게 믿었었어… 내가 가지고 싶었던 ‘유일함’이 바로 너였기에… 그저 너만을 생각했었지… 그냥… 그랬을 뿐이야. … 나… 용서하지…? . . .그리고… 지금은… 그리고… 지금은… 그리고… 지금은… 나… 또… 어떤… 절.대.로.해.서.는.안.되.는.일.을 시작하려 하는 건지… 아니, 이미 너무 많이 와버린 건 아닌건지… 정말 도대체 언제쯤이면 상.대.를.안.틀.리.고.사.랑.할.수. 있는건지… … 그래, 어.쩔.수.없.는.거.겠.지. 늘 그래왔듯이. … 그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체할 길 없는 그리움만이 넘쳐서 초조해하는 일’ 밖에는 없는거겠지. 어.쩔.수.없.이. 이.미.익.숙.해.져.있.는.일.일.테.니.까. …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매우 담담한 목소리로. … Prozac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예전에 다른 곳에 올렸던 글 들 중에서, 검열을 통과한 것들로만 ^^ ] 쿡~ 내가 너에게, 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사랑해… 라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몇 시간이나 되었을까…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려서 내겐 잠깐의 시간이었던 것 같았지만, 꽤 오랜 시간의 통화 끝에 지루해졌었는지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로 `나 좋아하냐 고 묻던 네게 `너 안좋아한다니까… 사랑한다니까.. 라고 또한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로 어설픈 고백을 했던 나이기에.. 그 어설픈 고백을 하면서도 너무나도 가슴이 뛰어서 차라리 큰소리로 웃어버렸던 나이기에.. 어쩌면 넌 하나도 놀라지 않을지도, 과연 얘가 짓궂은 농담을 하고 있는건지 아님 진짜 고백을 하고 있는건지를 살피려하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만약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면, 정말 나의 진심을 알아챘다면, 그 순간에 너는 정말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구 다른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게 누구였던지간에 다들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겠지… 내가… 너를…? 이런 내가, 감히… 너를…? 너를 처음 만나던 날,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를 처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날, 너무 가슴이 뛰었었지. 그래서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아버렸어. 내가… 정말 짝사랑에 빠진건가… 고등학교 이후로 늘 한번쯤 다시 해보고는 싶은데, 내가 너무 탁해져서, 세상에 적응이란걸 한답시구 너무 이기적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냥 어쩔 수 없이 접어두어야만 하는 철없는 시절의 꿈과도 같았던 짝사랑을… 정말 하게 된걸까…? 그런 사람을… 내게 다시 꿈을 꾸게 하는 그런 사람을… 나 정말 만난거야…? 했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나를 그럴 수 있게 만든 너를 만났다는 사실보다는, . . . . .내가 그 럴 수 있 다 는 사실이 더 신기했었는지도 몰라… 지금은 아니지만. 쿨의 `작은 기다림 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니가 중얼거렸던 게 생각나… 너를 그렇게 기다려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거라구. 난 속으로 네게 말했어. 난 널 그렇게 기다리고 싶진 않다구. 하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널 사랑할 수는 없고, 널 그렇게 기다려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난 널 그렇게…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꺼라구. 또 편지할게. 제목을 말야… 러브레터 라고 하려다가, 그냥너에게 라고 하기로 했어. 덜 노골적이기도 하고, `러브레터 라고 하면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영화 생각이 나서… 또 널 너무 그리워하게 될 것 같아서. 사실, 나… 지금도 좀, 아니 많이 힘들거든. 넌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 . .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비록 지금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직, 서로의 연락처만은 말그대로 영원히 서로에게 알려주기로 했던 약속만이 덩그 라니 남아 있는 채, 각자 적당한 순간에 꼭 적당한 만큼씩만 기억을 인출해보 는 사이로 전락(?)한게 분명하지만)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 이후로 시작되었던 결코 권하고 싶지 않은 유희 중에 이 책이 있었다. <모음사>에서 출판된 (지금은 절판된 상태이며, 한양문고…던가 거기서만 나 오고 있다. 번역자가 같고, 확인해본 결과 토시하나 틀린 게 없는데 왠지 다른 책처럼 느껴졌다. 그 나름의 이유야 물론 내게 있겠지만) 이 책 표지에는 소개 랍시구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분명 꽤 신경써서 쓴 카피 문구일텐데… 불 행히도 내 책에는 그 부분에 커다란 엑스표가 그어져 있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순결한 사랑 때문에 목놓아 우는 중년 남자의 고독. 