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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998.03.17.) 김희경 기자 연상의 여인과 「금지된 사랑」드라마 잇달아 선보여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 나이많은 쪽이 남자일 땐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여자가 연상일 땐 이야기가 다르다. 왠지 평범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요즘 TV에서는 지금까지 잘 다루지 않았던 연상의 여인과의 사랑이 드라마의 소재로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방영된 SBS ‘달팽이’를 비롯해 도중에 작가와 연기자가 바뀌어 줄거리가 달라지긴 했지만 MBC의 ‘사랑’이 뒤를 이었다. KBS2에서는 30일부터 월화미니시리즈 ‘거짓말’을 시작한다. 연상의 여인(이미숙 분)에 대한 정박아 청년(이정재)의 연모를 깨끗하게 그린 ‘달팽이’는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유행시키며 잔잔한 여운과 함께 끝을 맺었다. 반면 8년 연상의 여자(김미숙)에 대한 순수한 남자(장동건)의 연정을 다룬 ‘사랑’은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작가를 교체하는 바람에 20대를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개설된 PC통신 천리안의 토론방에서는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렸으나 이를 참고 봐주지 못하는 ‘보수반동층’의 저항으로 꺾이고 말았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거짓말’에서는 사랑을 믿지 않는 5년 연상의 여자(배종옥)와 꿈을 잃어버린 유부남(이성재)과의 사랑이 주축을 이룬다. 이 드라마에서 연상의 여인과의 사랑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끼리라도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작가 노희경은 “어긋난 것들도 사랑이라는 굴레안에서는 더이상 빗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연상의 여자가 ‘젊은 애와 한번 놀아본다’는 식이 아니라 굴곡많은 인생을 살아왔던 여자가 연하의 남자를 사랑하면서 느낄 만한 회한과 번민을 그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들이 시청자의 눈을 자극하기 위한 뻔한 속셈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작가들이 탄탄하다.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달팽이),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찬옥(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노희경(거짓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진솔한 속내를 그려내는 탁월함을 인정받은 역량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식상한 멜로드라마와 차별화하려는 의욕에서 비롯된다. ‘갈등요소가 많은 사랑을 통해 일반적인 사랑을 더 치열하게 그리겠다’ ‘무리없고 편안한 사랑보다 어렵고 안타까운 사랑에서 사랑의 본질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따뜻한 여성들의 등장이 현실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도 조심스러운 소재를 드라마로 만드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흔치 않은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들이 사회적 편견과 통념의 벽을 깨뜨리고 일상에서 사랑을 잊어버린 지 오래인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연합뉴스 (1998.03.21.) KBS-2, 새 월화드라마 `거짓말' KBS-2TV가 새 월화드라마 <거짓말>(노희경 극본, 표민수연출)을 오는 30일부터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방송한다. 대강의 줄거리와 인물의 성격 등만 드러난 상황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작품내용을 검토해보면 전작 <맨발의 청춘>에 못지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맨발의 청춘>이 폭력을 인기의 주요 도구로 삼았다면 이번 작품은 얽히고 설킨 남녀관계와 불륜, 혼돈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의 난잡한 생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열아홉살 때 우연히 만난 마도로스와 사랑에 빠져 딸을 낳은 윤영희(윤여정扮)와 그 딸 주성우(배종옥扮)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남편이 바람만 피우다가 죽자 주인공 윤영희는 어렸을 적 친구인 신문사 편집부장 주현철(주현扮)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또 딸 주성우는 대학때 유부남이던 강사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패하고 다시 5세 연하의 부하직원 서준희(이성재扮)와 사랑하게 된다. 서준희는 다시 그런 사랑을 부인 정은수(유호정扮)에게 이야기한다. 아침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불륜과 복잡한 남녀관계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 정도 복잡한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드라마는 또 하나의 사랑이야기를 그 옆에 풀어놓는다. 정은수는 주현철과 같은 신문사의 사건기자 이동진과 사귀었던 사이. 또 이동진은 남자들과 놀아주고 밥을 얻어먹는 오렌지족 세미와 가까워지는데 세미에게는 그에 기생하는 남자 장어(김태우扮)가 있다는 식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사랑과 불륜, 옛날 애인, 직장 선후배 등으로 얽혀있다. 작가는 "사랑의 의미를 다각적인 의미에서 조명,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한다. 이 모든 사랑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의 저급한 불륜드라마를 보지 않으려면 제작진의 `천재적인 능력'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영남일보 (1998.03.24.) KBS 새월화드라마 '거짓말' KBS 2TV가 새 월.화드라마 '거짓말' (노희경 극본, 표민수 연출)을 오는 30일부터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방송한다. 대강의 줄거리와 인물의 성격 등만 드러난 상황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작품내용을 검토해보면 전작 '맨발의 청춘' 에 못지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맨발의 청춘' 이 폭력을 인기의 주요 도구로 삼았다면 이번 작품은 얽히고 설킨 남녀관계와 불륜, 혼돈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의 난잡한 생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열아홉살 때 우연히 만난 마도로스와 사랑에 빠져 딸을 낳은 윤영희(윤여정)와 그 딸 주성우(배종옥)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남편이 바람만 피우다가 죽자 주인공 윤영희는 어렸을 적 친구인 신문사편집부장 주현철(주현)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또 딸 주성우는 대학때 유부남이던 강사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패하고, 다시 5세연하의 부하직원 서준희(이성재)와 사랑하게 된다. 서준희는 다시 그런 사랑을 부인 정은수(유호정)에게 이야기한다. 아침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불륜과 복잡한 남녀관계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 정도 복잡한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드라마는 또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그 옆에 풀어놓는다. 정은수는 주현철과 같은 신문사의 사건기자 이동진과 사귀었던 사이. 또 이동진은 남자들과 놀아주고 밥을 얻어먹는 오렌지족 세미와 가까워지는데, 세미에게는 그에 기생하는 남자 장어(김태우)가 있다는 식이다. 등장 인물 모두가 사랑과 불륜, 옛날 애인, 직장 선후배 등으로 얽혀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조선 (1998.03.25.) 이유현 기자 KBS 미니시리즈 '거짓말'로 안방 시선잡기 KBS 2TV가 회심의 미니시리즈 2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로 KBS는 `맨발의 청춘'에 이어 `미니시리즈 랑데부 홈런'을 날린다는 계획이다. 제작의도는 `거짓말 같은 진실한 사랑'을 그린다는 것. 윤여정 주현 배종옥 이성재 유호정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등이 등장하며 이번달 초부터 촬영을 시작, 드라마의 초반부 녹화를 마쳤다. 