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초야
| ─────────────────────────────────────── [번 호] 1496 / 2570 [등록일] 98년 07월 12일 16:56 Page : 1 / 6 [등록자] 신혼초야 [이 름] 김순희 [조 회] 222 건 [제 목] 표민수님,노희경님,배종옥님께… 만남후기까지… ─────────────────────────────────────── 이제서야 ‘거짓말’에 대한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감히 아무런 글도 남길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사랑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작품에 대한 ‘토’를 달고 싶지 않았습니다. 작가와 연출자, 그리고 배우들의 숨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내 마음을 ‘거짓말’에 대입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의도대로 연출자의 느낌만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작품 속에 드러난 사랑이 살아 움 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그 사랑이 살아있어 이 글을 쓰는데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게 만들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보면서 작가의 마음을, 연출자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 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짓말’속에 녹아난 그들의 삶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단순히 좋은 작품을 쓰고 연출하는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랬습니다. ‘거짓말’을 만들었던 분들을 뵙고 싶었습니다. 서른 셋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결혼후 9년만에 혼자만의 외출을 했습니다. 남편에게 ‘외출’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을 보면서 엎드리거나 베개에 비스듬히 누워 있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 두 팔로 그 다리를 감쌌습니다. 불편하기 그지 없는 자세로 드라 마를 봤습니다. ‘거짓말’속의 사랑이 육체까지 지배하고 말았습니다. 표민수연출자님. 노희경 작가님. 그리고 성우역의 배종옥씨. 운 좋게도 저는 그분들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것 또한 행운이었습니다. 여지껏, 청소년기에도 느껴보지 않았던 설레임이 꿈틀거렸습니다. 마냥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는 즐거움과도 다른 설레임이었습니다. 감히 말을 건네기가 어려웠습니다. 표민수님을 곁눈질로 몇번씩 쳐다보았습니다. ‘거짓말’을 연출하신 표민수님을 뵙기 전까지 표민수님을 그려보았습니다. ‘아마도 마흔은 넘었을거야. 그렇잖구 그런 삶이 녹아나는 사랑을 그릴수 없을 거야. 그리고, 그리고, 말이지, 어쩌면 표민수님은 아픈 사랑을 간직하고 있을 거야. 그 아픔이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작품이었어.’ 그러나 상상속의 표민수님을 실제로 뵙고 나서 망설였습니다. ‘저분이 정말 표민수님 맞을까?’ 그것은 외모에서 풍겨나는 멋때문이었습니다. 어렵게 물어 보았습니다. 나이를 알고 싶었고 결혼을 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야만 ‘거짓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올해 나이 서른 다섯. 그리고 결혼을 했다는 표민수님이 수줍게 미소를 지었습 니다. 그 미소 속에서 설핏 ‘준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준희’가 아닐 까? 그러나 그것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거짓말’에 깊이 빠져 버린 사 람들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 표민수님 얼굴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표민수님의 미소를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단순히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자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닫힌 감정을 열어 낼 줄 아는 ‘멋진 분’이었 습니다. 제 마음을 열어 주신 표민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 노희경님. 작은 체구에 누군가 ‘임춘애 선수’를 닮았다고 표현했을 만큼 여리디 여렸습니 다. 어디서 그런 대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녀가 만든 주인공들의 대사 모두를 잊고 싶지 않을만큼, 아니, 저절로 잊혀지지 않을만큼 가슴에 와 닿는 사랑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꼬박 아홉달 동안 ‘거짓말’을 위 하여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짓말’을 잊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다른 작품을 위하여 어딘가를 다녀오셨다는 노희경님은 ‘거짓말’ 에서 벗어나기가 몹시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천리안의 거짓말 소모임’이 그녀 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잊고 싶다는,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는 그녀의 마음은 어쩌면 영원히 가슴에 품고 싶은 사랑을 애써 떨쳐버려 야만 살 수 있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고 아름다 웠습니다. 