슬픈 추억을 간직한 불행한 연인들의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 – 그는 바로 이 부분에 커다랗게 엑스표를 쳐놓고는 (그것도 볼펜으로, 꽤 선명하 게. 원래 대부분의 유희는 연필로 행해졌었는데 이 문구가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또 볼펜으로 꿈 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어 놓 았다.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고 해서 내가 어느정도는 무조건적이 되어버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이 이야기는 분명 사랑 이야기 가 아니라 꿈에 관한 이야기 처럼 보였다. 음…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소설에 관한 분석이나 감상… 모 이런 것들은 아니다. 원래 그럴만한 소양도 전무한 인간인데다가 또 그러한 분 석이나 감상의 나열을 싫어하기까지 하니 그런 이야기 같은건 하고 싶어져도 할 수가 없을거구 그러기에 난 이렇게 이런 식의 잡다한 이야기들만을 남길 수 있 을 것 같다. 내가 하루키에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감정들과 나만의 특별한 의 미와는 상관없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아무래도 히스테리아 시베 리아나 를 앓고 있는 (이미 앓았다면 죽어있어야 마땅하므로 앓고 있다… 혹 은 앓는 것 같다… 는 식으로 어느정도 발뺌을 해야만 하는거겠지… –;) 것같다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이다.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농부도 아닌 내가 왜 히스테리아 시베리 아나 를 앓고 있는 것 같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난 아주 오래전부터 홀로 밭을 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꿈 을 꾸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아주 일상적으로, 습관처럼 사 랑 을 꿈꾸면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만이 존 재하고 있는 그 곳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홀로 외로이 척박한 땅을 갈 고 있었던 거다. 기름진 땅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만족스러운 결실 같은 건 애 초부터 기대할 수도 없는 거였는데, 그저 내게 주어진게 이 곳이었으니, 다른 어느 곳으로 훌훌털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 한번 하지 못한 채로 묵묵히. 그저 내 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이것 뿐이라는 듯이. 그러다가, 어느 날 내 속에서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질러서, 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 가는 태 양을 매일매일 거듭해 보고 있는 사이에, 무언가가 죽어버렸다는 시베리아의 농 부처럼, 꽤나 노력해서 사랑의 대상을 찾고, 또 꽤나 노력해서 사랑을 하고,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영원한 건 없는거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허망한 뒷모습을 보이는 사랑을 이렇게 멍하니 바라보는 일을 거듭하는 사이에, 그렇게 뚝 끊어져 죽어버린 것이다. 이젠 사랑이 너무 하찮아져서 괭이를 내던지 듯, 꿈 을 내던져 버리고는 난 지금 태양의 서쪽 을 향해,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그렇게 걷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난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어디까지 나 상징적인 것 아니겠는가… 꿈 을 내던져버린 사람에게 한낱 갈증이, 허기가 느껴질 리가 없을테고, 이제와서 설사 무언가를 내 안에 억지로 들여놓 는다고해서 도무지 흡수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 . . 태양의 서쪽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데? 난 모르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 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것은 국경의 남쪽과 좀 다른 곳이에요. . . . 하지만 난, 태양의 서쪽을 향해 무엇에 홀린 듯이 걷고 있는 나는, 결국… 너 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너 가 있을지도 모르는 태양의 서쪽으로 가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하찮은 사랑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더 이상 꿈 만을 꾸고 싶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너를 향해 하염없이 걷는 일이겠지. 이렇게 줄곧 걷다가,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로 인해 끝내는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지라도.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예전 글에 붙여… ] ‘사랑’에 관한 최.소.한.의.예.의. 