이미 1년전 작가와 드라마 구성을 끝냈다는 KBS는 "도용될수도 있다"며 시놉시스의 외부 유출을 금지하는 등 보완 유지에 만전을 기해왔다. MBC 미니시리즈 `사랑'의 포맷과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새로운 각도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는 방침. `거짓말'은 남편과 사별한 50대의 윤여정이 홀아비가 된 첫사랑 주현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 둘은 있지도 않는 남편과 아내자랑을 하는 `거짓말'로 일관하다 결국 진실을 알게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윤여정의 딸인 배종옥은 연하의 직장후배인 기혼자 이성재와 사랑에 빠지고, 김상중의 첫사랑인 이성재의 아내 유호정은 남편과 이혼수속을 밟는다. 또 신문사 사건담당 기자인 김상중은 유호정을 사랑하지만 사회에 반항적 기질이 있는 추상미에게서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는 다소 복잡 하게 얽힌 구성이다. `맨발의 청춘'에 이어 `거짓말'을 지휘하는 KBS 드라마제작국의 윤흥식부주간은 "눈물없인 볼수 없는 자존심 있는 멜로물이 될 것이다. 내용과 구성이 기존 어떤 것보다 탄탄하고 감미롭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민일보 (1998.03.25. ) 이준희 기자 월,화요일밤 'TV 사랑싸움중' KBS 2TV와 MBC가 새 월화드라마 「거짓말」과 「세상 끝까지」를 마련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 30일부터 방송되는 「거짓말」(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은 「사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 아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담히 보여준다. 50의 나이에도 사랑할 수 있는 영희(윤여정)와 현철(주현), 서로를 위로하는것만으로도 사랑이 되는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 친구처럼 격이 없는 부부 준희와 은수(유호정), 신뢰로 지킨 첫사랑의 우정 은수와 동진(김상중), 신분과 편견을 이겨나가는 동진과 세미(추상미), 굳이 사랑이라고는 부르지 않아도 항상 함께하는 세미와 장어(김태우) 등 갈등과 이해가 있는 다양한 관계가 사랑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는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우리편과 남의편,강자와 약자, 좋은자와 나쁜자가 없다.누구나 약하면서 강하고 상처를 주면서 상처를 받는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제목은 「거짓말」이지만 극중에 거짓말은 하나도 섞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작가는 「거짓말 같은 진실」이라는 부제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4월6일(밤9시50분) 첫방송되는 MBC 「세상 끝까지」(극본 정유경,연출 김사현)는 제목에서부터 극적인 요소가 느껴진다.한 여자의 파란 많은 짧은 생애와 그런 그녀의 뒤에서 든든한 나무처럼 버티고 있는 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천성은 밝고 야무진 한서희(김희선),어른스럽고 솔직 하지만 서희를 사랑하면서 집안의 갈등에 부딪히는 고아원 원장의 둘째아들 이세준(유시원),소유욕이 강하고 과격하며 서희를 불행에 빠뜨리는 일봉그룹 회장의 다섯째 아들 장민혁(김호진) 등 만화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삶이 괴롭고 힘들어질 때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다. 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을 흘려보았으면 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기획의도.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거짓말」과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상 끝까지」.과연 어느 것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지 주목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민일보 (1998.04.04.) 김태수 기자 KBS 2TV ‘거짓말’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그늘을 갖고 있다.그 그늘은 다른 말로 하면 상처일 텐데 연원을 캐 들어가보면 가슴 아픈 가족사나 사랑에 닿게 된다.젊은 작가 노희경의 작품이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은 시청자가 극중 인물처럼 갖고 있을 그늘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KBS 2TV가 지난달 30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월화드라마 `거짓말'(연출 표민수)의 주요 배역들은 하나같이 마음 한켠에 묵직한 그늘을 지니고 있다.인테리어 토털 매니저로 나오는 배종옥은 겉으론 당찬 커리어 우먼이다.홀어머니와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직장에서도 유능하지만 옛 사랑으로부터 날아온 청첩장 한 장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부하직원 이성재에게 사랑의 의미를 묻는 여성이다. 그의 어머니 윤여정도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열아홉 나이에 마도로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할 정도로 불같은 열정을 가진 여자다.그러나 다른 여자에게 보낼 연서를 남긴 채 남편이 사고로 죽자 자기 남편은 자상한 남자였다며 자기체면을 건다. 배종옥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순수한 남자 이성재는 자동차 사고로 자기욕망을 거세당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다.그의 친구 같은 아내인 유호정 역시 밝은 성격을 지닌 공예가지만 사랑했던 김상중과 헤어지고 불임으로 괴로워한다. 사건담당 기자인 김상중 역시 자신이 성불구인 사실을 알고 유호정을 떠나보내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고, 부랑아로 떠돌며 세상과 대결하려는 추상미는 동두천 창녀와 태국계 미국인을 부모로 둔 여자다. 이처럼 그늘을 지닌 주인공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띠게 마련이다.더러 밝고 코믹한 상황이 삽화처럼 끼여들지만 그것은 극적 재미의 장치일 뿐이다.비록 초반이지만 `거짓말'은 적절한 캐스팅과 차분한 화면구성으로 등장 인물의 내면적 떨림을 그런대로 포착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갈등하고 사랑하는 주인공들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보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늘 속으로 퇴행하려고 애를 쓰지는 않지만 그늘을 훌훌 털어버리지도 못하는 사람들.그러나 그들은 누군가가 혹은 어떤 사건이 그늘 속으로 그들을 이끈다면 저항하지 않고 빠져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위태하다.그들이 벌이는 아슬아슬한 감정 게임이 얼마나 섬세하게 표출될지 궁금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겨레신문 (1998.04.06.) 이강혁 기자 새 월화드라마 '채널 3파전' 방송3사가 일제히 새 월,화드라마를 선보인다. 문화방송은 6일부터 고난 끝에 진솔한 사랑을 만나지만 불치병으로 요절하는 고아 소녀의 삶을 그린 16부작 미니시리즈 <세상 끝까지>를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5분에 방송한다. 주인공 서희는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고아원에 들어와 자라며 원장의 아들인 세준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고아원 원장인 세준 어머니의 반대, 재벌 아들인 세준의 친구 민혁의 등장, 세준의 실명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끝내 죽음이 이들을 다시 갈라놓는다 튀는 신세대 역에 익숙한 김희선이 주인공으로 나와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류시원(세준), 김호진(민혁)이 삼각관계의 두 축을 맡는다. 연출은 <일곱개의 숟가락>의 김사현 피디가, 극본은 <사과꽃향기> <피아노>의 정유경 작가가 맡았다. 조창인씨가 쓴 소설 <그녀가 눈뜰 때>가 원작이다. 또 한국방송공사 2텔레비전은 거짓없는 사랑의 진실을 그린 24부작 미니시리즈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을 지난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내보내고 있다. 영희(윤여정)는 젊어 잃은 바람둥이 남편을 이상형 남편이라고 거짓말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이상형에 가까운 과거의 첫사랑 현철(주현)이 다가선다 영희의 딸 성우(배종옥)는 유부남을 사랑한 아픈 기억을 지녔다. 성우의 부하직원인 준희(이성재)의 아내 은수(유호정)는 남편을 사랑하면서 과거의 남자 동진(김상중)과도 친구 사이를 유지한다 서울방송도 아이엠에프 현실 속에 진실한 사랑과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바람의 노래>(극본 최현경, 연출 공영화)를 오는 20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방송한다. 