다음 작품에 들어갔다는 그녀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노희경님께 사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차마 그녀가 내게 써 줄 한마디가 가슴에 아예 박혀버릴까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말한마디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는 높은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감히, 그녀에게 서툰 말로 인사를 나 눌수 없었습니다. ‘드라마 잘 봤어요. 좋은 작품이었어요.그동안 수고 하셨네요.’라는 언어로는 제 마음을 표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담아둔 제 사랑을 그녀 는 알길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제 사랑이 빛바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희경님. 사랑합니다. 정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와 단둘이서 만나고 싶습니다. 성우역의 배종옥님. 그녀는 나와 살짝 비켜 앉은 옆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유명인이나 연예 인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성 우역의 배종옥님을 만났다는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것을 아낌없이 ‘성우’역에 쏟아부은 그녀의 열정을 높이 샀기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연기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연기’라고 믿고 싶지 않을만큼 배종 옥님은 ‘성우’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배우였습니다. ‘거짓말’을 촬영하는 동안 ‘거짓말의 성우’역에 몰두하기 위하여 그녀는 딸 채 은이를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프로의식을 가진 배우의 몸 부림이 아니었습니다. ‘거짓말’속의 ‘성우’를 만들어 가는 그녀의 노력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유학을 간다고 했습니다. 잠시 화면에서 멀어져 버릴 그녀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하여 화면보다 훨씬 예 쁘고 분위기 있는 그녀의 얼굴을 새겨두었습니다. 모임 말미에 노희경님이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거짓말의 소모임’이 앞으로 ‘거짓말’이라는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 드라마 발전에 도움이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천리안의 거짓말 소모임이 각 종 드라마를 보고 비평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그래서 한구석이 일그러진 ‘드라마의 풍토’를 조금이라도 맑게 정화 시킬 수 있는 기능을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났던 모든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혼초야… |
| ─────────────────────────────────────── [번 호] 1500 / 2570 [등록일] 98년 07월 13일 01:55 Page : 1 / 6 [등록자] 신혼초야 [이 름] 김순희 [조 회] 172 건 [제 목] [신혼초야] 안 읽으면 후회 하실 겁니다. ─────────────────────────────────────── 어제 못 오셨던 분들을 위하여 어젯밤의 얘기들을 간추려서 다시 씁니다. 저는 연출자님께 묻고 싶은게 많았습니다. 운좋게도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여러가지를 물어 볼 수 있었습니다. 표민수님께 던진 질문과 답을 올릴까 합니다. 먼저 공식적인 질문이었습니다. *** IF의 권혁란기자가 물었던 질문입니다. 권혁란 =>왜 성우와 준희가 함께 하룻밤을 같이 자지 않았나요? 드라마의 내 용상 하룻밤을 잔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희경 =>성우와 준희가 현실에서는 잤을 것이다. 그러나 자고나서의 느낌이 어려울 것 같아서….(그래서 작가님은 두사람을 한이불속에 재우지 않았나 보다. 자고나면 성우가 준희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신혼초야 =>같이 잤다는걸 암시하는 것 같은 씬이 있었다. 콘도에서 성우와 준희가 만나던 때는 밤이었다. 그러나 준희가 돌아가는 시점은 아침 이었다. 혹시 거기에서 빚은 시차가 NG를 많이 냈기때문이었는가. 아니면 둘이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함이었는가? 표민수 =>아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콘도에서의 씬은 사랑하는 사 람을 보내고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보낸 사랑을 아파하는 성 우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다. ***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 노희경 =>누구라고 찍어 말하지 못할 만큼 모두에게 애착이 간다. 개인적으로 성우에 대한 운명은 안타깝다.(참고: 노희경님의 답변은 길지 않았 다. 마치 거짓말의 대사처럼 간결했다. ‘성우에 대한 운명은 안타깝 다’고 말하는 작가님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성우 에게 고백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참 쓸쓸해 보였다. ‘거짓말’속 의 성우처럼 말이다.) *** 천리안의 거짓말 소모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희경 =>부담이 심하게 된다. 다른 작품을 쓰려고 해도 자꾸 ‘거짓말’투의 대 사가 튀어나와 곤혹스럽다. (작가는 이미 다른 작품을 위하여 ‘거짓말’ 을 잊기 위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거짓말 소모임’에 대하여 이렇게 부탁의 말을 남겼다.) 드라마를 분별 할 수 있는 드라마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이 모임 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 표민수PD님은 작품을 만들면서 울지는 않았는가? 