그래… 어쩌면 단지 ‘집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늘 그를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는 거라고, 지독한 사랑에 빠졌을 뿐이었다고 생각해왔지만, 내가 단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 감정을 또 다른 누군가는 망설임 없이 ‘집착’이었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진짜 너무나도 무료했던 공휴일 오후, 영화번개에 나갔다가 내 바로 앞자리에서 날 바라보며 싱긋 웃었던 그 순간에 사랑을 시작해버린 나는 그 사랑의 시작이 꽤 운명적이라 믿어왔지만, 실은 다른 이를 사랑하는 그의 쓸 쓸하고 자학적인 모습에서 단지 ‘연민’을 느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난 여전히 ‘사랑’이라고 말한다. 난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이라고. 그 본질이 ‘집착’이었든, ‘연민’이었든, 혹은 ‘소유욕’이었든, ‘감정의 유희’에 불과했든, ‘감정의 사치’였든… 난 그저 그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나에게는 그를 사랑할 만한 자격도, 그를 사랑할 만한 이유도, 그가 나를 사랑할 만한 자격도, 그가 나를 사랑할 만한 이유도, 없었지만… 아무런 자격도, 이유도 없었기에… 그 본질같은 건 단한번도 의심하지 않은 채로, 내가 그를 사랑했음을, 그도 나를 사랑했음을 믿었다. 그를 사랑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힘겨웠지만, 가끔은 이대로 그를 놓아주는게 그를 위한 나의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나나 그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지극히 세속적인 관점에서), 내가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는지, 그가 왜 이런 나를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못해 문득문득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했었지만, 난 다만, 그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적어도 ‘사랑’은 이런거라고, 이래야한다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럴 거라고… 아주 가끔씩만 생각 해보았을 뿐. . . .누구나 다 ‘사랑’을 말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의미로 ‘사랑’을 말해버려 이제는 너무 흔해 져버린 것도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은 우리의 삶(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는)에 있어서, 그 삶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관통하는 ‘존재이유’가 되고 있을거라 믿고 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기에… ‘사랑’에 관한 최소한의 ‘예의’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 .… 난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여전히 사랑할 자격도, 이유도 없는 채로, 그 본질을 알지 못한 채, 아니 가늠하려 하지 않은 채로, 내 영혼을 잠식해가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이 사랑의 시작이 무엇때문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정말 ‘사랑’인지조차 단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니, 의심하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 이 모든 가늠으로, 의심으로, 생각들로, 혹시라도 이 ‘사랑’이 불순해질 것이 두려웠기에. . . . 그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영원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만큼 또 두려워지는 이 사랑이 끊어진 후에는, 또 어쩌면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이 마음이 과연 온전한 ‘사랑’이었는 지를 가늠하려 들지도,(‘사랑’이 어떠한 하나의 기준으로 결코 정의내려질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기에, 자신만의 편협한 기준으로 그저 ‘그랬었다’라고 ‘생 각해버리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과연 네가 나를 진정 사랑했던 것이었을까에 관한 새삼스러운 의문을 가질지 도, 결코 쉽게 정의될 수 없는 감정들을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어질지도, 내가 너를 사랑했던 이유를, 네가 나를 사랑했던 이유 같은걸 알고 싶어질지 도, 바램과는 상관없이 사랑의 뒷모습을 아프게 인식하면서 결코 영원할 수 없음 의 이유에 관한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또 결국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것이긴 하지만) 너를 위해서, 혹은 나를 위해 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난 아마도, 아니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너무 흔해져버렸다고 해서, 계절처럼 그렇게 가버리고 또다시 찾아온다고 해서, 비록 그 간절함과 허망함의 반복적인 교차로 인해 가끔은 사랑이 하찮게 느 껴진다 할지라도, ‘사랑’을 나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그토록 쉽게 말하고,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싶지는 않기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저 사랑만을 했을 뿐인, ‘나’에 대한… 나를 버리고 싶을 정도로 간절히 사랑하는 ‘너’에 대한…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아주 바보스러운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존재이유’이자 ‘절대가치’인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예.