신은경, 감우성, 이창훈이 주역을 맡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간스포츠 (1998.04.09.) 박창진 기자 유호정 "솔직하면 사랑얻죠" 거짓말 못하는 유호정(31)의 '솔직한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KBS 2TV 새 미니시리즈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의 신세대 공예가 정은수역의 유호정은 거짓말을 못한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느끼는 그대로 사람을 대한다. 사랑을 위해 거짓말을 태연히 하고 위기를 모면하는 일반적인 사랑방법과는 달리 솔직한 사랑법을 대담하게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서 결혼 3년째인 유호정은 남편 이성재에게 '아직도 당신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흔히 오래된 연인이나 감정이 식어버린 부부가 버릇처럼 또는 의무감에서 하는 '사랑한다'는말이 아닌 감정이 뚝뚝 묻어나는 말로 시청자들의 가슴에도 사랑을 심는다. 또한 유호정의 솔직함은 진정한 사랑을 얻는다. 이성재가 배종옥에게 마음을 빼앗기자 단호히 '그 여자에게 가라'고 한다. 마음을 빼앗긴 남편 곁에서 거짓 감정을 표현하며 지내지 못하겠다는 뜻의 솔직한 표현이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다리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믿을만 해서'가 아니고 '믿고 싶어서'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남편을 돌아오게 한다. 한순간의 위기를 넘기려는 거짓말보다는 감정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솔직함이 예전의 진정한 사랑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대사가 너무 기막히다. 가끔 어떻게 이런 대사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섬뜩해지기도 한다"는 유호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대본이 시청자들 뿐아니라 내 가슴부터 설레게 한다"고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중앙일보 (1998.04.16.) 이후남 기자 KBS2 '거짓말' 통렬한 표현으로 30대에 공감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거나, 사랑은 없다거나, 그렇게 아픈거라면 평생 안해버리겠다거나 하는 KBS - 2TV 월화 미니시리즈 '거짓말' (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 의 대사는 요즘의 TV드라마에서는 흔히 듣기 어려운 것이다. 얼마전까지 안방극장을 풍미했던 트렌디드라마가 '그림' 과 '감각' 에만 지나친 무게를 실어주면서 소홀히 해버린 연기와 대사의 감칠 맛을 '거짓말' 은 실로 오랜만에 생생하게 되살려 내고 있다. 연하의 유부남 후배 준희 (이성재)에게 점점 끌려들어가고 있는 서른 세 살 미혼녀 성우 (배종옥) 를 비롯, 과부와 홀애비 처지로 다시 만난 어린 시절 동네친구 영희 (윤여정) 와 현철 (주현) , 성적인 결함때문에 은수 (유호정) 를 남몰래 포기해버린 동진 (김상중) 과 거리의 부랑아 세미 (추상미) 등 '거짓말' 의 등장인물들이 주로 빠져 있는 덫은 사랑이다. 그러나 작가는 최근 들어 복고가 지나쳐 신파로 빠져버린 일부 드라마가 하듯, 이들의 사랑을 만화적인 수준으로 유형화하는 대신에 이런저런 조바심속에 진행되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추적해 간다. 이미 연애의 달고 쓴 맛에 지칠만큼 지친 성우는 준희에게 끌리면서도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 일. 소위 불륜 논쟁에 휘말리기 십상인 처지의 드라마 주인공인 성우가 자신을 위태롭게 쳐다보는 드라마밖 시청자와 꼭같은 상식과 이성을 대사에 담아내는 현실감은 요즘의 드라마로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거짓말' 의 눈높이인 20대 후반~30대 시청자는 방송가의 시청률 분석 통설에 따르면 평일 10시 드라마, 특히 20세 전후가 주로 채널권을 장악하는 월화미니시리즈의 주고객은 결코 아니다. 덕분에 일.결혼.사랑 (성도 포함)에 대해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한 관록의 연기자들이 읊는 대사에 공감하는 층은 그리 넓을 것 같지 않다 지난 14일의 '거짓말' 6회 끝부분은 성우와 준희의 사귐이 본격 궤도에 올라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통렬하면서도 감도 높은 대사로 '거짓말' 이 얻어낸 득점이 앞으로의 진행에서 통속적인 진부함으로 반감되지나 않을 지. 각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간의 연결이 유기적이지 못하고 다소 산만한데서 드는 노파심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민일보 (1998.04.17.) 이강미 기자 탤런트 이성재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에서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감성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성재씨(29).인테리어 토탈 디자이너로 등장하는 그는 지난해 SBS TV 일일드라마 `지평선 너머'에서 보여주었던 이지적인 이미지에다 순수감성으로 한껏 무르익은 연기세계를 펼치고 있다 “어머니와 미국 유학중 만난 아내 은수(유호정) 밖에 모르는 순수파지요.그런데 자신감으로 똘똘뭉친 연상의 여인 성우(배종옥)가 등장하면서 갈등은 시작됩니다.각박한 세상, 믿음이 무너지고 사랑이 작아지는 세상에 따뜻하고 가슴저미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았지요.사랑이 얼마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깔끔하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지닌 그에게서 불꽃같은 열정이 꿈틀거린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후 MBC 탤런트 24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선과 악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무대인생을 꿈꾸지는 않았다.목회자가 될수도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어릴때부터 매일 어머니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신앙을 키워왔다.가정예배를 통해 불신자였던 부친이 믿음을 갖게 된 이후 예배와 기도의 능력을 확신하게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신앙의 눈을 뜨게 된것은 고 3때 과외선생님의 열성적인 전도덕택이었다.매일 기도로 시작해 짬짬이 천국과 지옥세계를 이야기하며 성경을 가르쳤다.뜨겁게 신앙열정이 달아오른 그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 진학을 꿈꾸었다. 그러나 기도중 불현듯 선교연극팀을 만들어 복음을 전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일시적인 충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확신을 얻어 진로를 바꾸게 됐다. 6개월전 일산신도시로 이사한후 현재 벧엘교회(박동성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 그는 그 이전까지 줄곧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주일에 촬영이 있으면 부득이하게 주일성수를 하지 못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지요” 그는 요즘 IMF한파로 실직의 아픔을 겪고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고 있다.선교연극팀을 만들어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생각도 변함이 없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간스포츠 (1998.04.21.) 이미연 기자 조윤정 K2TV '거짓말'서 김상중 사모 열병 "해바라기 사랑, 정말 힘겨워요!" 탤런트 조윤정(23)이 짝사랑의 열병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에서 사회부기자 김상중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토탈 갤러리의 큐레이터 '박인정'으로 출연중인 조윤정이 짝사랑의 허무함과 외로움을 그려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극중에서 설정된 '박인정'의 캐릭터는 갤러리 '착한 여자'의 사장인 유호정의 일을 잘 돕는 맑고 순진한 아가씨다. 유부녀가 된 옛애인 유호정만 만나러 오는 김상중. 능력 있고 서글서글하고 남성적인 단호함도 있는 김상중을 좋아하고 사모하나 드러내놓고 사랑 표현 한번 하지 못하는 처지라 속만 탈 뿐이다. 실제 구김살 없이 밝고 활달하며 적극적인 성격의 조윤정은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드라마상에서 짝사랑 팔자이다보니 요즘은 괜히 일상생활 자체도 축 처지고 시무룩할 정도다. 나라면 그렇게 가슴앓이만 하고 있진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다음 작품에선 활달하고 밝은 성격에 개성 있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내비치는 조윤정은 백옥처럼 뽀얀 피부, 상큼하고 귀염성 넘치는 미소,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길을 끄는 브라운관의 기대주. 