표민수 =>울지는 않았다. (한번쯤 울었을 법 한데 울지 않았다니 역시 남자 눈 물샘은 깊은 곳에 자리잡은 모양이다. 아니지, 연출자가 질질 짜고 드 라마를 만든다는 것도 우스울 것 같다.) *** 배우가 아닌 자연인 배종옥씨가 보신 드라마 ‘거짓말’에 대하여 한마디… 배종옥 =>자연인 배종옥은 한아이의 엄마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자연인의 모습 을 잊으려 한다. 작품을 하는 동안 ‘성우’에 몰입하기 위하여 채은이를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다음은 표민수님과 나눈 대화들입니다. 내용은 생각나는 대로 엮어서 쓰겠습니 다. 표민수님은 첫 방송이 나가고 낮은 시청률때문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오후에 촬영을 나가야 하는데 일 할 맛이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분들이 ‘우리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해 봅시다’라고 하더랍니다. 그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촬영을 하러 나갔답니다. 그리고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 고 ‘천리안의 거짓말 소모임방’을 지켜주는 여러분들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새벽 3시에 촬영을 마치고 들어와도 ‘이 방’은 꼭 들렸답니다. 어쩌 면 이방의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아름답게 완성시킨 주인공 처럼 느껴졌습 니다. 표민수님이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는 드라마 가 끝난 지금까지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표민수님이 MBC베스트극장 극본 당선자인 노희경작가님을 어떻게 만났을 까 궁금했습니다. 표민수님은 아는 분으로부터 노희경씨를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처음 만나던날 차 한잔을 마시며 무려 일곱시간을 함께 삶과 사랑을 얘기했답니다. 작품을 두 고 얘기한게 아니라 사랑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그 긴 시간동안 대화가 통할 수 있었다는거. 아마도 그 첫만남이 ‘거짓말’을 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 다. 다시 노희경씨와 작품을 하고 싶은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망설임없이 ‘예’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료 PD들은 드라마 거짓말에 대하여 어떤 평을 해 주었는가? 드라마 거짓말은 KBS 보다는 MBC 쪽에 가까운 분위기 같다. ‘거짓말’은 아주 정 갈하게 차려진 일식집 식단과도 같았다고 평을 했다고 한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같은 드라마. 어쩌면 ‘거짓말’의 맛은 그 정갈함에 있었 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드라마는 허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그 정갈함 때문이었다. 은수와 준희. 준희가 성우를 사랑할 때, 아내인 은수의 가슴은 찢어진다. 부부 에게 있어 아니, 현실속의 아내는 은수처럼 우아하게 준희를 대할 수 없다. 나 는 드라마를 보면서 주위에 있는 30대 아줌마들에게 ‘거짓말’을 보고 소감을 말 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모두다 은수의 입장에 선 여자들. 그들은 은수의 마음을 대변해 줄 사람들이었다. 극중 은수라면 당신은 어떻게 준희를 대할 수 있을 것 인가를 물어 보았다. 우아하게(?) 보내는 은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드라마는 허구다. 그러나 나 뿐만이 아니고 보는 사람들 모두 ‘그 허구’를 현실 로 받아들였다. 드라마의 허구가 현실로 받아 들여졌던 이유는 바로 정갈함에서 우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드라마가 불에 올려진 남비처럼 끓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동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류’의 드라마는 수도없이 봤었고 앞으로도 볼 것이다. 드라마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미 준희는 은수에게로 돌아 가기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준희가 은수에게 돌아가지 않고 성우에게 남아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 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함에 성우가 가엽고 가여워서 눈물 흘렸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랑은 또 온다고 말해 달라던 그녀의 절규’를 들으며 성우곁에 준희 를 묶어 두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희경작가와 표민수PD님의 ‘사랑에 대한 철학’은 결국 은수에게로 향했다. 그들에게 왜 은수 를 택했느냐고 묻는것 자체가 실례가 될 것 같았다. 나는 좋은 드라마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여운은 꼬박 하룻밤이 지 난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 만남 후기에 이어 또 다시 글을 올림은 오지 못했던 분들과 함께 자리했지만 인 사만 나누고 헤어졌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주인공 옆에 앉았던 한사람으로서 최 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밤이 깊었다. 사랑하는 대상이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었다. 그것도 이미 끝나버린 ‘드라마’라는 황당한 주제를 놓고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 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 할 권리가 있다. 신혼초야… |