의…라고 믿고 있기에. … Prozac. P.S. 요즘 들어 ‘ 자기가 한 말에 자신이 갇히게 된다’는 말에 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그 때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든 (‘동정’이었든 ‘연민’이었든, 아니면 단순한 ‘쾌락’이나 ‘유희’–;에 불과했든) 우리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간들은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하고 마는 것이다. 단지, ‘사랑’이 정의내려지기 어렵다거나, 너무 복잡 미묘한 문제라거나, 혹은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거라던가’ 내지는 ‘적어도 그때는 그랬었다’라는 자기합리화를 방패삼아. 물론 그렇겠지… ‘사랑’을 함부로 말했다고 해서, 단지 자기가 한 말에 자신이 갇히게 되어 그 말이나 선택의 노예가 되는 건 어쩌면 더더욱 ‘예의’에 어긋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또한, 슬프게도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아버렸다면… (더군다나 – 이제와서 새삼 정리해보고자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인지 아니었는지에 관한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마저 불가능한 상태라면 더더욱) 적어도 조용히 침묵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 때는 그러했을, 사랑을 말하던 ‘나’에 대한… 그 본질이 어떠했건, 지금의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건, 적어도 그 때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거라고 믿었을 ‘그 사람’에 대한… 그리고, 내가 너무나도 함부로 말해버린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예.의…로써.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예전 글 ] ‘집착’에 관하여 … 난, … 내가 그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라고 믿었다. … 내가 어쩌다가 그저 영화제목처럼 흔하디흔한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일 뿐이라고. . . . ‘사랑’이라는 것에 꽤 심각하게 목말라져서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보고도 (그때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사랑’이 내자 신의 ‘노력’과는 무관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했다. 뭐든 내가 ‘진 심’으로 ‘노력’한다면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교과서적인 믿음이 존재했고, 그래도 그 덕분에 조금은 ‘희망적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도무지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허락되지가 않았을 때조차도,,, … 난 한번도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약 ‘사랑은 없다’라고 말하는 어떤 소수의, 어찌보면 무지 ‘현명해 보이는’ 사람들의 말대로, 이 세상에 사랑이 없는거라면… 내가 바보같은 인간이라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다치고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남들이 보기에는 별 대수롭지도 않게 보 이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랑’때문에 그렇게도 아파하고, 혹은 ‘눈에 콩꺼풀이 씌었다’라는 원색적인 비아냥까지를 ‘니들은 잘 모를거 다..’라는 둘만의 암호를 눈빛으로 교환함으로써 순식간에 무색하게 만 들어 버리는, ‘착각’인지 ‘축복’ 인지조차 알지 못한채 ‘사랑’을 가졌 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우스워지는 것 같아서. … 이런 내게, 어느날 우연처럼 ‘사랑’이 왔고, … 난 기꺼이, 감사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는 그런 그녀를 그가 매일 마셔대는 술처럼 사랑하고,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무슨 심장병에도 걸린 사람처럼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시도때도없는 뜻모를 통증을 느꼈고, 하루종일 밥먹는 것, 물마시는 것조차 잊고서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에야…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문득 왜이렇 게 힘이 없을까…라는 혼잣말을 하며 늘상 그 일이 그일인 회사일인걸 뻔히 알면서도 너무 과로를 한 탓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다가 아무 래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작위적인 자기검열에 의해 결국은 날씨, 계절, 밤의 위력이라는 엉뚱한 곳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또 밤을 꼬박 지새우는 시간들 속에서… 난 한번도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했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래… 꽤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말이다. 