지난 95년 박상아 송윤아 등과 함게 KBS슈퍼탤런트 1기로 데뷔한 조윤정은 선화예중 2학년때 미국으로 단신 유학, 샌프란시스코 발레스쿨과 뉴저지 퍼넬스쿨에서 무용을 전공한 무용학도출신으로 매리 마운트 칼리지(캘리포니아 산페드로 소재) 2년 휴학중이다. 166cm,46kg의 늘씬하면서도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스키 수영 테니스 재즈 승마 골프 검도 태권도 등에도 능한 만능 스포츠우먼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서울 (1998.04.23.) 김세훈 기자 유호정이냐 배종옥이냐 이성재 "만점 사랑연기" 독특한 사랑의 아픔을 표출하는 이성재(28)의 개성연기가 돋보이고 있다.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에서 주인공으로 출연중인 그는 여자의 상처를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신세대 남편. 그는 유호정의 친구 같고 동생 같은 남편이지만 직장상사인 노처녀 배종옥 과 인간적인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여러 빛깔 가운데 좀 어려운 사랑이죠.백지에 선을 그리면 선,악을 그리면 악이 나오듯이 제 얼굴에선 다양한 배역이 나온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사랑의 배역에도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감성적이고 순수하고,그리고 거짓없는 신세대 남편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그는 대사 한 마디,한 마디를 내면 속에 느끼면서 눈빛과 표정,행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다. 극중에서 그는 겉으로는 강하고 속으로는 여리기 짝이 없는 배종옥과 연민같은 사랑에 뛰어들지만 결국 유호정에게 돌아가게 된다.배종옥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자신이 곁에 있어줘야 할 상대는 배종옥보다도 더 여리고 갸날픈 유호정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극중의 신세대 남편이 현실과 비슷합니다.일찌감치 결혼해서 방송국 스크립터 출신의 친구 같은 아내와 2살 난 딸과 함께 경기도 일산에서 살고 있어요.” 95년 MBC 24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MBC 주말극 ‘에스터데이’에서 주연을 맡았고 20대와 30대를 넘나들며 연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남자 탤런트로 꼽히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간스포츠 (1998.04.26.) 박창진 기자 K2TV 미니시리즈 `거짓말' 깔끔하면서 야한 대사 거짓말같은 사랑이 있는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깔끔하면서도 성(성)에 관한 솔직 담백한 대사가 젊은 연인들과 신세대 여성들에 화제다. 이성재 : "난 너에게 거짓말 하기 싫어. 성우 선배 너무 많이 생각이 나." 유호정 : "무슨 뜻이야? 지금, 그 여잘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니?" 이성재 : "그런게, 아니야. 감정이 가볍질 않아. 방법을 찾자. 어떡하면 모두, 안 다칠 수 있는지." 유호정 : "대충, 너 혼자 끝내고 나 모르게 그럼 안돼? 밤 12시, 새벽 1시까지 그 여자랑 쏘다니든 뭘하든 맘대로 해. 그런데.. 제발, 제발 자지는 마." 신세대부부 이성재와 유호정의 대사다. 유호정을 사랑하지만 배종옥을 만나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낀 이성재가 유호정에게 고백한 지난 20일 방송분이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신세대 특유의 대화법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호정은 성에 관해 누구보다 솔직하다. "자자. 우리 들어가서"라고 한 후 이성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긴장하지마. 그냥 자기만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날은 "나, 외롭다. 너, 오늘 나 안아 줄 수 있니"라고 한다. 임신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는 "내 뱃속에 주먹만한, 너를 꼭 닮은 작은 너를. 나, 정말 넣어두고 싶었다. 넌 너무 커서 넣어둘 수 없으니까"고 아쉬워 한다. 또 "너랑 잠자리 한거 한번도, 욕심때문은 아니었어. 내가 얼마나 밝히는 앤줄 알지? 그래서 맨날 자자 그런 줄 알지? 아냐. 너랑 누우면서 그 자리가, 그 시간이 얼마나 성스러웠는데.."라며 눈물을 흘린다. 배종옥은 이성재에게 다가가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보지만 더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성재에게 고백한다. "우리.., 연애할래?" 어른들의 대사도 참 깔끔하다. 주현은 윤여정에게 아주 담백하게 청혼한다. "영희야" "왜" "너, 나랑 살래?" ".." "우리 살자" ".." "너랑 살면 남은 인생에서 용감해질 것 같다." 갓 서른을 넘긴 지난 해 MBC TV <내가 사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을 집필하며 '폭넓고 깊은 작가'라는 평을 들었던 노희경 작가(32). <거짓말>을 쓰면서 '절묘한 작가'로 불리는 노희경 작가는 "당초 드라마의 제목은 '거짓말같은 사랑'이었다. 실제로 드물지 않게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짓말같은 사랑'을 그리는 데에는 그 사랑의 출발점이 되는 솔직함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젊은이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성(性)을 이야기 해왔다"고 덧붙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대사와 숨기지 않는 성에 관한 솔직함으로 그려지는 <거짓말>의 거짓말같은 사랑이 매주 월, 화요일 저녁 9시 50분 신세대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민일보 (1998.04.29.) 이영미 기자 KBS ‘거짓말’의 다섯가지 사랑 결혼은 부부의 성(城)일까, 족쇄일까. `기존 가치관의 전복'을 주제로 최근 문단을 휩쓴 30대 여성작가들의 작품 취향을 짙게 풍기는 드라마 한편이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방영되는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 역시 30대 여성인 노희경 극본의 이 드라마는 아내 외에 사랑하는 연상의 여자가 있음을 아내에게 공공연히 털어놓는 `준희'와 이를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은수' 부부를 통해 남편이 아내에게,또 아내가 남편에게 유일한 이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짓말'은 다섯명의 남녀가 서로 엇갈리며 사랑하는 이야기.6살 연하의 유부남 직장 후배 준희(이성재)와 사랑에 빠지는 성우(배종옥),준희의 부인 은수(유호정),자신의 신체적 결함 때문에 은수를 떠났으면서도 은수 곁에서 맴돌며 계속 만나는 동진(김상중),여기에 동진을 좋아하는 부랑아 세미(추상미)가 등장한다. 아내를 “세상에서 제일 믿는 친구”라고 부르는 준희는 “잠을 잘 때나 일을 할 때나 성우 선배의 얼굴이 보여”라며 아내에게 다른 여자의 존재를 고백하며 괴로워한다. 반면 “착각하지마너는 내 친구가 아니라 남편이야 ”라거나 “너는 돌아올 거니까 기다릴게”라고 말하는 부인 은수는 친구처 럼 의논해오는 남편을 거부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이들에게 불륜은 양심이나 도덕으로 응징될 문제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MBC 드라마 `행복한 여자'에서 황신혜와 사랑에 빠진 남편 이덕화 앞에서 울부짖는 원미경이나 유동근과 황신혜 앞에서 아내로서의 우위를 주장하는 MBC 미니시리즈 `애인'의 이응경과 달리 은수는 부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원미경이나 이응경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약자였던 데 비해 은수는 남편 준희가 이루지 못한 미술가의 꿈을 대신 이뤄낸 적극적인 인물.더 이상 강자_약자의 부부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같은 구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은수를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아이나 시댁,처가' 같은 가족관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부부 사이를 사회적 관계로부터 떼어내 철저하게 둘만의 관계로 `축소'시킨 것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다. 그래선지 `거짓말'의 시청자층은 주로 20,30대 여성으로 제한돼 있는 것으로 제작진은 보고 있다.그만큼 이 드라마의 공감층이 넓지 않다는 얘기다. 공상과학이나 환상얘기가 아닌 드라마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다. 그런 만큼 `현실성'이 받쳐주지 않는 드라마에는 몰입하기 어렵다.그러나 비현실적인 드라마라도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이나 트렌드를 제시하는 드라마는 나름대로 존재이유를 갖는다.`거짓말'은 말하자면 그런 드라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겨레신문 (1998.05.09.) 