| ─────────────────────────────────────── [번 호] 1502 / 2570 [등록일] 98년 07월 13일 08:57 Page : 1 / 5 [등록자] 신혼초야 [이 름] 김순희 [조 회] 151 건 [제 목] [신혼초야] 노.희.경. 작.가.님.께… ─────────────────────────────────────── 노희경님께… 제가 지금까지 묻어 두었던 ‘거짓말’에 대한 느낌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 습니다. 이러는 자신을 알고 있어 ‘거짓말’이 방송되는 동안은 참고 참았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참지 않으면 마치 나의 작품이라도 되는냥 글을 써대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을 겁니다. 차마, 그 흥분마저도 드러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쓴 한마디에 혹시 마음쓰지 않을까. 사랑한답시고 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무거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노희경님.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교묘히 파고 드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아주 찬찬히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뺏어 버리는 마술은 거 저 얻어지는 찬밥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노희경님의 작품이라고 해봐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본 것이 전 부입니다. ‘~~~~ 이별’을 보면서 맨 먼저 생소한 ‘노희경’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 살아있는 대사를 쓸 수 있다는거. 그것은 김**씨가 써대는 말장난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단 한마디의 대사가 한 씬을 전부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흡인력이 이었습니다. 표민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좋은 드라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봐야 좋은 드라마다’ 표민수님이 누군가의 말을 인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빚대 한가지 조언을 드릴까 합니다. 거짓말의 소모임에서도 나타났듯이 거짓말의 주시청자가 여자였습니다. 주로 20대와 30대의 여성들. 주 시청자가 확연히 갈라선 양상은 ‘세상에서 가장 슬 픈 이별’과는 다른 소재였기에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를 여자들이 즐 겨 본다는 계산이 미리 깔려 있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시청 풍토입니다. 그 러나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린다면 드라마가 여성만을 위한 쪽으로 치우쳐 버린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대사 또한 극히 감성적이었고, 여성들은 그 감성적인 대사에서 벗어나지 못할만큼 허우적 거렸습니다. 그 감성이 ‘거짓말’의 장점 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드라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동년배의 남자 시청자들이 조금 외면 했던 이유는 드라마를 이끄는 주 인공의 축이 성우와 준희중, 성우에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성우에 비해 준희는 여리디 여린 싹 처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준희의 캐릭터가 남성다웠다 면,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무게가 성우와 준희가 꼭 절반씩은 아니었더라도 준희에게 좀더 힘을 실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준희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성우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사랑의 방정식은 ‘남자가 여자를 보내주는’ 사랑이었습니다. 거기에 낯익은 남자 시청자들은 ‘성우’의 당당한 모습과 사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음 작품을 준비하신다고 하셨죠? 제 글을 읽으며 담배 한대 더 피워 물게 만들었다면 저는 그것으로도 행복합 니다. 서른셋. 노희경님과 저는 동갑입니다. 노희경님은 아직 딸린 식구없이 글쓰는 일에 목숨걸고 살아갑니다. 저는 다섯날과 여섯살난 남매를 키우는 엄마로, 한남자의 아내로 그렇게 살아 가고 있습니다. 노희경님은 분명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글을 쓰 는데 도움이 된다 안된다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저는 노희경님이 혼자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는 ‘혼자’라는 사실을 부러워 할 뿐입니다. ‘거짓말’을 보면서 다시는 손대지 않아야 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KBS드라마극본 공모’에 어줍잖은 작품을 보내기 까기 꼬박 한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때때로 아이들의 우는 소리를 간섭해야 했고 남편의 잔심부름까 지 글 쓰는데 장애가 되었습니다. ‘아~~~. 일주일만 아니, 하루만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이라는 현실 불 가능한 바램을 할 수 밖에 없음이 제 현실입니다. 노희경님. 처음으로 비스토에서 만나던날. 그 눈빛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에서 멀어지기 위하여, 잊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마치, 사랑하는 자식을 고아원에 보내버리려는 엄마처럼 느껴 졌습니다. 보낸다고 해서 잊혀질 수 없다는 것은 노희경님이 더 잘알것입니다. ‘거짓말’에 대해서 모든것을 잊 고 싶더라도 당신의 작품을 사랑했던 ‘작은 마음들’은 그대로 가슴속에 묻어 뒀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릴겁니다. 사랑합니다. 노희경님. 신혼초야… |