비록 삼류처럼 흔하디 흔하고, 삼류답게 결말조차 뻔했던, 그래서 오히려 싱거워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었던 ‘첫사랑’ 치고는. . . .… 얼마전, 어떤 ‘친절한’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집착’을 하는 당신도 힘들겠지만… 사실은 그 ‘집착의 대상’이 더 힘든 것이 아니냐는. …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주 ‘정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랑은 영원해도 대상은 영원하지 않다’라 는 말처럼 나의 ‘집착의 대상’은 영원하지 않을테니까. 애초부터 ‘집착’을 시작한 사람은 나였으니 그 ‘집착’의 끝 또한 온전한 내 몫일테니까. . . .늘 그 본질이 ‘집착’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로, 힘겨우면 힘겨워질수록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난 그저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일 뿐이라고, 그런 힘겨움이 ‘사랑의 본색’인 걸거라고, 이 모든 터무니없는 확신들을 단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으니,,, 처음부터 불행했던 건 늘… 내가 아니라 ‘그’였음을… 어처구니 없게도 이제서야, 어느 ‘친절한 사람’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알아버렸으니… … 난 이제라도,,, 그에게 미.안.하.다.고. , 내가 너무 바보같아서 잘 몰라서 그랬던 것 뿐이었다고, 그러니 용.서.해.달.라.고.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 Prozac.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영화 얘기 없는, 영화번팅 후기 ] 언제나 누구든 단한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있어서, 어제와 같 이 스물몇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 자체가 내게는 충분히 고통스러웠 고, 더구나 단 몇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들 과 함께 내내 부유하고 있었던 내 마음을 적어내려하는 건 어쩌면 내게 있어 서 매우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한 담담하게, 이젠 나자신조차 가끔씩 속아넘어갈 정도로 잘 훈련됐다고 믿고있는 내 의례적인 웃음처럼, 소위 ‘후기’라는 걸 적고자 한 다. 그래도, 그나마 마음 속에 품고있는 말을 한마디만 한다면, 결코 스치고 싶지 않은 몇몇의 (‘몇몇’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교란작전(?)정도로 해석하면 될테 지만) ‘누군가’에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열었었고, 어쩔 수 없는 자기방어로 결국은 이렇듯 다시 닫아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런 짧은 순 간의 설레임들이 나를 부유하게 만드는 유일함임을. 발리솔 언니와 피자헛에 들어서자마자 라이님의 분주한 모습이 보였고, 뵐 때마다 놀라움을 지나쳐 신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 열성과 끊임없는 이야 기(그것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서 볼 때에는 꽤 용기를 가져야만 할 것 같은 속깊은(?) 이야기들을)에 여전히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늘 주위를 의식하고 혼자 어색해하는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았고, 진심으로 그 불운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은 ‘ 쿠니’님과 그 친구분(이름은 잘 모르지만, 다른 모든 것들은 다 기억합니다.) 이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이후로는 줄곧 썰렁함과 어이없는 웃음들의 반복이 –;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주위가 무지 산만한 (두리번거리면서 아는 분들 얼굴 확인하랴, 인사하랴, 틈 틈히 오는 전화 받으랴, 전화안해주면 섭섭해할거라면서 전화 해주랴…) 발리 솔 언니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계속 따로 놀고, 멀뚱멀뚱 제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명은… 꽤 오랜 침묵의 시간 끝 에 “우리 테이블만 말안하고 있다”는 ‘쿠니’님 친구분의 허탈한 말씀에 자극 받은 내 “테이블 배정에 불만이 있으시더라도, 뭐 어쩌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거 팔자려니 생각하시고 말씀을 나누도록 하죠.”라는 말을 시작으로 썰렁 하나마 대화를 시작했다. (솔직히 대화라기 보다는 ‘심문’이나 ‘취조’가 어울 릴만한 분위기였음을 인정한다. 내내 나혼자 물어보고 두 분은 나름대로 열 심히 답변만을 해주셨기 때문에 ^^) 나우누리의 여성모임 내에 있는 영화 소모임에서 활동하신다는 두 분 중 영 화연출 (연극영화과에 다니신다길래 전 진심으로 “탤런트 되시려구요? 아님 영화배우 되시려구요?”라고 물었던 거랍니다. 연출.. 그거 잘 안 어울립니다. ^^)을 공부하신다는, 정말 몸은 몰라도^^ 얼굴은 새내기 같았던 귀여운 분. TV에서 거짓말 홈페이지와 통신모임이 있다는 걸 보고 참 ‘희한한게 다 있 네’하셨다는. 