김도형 기자 연하남자와의 운명적 만남 한국방송공사 월화드라마 <거짓말>과 서울방송 수목드라마 <내마음을 뺏어봐> 의 공통점은? 두 드라마는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연인관계로 등장한다는 점이 서로 닮았다. 이들의 관계가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는 아니지만, 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엇비슷하다. 이런 설정이 이제는 드라마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두 드라마를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은 이들 관계를 풀어가는 관점이다. 기본적으로 연상의 여자가 아니라 연하의 남자라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드라마 모두 연인관계로 설정된 남자는 모두 여자의 직장 후배다. <거짓말>의 경우 28살 유부남인 준희(이성재 분)는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다섯살 연상의 성우(배종옥 분)에게 운명에 이끌리듯 빠지게 된다 <내마음을 뺏어봐>의 레지던트 석찬(박신양 분)은 레지던트 치프인 3살 연상의 희수(이태란 분)로부터 집요하게 구애를 받는다. 지금까지 자기 보다 나이 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 남성중심주의 시각에서 관계를 풀어갔다면 이 두 드라마는 대등하거나 혹은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할까.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거짓말>중 성우의 대사. 준희가 자기 부인(유효정)이 강한 여자라 자기가 떠나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뭐든 선택에는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 거야 임마. 그게 만남이든 사랑이든, 버리려구 하는 것엔 고통이 또 잡으려는 것엔 그만한 용기가.” (<내마음을 뺏어봐>의 희수 대사. 석찬이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의 구애를 주저하자) 그러나 준희와 석찬이 각각 부인과 좋아하는 사람(김남주 분)을 두고도 어쩔 수 없이 성우와 희수에게 끌리는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묘사가 사실적이지 못한 것은 바로 관계를 지나치게 여자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은 아닐까. 이 두 드라마가 색다르긴 하더라도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서사구조가 약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대개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심리구조는 연하의 여자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모성 본능에 바로 강하게 이끌리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연인간 향기있는 대사가 있어 지루함을 덜어 준다. <거짓말>에서 유부남에게 차인 과거의 상처 때문에 주저하는 성우가 그만 끝내자고 하자 준희는 이렇게 말한다. “그 끝이 어딘지 가봐야겠어요. 시작은 선배가 했는지 모르지만 끝은 내가 낼거예요. 나만이 이 사랑을 끝낼 수 있어요.” <내마음을 뺏어봐>에서 희수는 배다른 여동생에게 마음이 빼앗겨 힘들어 하는 석찬에게 “정작 아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태도인데 많은 사람들은 삶 자체가 바뀌기를 바랜데”라며 프로포즈를 한다. 이 두 드라마가 진부한 사랑놀음으로 빠지지 않는 것은 스타시스템에 의존해 뻔한 줄거리와 대사로 때우는 다른 수많은 드라마 때문일지도 모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동아일보 (1998.05.11.) 김희경 기자 『작가 노희경이 누구지』… PC통신 와글와글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도 아니다. 시청률이 높지도 않다. 그런데도 열성 팬들의 모임이 생기고 PC통신에는 칭찬의 글들이 연일 올라온다. 이 희한한 TV드라마를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거짓말’의 작가 노희경(33). “처음에 PC통신의 반응을 보고 시청률 1위인 줄 알았다”는 그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열연하는 연기자들이 안쓰럽고 고맙기만 하단다. 노희경의 드라마를 단연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슴을 파고드는 감성적 대사다. “이곳에 와서 한 고백은…(밖에)나가면 그 죄를 묻지 않는다며?…널, 사랑한다. 아멘.” 지난주 주인공 성우(배종옥)가 성당에서 연하의 유부남인 준희(이성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한동안 화제가 됐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김수현류의 따발총같은 감각적 대사와 또 다른 맛이다. ‘거짓말’에서는 유부남의 불륜, 엘리트와 밑바닥 인생의 사랑, 중년의 사랑 등이 씨줄 날줄로 짜여있다. 자칫하면 빠져버릴 상투성의 함정이 곳곳에 포진해있지만 노희경은 노련한 솜씨로 경계와 편견의 벽을 깨뜨리는 사랑의 힘을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 경험많은 어른의 눈으로 인물들을 그려내지만 정작 노희경은 데뷔한 지 2년밖에 안된 신인이다. 단막극이 아닌 ‘대작’을 쓰는 것은 96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MBC),‘내가 사는 이유’(〃)에 이어 세번째. “인생의 탄탄대로를 걸었다면 아마 드라마를 못썼을 거예요. 드라마를 쓰고나서부터 내가 가난했고 문제아였다는 것, 심지어 내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감사하는 마음이 드네요.” 대학(서울예전 문예창작과)다닐 때는 방학마다 봉제공장에 가서 미싱보조로 일했다. 80년대 많은 대학생들이 그랬듯 노동운동을 위한 ‘현장 진출’이 아니라 그냥 친구따라 아르바이트하러 나선 것이었다. 졸업 후에는 마포에서 8개월 동안 포장마차 장사를 해보기도 했다. 이런저런 경험속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표정이 그가 쓰는 드라마의 소중한 밑천이다. 방송작가로 살면서 노희경이 세운 인생 목표는 “애들을 상대로 한 트랜디 드라마는 쓰지 않겠다”는 것. “TV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할머니나 서민층처럼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이에요. 드라마를 쓰는 것은 내가 이들을 보듬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 누가 내 작품을 돈주고 사봐야 하는 건 안할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서울 (1998.05.15.) K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삼각관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가정도 버릴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어떠한 경우라도 가정은 지켜져야 하는가. K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결말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인테리어 매니저 주성우(배종옥),유부남이자 그녀의 부하직원 서준희(이성재), 서준희의 아내이자 공예가 정은수(유호정)의 삼각관계를 감각적인 언어와 영상미로 엮어내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드라마의 결론에 대해 많은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유부남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떠날수 있다는측과 순간의 사랑을 위해 가정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측이 팽팽이 나눠져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 게시판에 일고 있는 다양한 의견을 담아보았다.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가 결합했으면 좋겠지만 불륜을 미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이런 점때문에 드라마가 평가 절하되는 것은싫다. 그냥 마지막을 시청자들에게 숙제처럼 남겨두길 바란다.시청자 각자가 자신이 바라는데로 끝을 맺을수 있게 했으면 한다.(천리안ID:lcy44) ○…준희(이성재)와 성우(배종옥)가 서로 사랑을 이뤄갔으면 한다.얼마전 잡지를 보니 결론은 준희가 은수(유호정)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하지만 이 결론은 많은이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이런 시청자들의 바람은 이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진들이 더욱 잘 알것이다.원래대로 결론이 난다면 성우가 너무 불쌍할것 같다.해피엔딩의 의미가 무엇인가?준희가 은수에게 가면 그들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해피엔딩인가? 진정한 사랑을 위해 결말을 바꿔주었으면 한다.(천리안ID:l2522) ○…많은 이들이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의 사랑을 이뤄달라고 말하 는데 과연 그렇게 한다고 둘이 진정으로 행복해 질까?후회없는 사랑이 될까? 