| ─────────────────────────────────────── [번 호] 1517 / 2570 [등록일] 98년 07월 14일 02:08 Page : 1 / 4 [등록자] 신혼초야 [이 름] 김순희 [조 회] 117 건 [제 목] [신혼초야] 재방송 요구에 앞서 생각 할 것들… ─────────────────────────────────────── 거짓말의 재방송에 대하여 몇마디 하려고 합니다. 먼저’거짓말’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생각해 봤습니다. ‘거짓말’은 둘이 보는 것보다 혼자보는 것이 어울리는 드라마입니다. 아무 도 없는 빈 공간에서 그것도 밝은 불빛을 없애고 TV화면의 밝음만으로 화 면을 주시할 수 있다면 ‘거짓말’의 사랑이 더욱 애잔하게 느껴 질 것입니다. 누군가 옆에서 훌쩍이는 눈물을 훔쳐 본다면 그것마저도 허락하고 싶지 않 을 만큼 ‘드라마와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거짓말’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거짓말’은 다른 드라마와는 같지 않습니다. 저녁밥을 먹는 식탁에서 밥 숟가락 입에 넣고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닙 니다. 온 식구가 빙둘러 앉아 그날 있었던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건성으로 화면을 쳐다봐서는 ‘거짓말’의 참맛을 알 수 없습니다. 대다수의 드라마는 시청 도중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받으며 봐도 내용의 흐름이 깨지지 않 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의 단절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거짓말’은 밤에 봐야 제맛이 납니다. ‘거짓말’이 대낮에 재방송 되는걸 몇 번 봤습니다. 느낌은 변함이 없지만 주위의 여건이 드라마를 보는데 거슬렸습니다. 낮에 보는 ‘거짓말’은 밤에 보는 ‘거짓말’보다 신비롭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거짓말 속의 사랑’이 인간을 지배하는 ‘어둠’이라는 분위기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거짓말’이 재방송될 때 비가 내린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겁니다. 빗소린지 바람소린지 분간이 안가는 가랑비가 아니라,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아름다운 밤에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시청률에 있어 가히 압도적이었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재방송 되었던 시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본 방송이 끝나고 재방송을 할 때 본방송과 요일 의 차이는 있었지만 시간대는 동일했습니다. 아직까지 재방송이 본방송의 시간 대에 편성되었던 예는 ‘모래시계’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래시계’가 본방송 의 시간대를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모래시계’가 남긴 기록들 때문에 가능했 습니다. ‘거짓말’은 ‘모래시계’에 견줄만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거짓말’의 재방송은 본방송과 동일한 시간대에 이 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방송풍토를 앞세워 말할 것입니다. 그 풍토속에 ‘거짓말’이 파고 들 수 있는 그 어떤 기록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거짓말 방의 사람들’을 무기로 내세우고 싶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함이 아닙니다. 보지 못한 분들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낮에 보는 ‘거짓말’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밤시간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느 꼈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동일한 분위기에서 드라마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재방송을 요구할 때 본방송 시간대로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으면 좋 겠습니다. 그러면 KBS에서 그러겠지요.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없다. 토요일 오후에 시간 남으면 2부씩 묶어서 내보내겠다. 그러면 우리는 그 밥그 릇에 배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례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생각합니 다. 겨우 시청률 18%가 최고였던 드라마를 가지고 별짓을 다한다고 말할지 모 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시청자가 왕’이라는 아주 단순한 논리로 무장을 해 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방송국을 이기면(?) 신문은 시청자의 권리를 다른 각도에서 다뤄 줄 것입니다. ‘거짓말 방’이 남아 있는,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거짓말’이라는 드라마가 좋아서 모인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우리힘 으로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그래서 만남이 더욱 아름답게 발전 할 수 있다면 ‘거짓말 방’의 사람들은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고 오랫동안 버텨 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혼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