눈을 거의 맞춰보지 못했을 정도로 내내 다른 테이블을 열심히 보고 계셨었 는데 (주문한 피자가 나온 후에 또다른 놀랄만한 집중력을 보이시기 전까진 ^^) 그 시선을 의식할때마다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오신 분들이기에 글을 읽고, 만나고 싶었던 분들도 계셨을텐데.. 어쩌다가 자 리배치가 잘못되는 바람에… 괜히 미안해지고 불편해지는 기분도 싫었지만 ‘ 쿠니’님의 질문대로 인터넷과 천리안으로 (어떤 의미로든) 양분되어 있는 거 짓말 모임의 풀리지않는 딜레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싫었다. 어떠셨는지… 직접 만나보시니 정말 희한한 모임의 희한한 사람들이던가요…? 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부디… 조금이라도 희한해 하셨으면 했는데. 영화관 람 후에 두 분 다 사라지셔서 정말 많이 섭섭했어요. 오늘의 불운(–;)으로 불행히도 희한한 점을 발견하시지 못했다면 다음 모임에 꼭 나오셔서 발견하 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음.. 느낌이 참 새로웠던(?) 환경공학을 공부하신다는 ‘쿠니’님. 한동안 거짓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질 못해서 글을 못 읽었었는데, 어제 (날 짜상으로는 오늘이지만. 새벽 3시쯤이었으니까) 집에 와서 글을 읽고서는 정 말 후회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랬다. 특히 ‘기대’라는 글을 읽고서. 쿠니님… 제가 파벌, 붕당 운운했던 말씀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사람사이란게 다 그 런거잖아요. 어떤 형식으로든, 같은 울타리 내에서 얽혀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느낌으로 같은 마음일 수는 없는 거겠죠. 마음이 닿고 싶어하는 사람들 끼리는 아무런 공통점 없이도 닿을 수 있는걸테고,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 는 사람들끼리는 또 그만큼의 거리가 있는걸테고… 하지만 이 말씀을 덧붙였어야 했던건데…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것 같아서 그 만 지나쳐버리고 말았네요. 인터넷을 통해서 거짓말을 알았든, 천리안을 통해 서 거짓말을 알았든, ‘거짓말’과 ‘노희경 작가님’에게 가지는 저마다의 특별 하고 소중한 의미들은 결국 한 곳으로 흐르고 있을 거라는. 한 곳으로 흐르 고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필연적으로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거라 는걸. 단지,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못하느냐 내지는 인식하고 싶어하느냐, 인식하고 싶지않아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 또한. 발리솔 언니,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저 피자 3조각이 아니라 2조각 먹었습니다. 고자질하려 는 건 아니지만, 3조각 먹은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요~ (그렇다고 3조각 먹으 신 분.. 찔려하실 필요는 없답니당. 기름 뺀 건데두 질린다면서 억지로 드셨 던거… 맞지요? ^^) 그리구, ‘쿠니’님이 분명히 몇 살처럼 보이냐는 언니의 반강제적인 질문에 (내가 보기에는 정말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는, 할 수 없이 대답하는 듯 이 보였던 ^^) 서른 ‘한두살’이 아니라 삼십대 초반, 서른 ‘두살’쯤…이라고 대답했으며 그 말에 “언니, 서른 두살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한 서른 네다 섯쯤으로 보인다는 말이네”라고 내가 말하자 ‘쿠니’님과 그 친구분이 비교적 큰 소리 로 웃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그래도 언니… 말안해도 아시겠지요… 보고싶어서 일부러 서울에 왔고, 정말 고마운 마음에 사드리고 싶어서 점심 사드린거였고, 말과는 달리 놀라운 사 교성을 가지고 있다는 내가 그런식의 사교성(?)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건 모 두가 언니가 내 곁에(‘팬 관리’를 한답시고 번번히 날 버리고 가버리긴 했었 지만서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 서울역에서 헤어질 때… 나 정말 섭섭한 얼 굴… 아니었던가요…? 마음이 참 그랬었는데… 바뀐 다음에는 처음가본 중앙씨네마… 취생몽사님이 많이 수고해주셨는데 인 사도 제대로 못하고… (제대로 정도가 아니라 전혀 못했지만 –;) ‘자귀모’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정말 얘기할 말도 없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 다. 굳이 한마디를 하라고 한다면…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선현들의 말씀이 떠올랐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다고 나 할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틈틈히 웃어주고 또 틈틈히 울어주는 사람들을 의식했고, 왼쪽에 앉은 발리솔 언니의 눈물을 닦아내는 어색한 손 동작과, 오른쪽에 앉은 문헌정보님이 후반 장면 내내 눈가에서 손을 내리지 못하는 걸 끊임없이 인식하면서… 그 가운데에 이방인처럼 앉아있는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을까…를 생각하다가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 우습게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발리솔 언니가 물었다. “너,졸았지?” “졸지는 않았어요. 