많은 연인들의 경우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이혼도 많이 한다.한사람의 가슴을 아파가게 하면서 이뤄낸 사랑이 과연 행복할까?한번 생각해 보자. ○…미니시리즈 ‘거짓말’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케 하는 드라마다.극중에서 은수(유호정)가 이혼당하고 이혼녀로서 쓸쓸하게 살아갈지 준희 (이성재)와 성우(배종옥)이 어린 은수를 떼어놓고 단란한 가정을 과연 차리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중요시해야 되는것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인것 같다.이들이 가슴아파하고 힘들지만 견디는 모습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천리안ID:jja964) ○…드라마속에서 말했듯이 준희(이성재)가 은수(유호정)를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고 성우선배를 사랑하기에 떠나는 것이다.이제 우리나라 드라마도 금기를 깰때가 됐다.한평생을 살면서 이 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그런 확신이 드는 경우는 몇 안된다.당연히 사랑을 찾아 떠나야 한다(천리안ID:SKY3816) ○…우리 드라마의 불륜에 대한 삼각관계의 결말은 늘 같았다. 가정을 지키고 가정으로 돌아가고 아무리 진실된 사랑이라 할지라도 가정이 있는 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간다.물론 현실속에서 이 이야기가 맞다.하지만 드라마에서 한번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도 되지 않을까?(천리안ID:하얀비명)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국일보 (1998.05.15.) 김재동 기자 임자있는 남자와 금지된 사랑... '아슬아슬한 줄타기' '바람 난 여심(여심)을 잡아주세요' 주부 전인화, 커리어우먼 배종옥, 여대생 김현주가 흔들리고 있다. KBS 2TV 아침드라마 <결혼 7년>의 전인화와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배종옥은 각각 남의 남자 변우민과 이성재에 빠져있다. SBS TV 주말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의 김현주는 친언니 김지호의 사랑 신현준에게 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다. *배종옥과 이성재의 관계가 이들중 가장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두 사람은 육체관계 없이 그냥 자기만 했지만 어쨌든 하룻밤을 보낸 사이. 배종옥은 애를 쓰며 둘사이에 제동을 걸어볼까 하지만 '빙판위를 달리는 차는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한다'는 이성재의 확고한 주장에 못이기는 척 끌려가는 추세다. *전인화는 남편이 있는 여자이면서도 아내있는 남자 변우민을 향한 감정이 매우 복잡하다. 남편 천호진과 변우민의 아내 김화영에게까지 '친구'로 공개된 사이다. 하지만 전인화를 포함한 네사람 모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전인화에게 변우민의 존재는 위로고 피난처지만 때론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해 아슬아슬하다. *김현주는 언니 김지호의 애인 신현준을 바라보는 눈길에 열기를 담기 시작했다. 김지호-신현준 사이에 메신저로 끼어든 김현주는 두사람 사이가 주변여건때문에 본의아니게 소원해지면서 남자친구 김진의 질투를 아랑곳 하지않고 들떠 있는 상태다. 김지호가 다른 남자와 약혼까지 할 전망이어서 김현주의 막연한 사랑이 구체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세 여자는 흔들리고 있다. 누구도 아직 선(?)을 넘지 않았기때문에 불륜이랄 수는 없어다. 하지만 정신적인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혹은 비난을, 혹은 공감을 끌어내며 드라마의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간스포츠 (1998.05.19.) 이미연 기자 추상미 서글픈 눈빛연기 시청자 가슴'찡' 탤런트 겸 영화배우 추상미(25)가 강렬한 '레드빛 연기'로 브라운관을 꽉 채우고 있다.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에서 거리의 부랑아 '세미' 역할을 맡은 추상미는 빨아들일듯 강한 눈빛, 뒤틀리고 반항적인 몸짓의 화끈한 개성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세미'란 이름은 언뜻 예쁜 느낌이 들지만 실상은 수세미 공장을 하는 양엄마가 수세미의 세미를 따서 하찮게 지워준 이름. 지나가는 남자와 놀아주면서 그 댓가로 하루 세끼 밥을 챙겨먹고, 얻은 돈으로 심장병을 앓는 동두천 친구 장어(김태우)의 약값을 대주는 거리의 여인이다.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잡초처럼 자라와 거칠고 사납기까지 하지만 속내는 여린 여자다. 태어나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을 한 적도 없는 추상미가 한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마주친 신문사 사회부 사건기자 김상중을 사랑하게 된다. 처음엔 초라한 자신의 신세가 죽도록 화가 나고, 주제를 모르는 자신이 미웠지만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김상중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좋은 걸 좋다고 말도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의 처지다. KBS 일요아침드라마 <귀여운 여자>(96년)를 통해 탤런트로 데뷔, 그동안 <수취인 없음> <네발 자전거> <가방을 든 여인> 등 주로 단막극에 출연해왔다. TV연속극으로선 첫출연 작품인 <거짓말>에서 추상미는 배종옥 유호정과 함께 당당히 '여주인공 트리오'중 한명으로 출연, 안방극장 주연급 연기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스타감이다. 영화 데뷔작 <꽃잎>(96년)에 이어 두번째 출연작인 <접속>에선 한석규를 짝사랑하는 방송작가역을 열연해 '스크린의 기대주'로도 떠올랐다. 키 163cm, 몸무게 42kg의 아담한 체구에 곱고 까무잡잡한 피부, 뚜렷하고 시원스런 이목구비, 살며시 짓는 고혹적인 미소와 강렬한 눈빛이 야누스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겨레신문 (1998.05.23.) 노형석 기자 [방송/인터뷰] 미니시리즈 '거짓말' 이성재 연기자 이성재(28)를 만난 이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본듯한 친숙한 분위기에 먼저 젖어든다. 가식없는 갸름한 얼굴과 자잘한 턱수염, 고즈넉한 말투는 친구나 형제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방송공사 2텔레비전의 미니시리즈 <거짓말> (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월,화 밤 9시50분)에서 시청자들이 그에게 보인 호감도 알고보면 그런 용모에 적잖이 바탕을 둔 셈이다. 그러나 이성재는 요즘 뜨지않느냐는 물음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스타? 잘 모르겠어요. 눈에 확 띄는 배역도 아닌데…”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웃음만을 지었다. <거짓말>에서 이성재는 편안한 아내 은수(유호정 분)를 놔두고 인테리어 회사 선배 성우(배종옥 분)를 사랑하는 30대 예술가의 미묘한 연애심리를 펼쳐보인다. 훤칠한 외모나 근육질 몸매도 지니지 않은 그가 시청률도 높지 않은 이 드라마에서 쟁쟁한 선배들 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이성재의 사랑연기가 격정적인 통속 멜로물의 인물전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 달아오르지 않고, 엿 졸이듯 은근한 사랑법과 삶에 대한 권태적 태도 등은 이전의 멜로드라마 주인공과 사뭇 다르다. 숱한 실연의 상처를 가진 성우와의 사랑을 이성재는 “이성적 사랑이기보다 한 인간의 빈 곳을 메워주려는 인간애”라고 해석한다 “노희경씨의 대본은 섬뜩할 정도로 직설적이에요. 읽을 때마다 통렬한 아름다움을 느끼지요.” 대본에 반해 곧바로 출연을 결심했지만 요즘은 갈수록 내용을 소화시키기가 어렵다고 고백한다. 자연스런 내면연기가 약하다고 자신을 평가한 그는 “이렇게 힘든 사랑을 하려면 철학공부부터 할 걸 그랬다”고 웃는다. 95년 문화방송 공채탤런트(24기)로 데뷔한 뒤에도 연기를 실컷하고 싶다는 것 외엔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밝으면서도 인간적 허술함이 있는 성격유형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는 언젠가 영화를 반드시 찍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연기 전의 준비과정 자체를 더 즐기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이제 연기무대에서 나름대로의 내 텃밭을 일궈낼 시기가 된 듯 합니다. 연기 또한 삶을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동아일보 (1998.05.25.) 박중현 기자 연하男-연상女 사랑이야기,영화-드라마등서 상품화 바람 KBS 2TV 월화드라마 ‘거짓말’에서 연하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노처녀 성우(배종옥)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이런 대사를 쏟아낸다. “나 이렇게 욕심내도 되는 거니, 나 너랑 살고 싶어.” 지난 해에는 헤밍웨이가 젊은 날 연상의 간호사와 사랑에 빠졌던 스토리를 영화화한 ‘러브 앤 워’가 개봉됐었다. 폰팅을 해온 남자를 만나봤더니 네살이나 연하라 ‘야야야∼, 쇼킹, 쇼킹’했다는 ‘주주클럽’의 노래 ‘16/20’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 한 결혼전문업체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 중 70%가량(남성 71.3%, 여성 62.0%)은 연상의 여성, 연하의 남성과의 교제 및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연하의 남성이 데이트를 신청해오면 ‘나이를 문제삼아 거절하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28.7%뿐. 미국의 경우 아내의 나이가 많은 부부가 70년 16%→87년 22%→90년대초 25%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미국 국립보건통계연구원). 일본 후생성의 조사에도 ‘역전혼(逆轉婚)’의 비율이 70년 10.3%에서 95년 17.7%로 크게 증가했다. 이쯤되면 ‘연하의 남자가 좋다’는 경향은 가위 세계적 추세 인 셈.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현상이 최근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박진생신경정신과의원 박원장의 설명. “‘가족계획’이 본격화돼 자녀수가 줄어든 70년대 이후 출생한 남자는 어머니와 긴밀하고 모성애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어머니의 사회활동 증가로 ‘엄마사랑에 대한 결핍감’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푸근함’을 이성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성취동기가 강한 여성은 결혼적령기를 일에 파묻혀 놓쳐버리고 ‘괜찮은 남성’을 찾기 힘들자 어린 남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소설가 겸 카운슬러 우애령씨.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용모’만 빼고 나이 신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너지고 있을 뿐이다. 여성이 ‘나이가 많은 남자’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성공에 끌리는 것으로 상품화됐듯이 이제 ‘젊은 남자’의 성적매력을 선호하는 것처럼 미디어나 업체에서 이 현상을 ‘상품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사랑하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할 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조선 (1998.05.27.) 이유현 기자 [유호정] 바람난 남편 "나 어떡해" "연애하고 싶어요.". 미시 탤런트 유호정이 요즘 `큰일 날' 소리(?)를 한다. 남편 이재룡이 건재한데 툭하면 `연애'라는 말을 꺼낸다. 최근 방송중인KBS 2TV의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영향 탓이다. `거짓말'에서 그녀의 역은 바람난 준희(이성재)의 아내 은수. 귀엽고 착하기만 했던 은수는 `아내가 이렇게 변할수도 있다'는 것을 남편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잠만 자지마"하고 이해심을 발휘하더니 남편이 직장상사 배종옥 (성우역)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지자 남편 행동을 추적하고 밥상까지 뒤엎는다. 이성재가 배종옥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해오자 고민 끝에 이런 제의를 한다. "너도 나도 좋고 그 여자도 좋고, 우리 셋이 함께 살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갖가지다. 유호정이 너무 불쌍하다부터 이성재를 배종옥에게 보내 줘야 한다까지 다양하다. 드라마는 이성재와 유호정이 이혼했다가 재결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만 유호정은 "남편이 다른 여자를 그토록 사랑한다면 보내줄수도 있다"고 말한다. 유호정에게 `거짓말'은 난코스다. 촬영때마다 눈물을 한되나 쏟아야 해 감정잡기도 쉽지않지만 은수라는 캐럭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남편 이재룡의 모니터는 큰 도움이 된다. 통 큰 바지와 밝은 스웨터등 은수의 극중 옷차림과 뒷부분이 살짝 치켜 올라가는 대사도 시청자들에겐 인기를 끄는 대목. 유호정의 우는 연기가 결코 밉지 않은 이유중의 하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중앙일보 (1998.05.31.) 정형모 기자 [TV리뷰 ]KBS2 '거짓말' 2일 막을 내리는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거짓말' (연출 표민수) 을 그동안 지켜 보면서 느낀 생각은 국내에도 '컬트 드라마' 가 등장했구나 하는 것이다. '컬트' 란 특정계층의 열렬한 숭배를 받는다는 뜻으로, 미국의 '트윈픽스' 나 'X파일' 등은 대표적인 컬트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독특하다. 인기척도로 흔히 꼽는 시청률은 20%도 채 안된다 '스타' 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PC 통신에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며 자신의 감상을 쏟아놓는 시청자들이 적지않다. 무엇 때문인가. 인간사 이면의 추악함을 파헤치거나 외계인 등을 쫓는 외국 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는 일상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 못 낳는 젊은 부부와 남편직장 노처녀 상사와의 삼각관계, 싱숭생숭한 중년의 로맨스, 사건기자와 부랑아 처녀의 운명 같은 만남. 이 세 축을 오가며 드라마와 호흡을 같이 하다보면 어느새 '남의 불륜' 은 '나의 로맨스' 가 된다. 가슴저미는 대사, 성 (性)에 대한 천박하지 않은 직설 화법, 문득 찾아온 사랑을 움켜쥐려는 두 남녀의 처지를 찬찬히 풀어내는 전개 등은, 특히 사랑.결혼.권태.이혼이라는 변곡점위에 서있는 30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주인공과 동일시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성우 (배종옥) 를 역성들거나, 은수 (유호정) 를 동정하거나, 준희 (이성재)에 공감하게 되는 '상처 있는 영혼들' 은 왜 자신이 그들의 편에 서는지 얘기하고픈 충동에 빠져들게 된다.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작가는 노희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과 '내가 사는 이유' 가 연속드라마 경력의 전부지만 '어른' 들의 마음을 읽어내리는 노회함은 서른 두 살 처녀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김수현의 '직설' 과 김운경의 '서민내음' 과 송지나의 '세밀함' 을 고루 이어받은 그는 모든 사람들이 방패처럼 들고있는 위선과 위악에 대해,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작가의 이런 생각을 거의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젊은 연출가의 잠재력도 한몫했다. 배종옥을 비롯, 유호정.김상중 등 김수현 사단의 신예들이 보여준 기분 좋은 변신은 분명 한국 드라마에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경향신문 (1998.05.31.) 이무경 기자 2일 종영 KBS‘거짓말’ PC통신서 화제 -흔한 소재로 ‘거짓말’처럼 성공-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KBS 2TV 드라마「거짓말」. 유부남과 노처녀의 사랑, 흔하디 흔한 불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흔한 불륜을 흔치 않은 섬세한 심리묘사로 풀어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2일 종영을 앞둔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15% 내외지만 PC통신에 올라오는 글들은 신세대 부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누가 봐도 어울리는 금속공예 여류작가 은수(유호정)와 화랑 큐레이터 준희(이성재) 부부. 실연의 아픔을 경험한 준희의 직장상사 성우(배종옥)가 이들 사이에 끼어든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3류 멜로물처럼 부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거나 여자들끼리 머리채를 쥐어뜯는 작태는 연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TV볼륨을 한단계 올려야 할 정도로 잔잔한 대사와 가슴을 울리는 애잔한 눈빛이 화면에 가득하다. 『선인장 잘라봤어요? 선인장을 잘라보면 온통 그 안이 물이에요. 눈물처럼 찝찔한 물요. 선인장을 보면 언제나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성우선배가 왠지 선인장 같아요』 (준희) 『난, 봄이 싫어. 마음이 너무 설레. 너무 이뻐. 사람들은 바보야. 이렇게 이쁜 계절에 결혼을 하고. 그럼 여자나, 남자를 보느라 계절을 못보잖아. 바보들…. 봄인데 봄을 보지』 (성우) 『너두 알지. 어떤 사람의 얘길 필요이상 자주 하는 건 그 사람이 마음에 조금이나마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는 거』 (은수)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길가다 교통사고처럼 아무랑 부딪칠 수 있는 게 사랑이야. 사고나는 데 유부남이, 할아버지가, 홀아비가 무슨 상관이야. 