다만 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죠.” … 그리웠다. 사랑이. … 단지, 그것 뿐. 영화가 끝난 후, 로얄 호텔에서의 술자리 역시 테이블 배치상 불운했던 분들 이 계신듯 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간간히 반대쪽에서 들 려오는 웃음소리와 멀어서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는 얘기들의 울림을 들으면 서, 기꺼이 내 옆에 앉아주신 pherix27님과 그 옆의 류지영님, 앞쪽에 앉아 계셨던 demmi님, 10시쯤 자리에서 일어나신 보미님과 늘 나를 배신하고 – 나를 제외하면 정말 있기는 있는건지조차 의심스러운 – 팬관리차 떠나는 발 리솔 언니와 생맥주 잔을 부딪히면서..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졌던 것도 같다.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느끼면서, 또 슬며시 닫으면서. pherix27님…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음이, 생각들이 좀 쌓이고 나면. 그때까지 읽어봐야할 것도 많고, 생각나는 것들을 열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랑이 부담스러워지 는 것에 관해, 미워할까봐.. 화도 내지 못했다는 슬픔에 관해. 류지영님… 한마디로 상쾌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스타일도 이미지도 말투도. 제가 나름대로 노골적으로(–;) ‘예쁜 얼굴이 잘 안 보인다’며 함께 이야기하고 싶 다는 뜻을 비췄건만… 늘 그렇듯이 아쉬운만큼 꼭 그만큼의 희망도 함께 남 는 것이겠지요. demmi님… demmi님 글을 미리 읽지 못한 채 만나뵙게 된 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덕 분에 많은 말들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 자주 눈이 마주치지 않았나 하 는 생각이 드는데… 단지 자리 탓만은 아니었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낯을 가 린다며 조용히 맥주를 원샷하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계속 술 따라 드린거… 아시죠? 보미님… 처음부터 광주에서 오신 탓에 인상이 깊었지만, 중앙극장 화장실(^^)에서의 역사적인 만남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셨죠. “광주에서 왔다고. 11시차 타고 내려간다고. 언제볼지 모르니까 내 얼굴 잘 봐두라고.” 생각같아서는 “지두 대전에서 올라 왔는디유~”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디 광주에서 오신 분 앞에서 명함이나 내밀 수 있었겠습니까… 그 말씀 때문에라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 모임에서 자주 뵐 수 있 었으면 하지만, 거리도 거리니만큼 쉬운 일은 아니시겠지요. 참고로, 광주에 서 대전은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는 걸 왠지 말씀드리고 싶군요. ^^ 문헌정보님… 처음 피자헛에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발리솔 언니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 다. “문헌정보님 정말 너무 예뻐졌네…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 같아… 내부적 으로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두달만에 저렇게 다른 느낌이 들 수 있을까…” 늘 멀리 떨어져만 있어서 한번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는데, 피자 헛에서 중앙극장으로 걷는동안 짧게나마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왜그렇게 따뜻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지, 눈물을 흘릴 수 있는지, 사랑을 기다 리긴하지만, 지금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건지…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제 글과 저에 대한 느낌이 일치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셨던가요.. 어떤 의미셨 는지는 잘 몰랐지만, 전… 문헌정보님의 글과 개인적인 느낌이 일치되는 그 조화로움이 참 좋았습니다. 정안남일님… (절대 ‘안일한 남자’가 아니시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는 농담으 로라도 안일남씨라고 안부르기로 했답니다. ^^) 일단,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네잎클로버… 감사드립니다. 발리솔 언니에게 선물하신 열매모양의 방향제와 문헌정보님에게 선물하신 <좋은 생각>도 참 인상적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집에 돌아와서 예전에 정안남일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무늬만 팬레터–;였던 메일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과연 어느대목에서 화를 냈어야, 불쾌해했 어야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죠. 하지만 다시 읽어봐도 잘 모르겠군요. 제가 너무 마음이 넓은건지, 아니면 너무 무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가장 모르겠는건 왜 자꾸만 남일님이 제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식으로 말씀하시 는지에 관해서입니다. 설마 남일님의 후기에서 받은 느낌에서처럼 남일님은 남일님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팬’과 ‘미운털’로 양분해서 생각하시는건 아 니시겠지요. 능력 밖이라는 식의 생각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차라리 애초 부터 기대가 없었다는 게 그나마 더 그럴듯한 게 아닐런지. 처음부터 저를 그다지 보고싶어하지 않으셨었고, ‘미운털’이 박혔다는 혼자만의 확신에도 그 다지 섭하지 않으시다는 남일님의 말씀에서 매우 견고한 거리감을 느꼈습니 다. 친해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이미 잘 아시 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보내달라고 해주신거… 별것도 아닌 글을 새삼 보내주고 말 고할게 쑥스러워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었지만 이런면에 있어서는 무지 단 순한 저로서는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섭한’ 마음이 드신다거나, ‘능력 밖’이라거나 하는 생각이 달라지신다면 말씀해 주세요. 기 쁜 마음으로 기꺼이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여러모로 매우 흥미로운 분이셨음을. … 처음 후기를 쓰려고 하면서부터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던 문제는 오셨던 분들 중 얼굴을 뵈었으되, 개인적으로 정말 스치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 던 분들을 어떤식으로 말씀드려야 할지에 관한 거였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 다고 해서 얼굴을 뵌 이상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인 상이나 분위기만을 언급한다는 건… 내 성격상 맞지않고. 모든 분들의 얼굴과 이미지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뵈었다고해서, 만 났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네요.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의 생각이겠지만, 부디… 다음 기회에는 ‘만나뵐 수’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네트님… 한번도 제대로 말씀 나눠본 적 없지만, 왠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다가서기가 어려운 자네트님. 그래도 얼굴 뵐 수 있게되서 좋았습니다. 지금 도 충분히 행복하시겠지만, 제 바램으로는 더 행복하시고, 아니 그보다는 보 다더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시길 바랍니다. 태석님… 정말 인사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네요. 하지만 얼굴을 뵈면 기분이 좋아집 니다, 정말로. 언젠가 집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며 ‘아이다호’를 보셨다는 글 을 읽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회는 없을지언정 늘 마음은 갖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참는 땅님… 글과 썩 잘 어울리는 얼굴과 분위기를 가지셨더군요. 글을 이제야 읽었기에 어제는 단지 바라만 봤을 뿐이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이름과 단 두번 뵈었다고 벌써 낯이 익은 옥경님, 정말 흰 두건은 왜 안쓰고 나오신건지가 궁금한 YYB님, 저.. 노래 잘하는데…하며 아쉽게 일찍 가신 yosugar님, 겉으로 뵈서는 전혀 유부녀임을 짐작하지 못했던 (심지어는 귀가시간마져도 ^^), 정은숙님, 원소희님, 강경화님… 친구분 두 분으로서가 아니라 원소희님과 강경화님으로 서 따로 말씀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천리안에서 지워버린 (정말 다음부터는 그럴듯한 이유라도 만든 후에나 지워 버리던지 해야지.. 정말 할말이 없어서 곤란했었다구요.. –;) 제 글을 언급해 주신 그렘린님. 반가웠고, 기뻤습니다. 스치는 풍경을 무심히 보고있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 그렇다고 흔들리는 감 정에 잠겨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인 11시반에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2 시간동안… 난 늘 뭔가를 이렇게 좇아다니기만 하다가 가버리는 것이 아닐 까…하는 생각에 문득 서글퍼졌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 있든, 난 느긋하게, 충분히 물들어 있을 수가 없는 것 이다. 늘 내 안에서,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하지만, 도 무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안에 있으면, 내가 이렇게 부유하고 있는동안 내 바램과는 상관없이 한참을 멀어져버려 놓쳐버릴 것만 같은 사랑이 그리워지고, 사랑 안에 있으면, 이대로 나를 놓아버려 물들어버리고 싶다가도… 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귀모> … 한가지 생각을 했다. 한번도 죽음같은 걸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지… 흔한 노래가사에서처럼 하늘에선 보고픈 사람들을, 그리운 사람들을 언제나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정말 두려워졌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그래서 너를 볼 수 없는 것. 요.괴.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