나면 나는 거지』 (영희) MBC 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내가 사는 이유」로 역량을 보인 신인작가 노희경의 대사처리와 심리묘사가 돋보이기도 하지만, 연기자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적절한 캐스팅도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주부 시청자들 대부분은 유부녀 은수쪽으로 쏠려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은수에 대한 동정과 함께 바람피우는 남편 준희를 비난하고 있다. PC 통신에도 「착한 은수를 울리지 마라」「착한 아내를 배신하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는 글이 상당수 올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신세대 주부들도 상당수다. 30대 초반의 프리랜서인 주부 박모씨는『은수처럼 능력도 있고 아직 젊은 20대 후반이라면 미련을 두지 말고 새출발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사랑이 식고난 후 서로 증오하며 사는 것보다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다른 30대 전업주부는『만일 남편을 사랑 한다면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내의 사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거짓말」은 새로운 사랑을 만난 홀어머니, 엄마의 새출발을 축복하면서도 서운한 딸, 그리고 거리의 여자와 신문기자의 신분차이를 떠난 사랑 등 여러가지 색깔의 사랑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러나 불륜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한 20대 남성은 PC통신을 통해『이 드라마는 불륜을 미화해 사회적 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아무리 아름답게 묘사해도 불륜은 불륜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영희(윤여정)의 대사처럼 「사랑은 윤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사랑일 뿐」이라는 테마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중앙일보 (1998.07.04.) 기선민 기자 KBS드라마 '거짓말' 팬클럽 출범 움직임 거짓말처럼 왔던, 그러나 거짓이 아니었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못 잊는 사람들. 종영 한달이 지난 KBS드라마 '거짓말'의 동호회가 생긴다. 3월말부터 PC통신 천리안 KBS 드라마네트 (go kdrama)에 모여 '거짓말'에 웃고 울던 시청자들이 정식 동호회 발족을 위해 11일 첫 공식모임을 갖기로 했다. 50여 회원들과 표민수PD, 작가 노희경씨 등이 참석할 예정. '거짓말'에 모이는 관심은 이 드라마를 '컬트'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TV드라마가, 그것도 평균 시청률이 10%대에 불과했던 - 뒤늦은 각광으로 종영 무렵 최고 시청률 18%를 간신히 기록한 - 드라마가 종영 후에도 이러한 열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이다. 그것도 컬트 하면 떠오르는 'X파일', '트윈 픽스' 류가 아닌 남녀의 삼각관계, 불륜 등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말이다. 회원들은 대개 30대 중후반 여성들. 남성회원은 모임을 주도한 이호인 (41) 씨를 포함해 3명뿐이다. 이씨는 "회원들은 단순히 주인공 성우와 준희의 사랑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을 나눠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드라마를 계기로 만났지만 결국은 그런 화두를 자신의 인생에 대입시켜 생각해보려는 이들의 모임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드라마 대본과 방영기간 동안 게시판에 올라왔던 회원들의 감상문을 각각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작가 노씨가 저작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출판사와 협의가 되는 대로 발간될 것 같다. KBS측에 재방영도 건의할 예정. "공부하는 마음으로 썼다. 팬들이 순간적 감흥을 증폭하는 게 아닌가 싶어 차기작을 쓰는데 무척 조심스럽다" 는 작가의 말. '거짓말'은 방송작가와 연출자가 진정한 '작가'로, 드라마가 '작품'으로 인정받는데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 아니라 시청자라는 진실을 보여준 드라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이뉴스24 (2004.11.05.) 배영은 기자 드라마는 끝났어도 마니아는 살아 있다!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드라마' 명작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붙잡는 것일까. 인기 절정의 인기 드라마들이 종영 이후에도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인기 드라마들은 드라마 방영 당시에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자아냈지만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여운을 잊지 못하는 일부 마니아들은 인터넷 팬카페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갖가지 기념 행사를 벌이는 등 아직도 그 드라마 속의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니아들의 열성이 대단한 작품으로는 MBC의 '네 멋대로 해라'와 '다모'가 대표적이다. 최근 종영한 '아일랜드' 역시 막은 내렸지만 시청자들의 식지 않는 열정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지난 90년대에 방영된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도 끊임 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마니아 드라마. 거짓말 마니아들은 매년 정기 모임을 갖는 등 끝없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고복수, 전경, 송미래 2002년 여름 혜성처럼 나타나 '작가주의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네 멋대로 해라'는 '시청률은 높지 않아도 보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컬트 드라마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박성수 PD와 인정옥 작가는 차기작인 '나는 달린다'와 '아일랜드'에서 소수지만 끈끈한 '네 멋대로 해라' 팬들의 지원을 확실히 받았다. 주연배우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팬들은 다른 연기자들과는 다른 독특한 역할을 선보인 세 사람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연기 변신을 지지했고 이에 힘을 받은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에 대한 여운은 종영 후에도 계속 이어져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네 멋대로 해라’ 팬카페는 회원 수가 점차 늘어나 어느새 7만명을 돌파 했다. 아직도 매일매일 끊이지 않고 글이 올라오고 있는 이 카페에서 팬들은 여전히 고복수, 전경, 송미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전과 그 이후로 많은 드라마를 보았지만 아직도 '네 멋대로 해라' 같은 작품은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들은 공동으로 극장을 대여해 전 편 무료 상영회를 갖거나 정기 모임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상영하는 등 드라마의 장면들을 곱씹어보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있다. '네 멋대로 해라'는 이런 열기에 힘입어 DVD 판매에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소장하고자 하는 팬들이 모여 적극적인 공동구매에 나섰고 그런 열정이 최단 기간 3만장 돌파라는 기록을 만들어 낸 것.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15%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당시 '엽기적인 그녀' 이후 최고였다는 판매량은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폐인'들 덕에 '명작'으로 남은 '다모' '다모 폐인'이란 신조어까지 낳았던 '다모' 역시 팬들의 열정이라면 만만치 않다. 생생한 HD 화면에 사전 제작제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국내 TV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무협물에 현대적인 촬영기법을 접목시켜 방영 초반부터 '폐인'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다모' 생각에 잠도 못 이루고 밥도 잘 못 먹겠다던 폐인들 덕에 황보윤 종사관 역의 이서진과 장성백 역을 맡은 김민준은 단숨에 스타의 자리를 꿰찼다. 장채옥 역의 하지원 또한 연기력을 확실히 인정받으며 한 작품을 짊어지고 가는 주연급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방영 중 이미 시청자 게시판의 글이 100만 건을 넘어 화제가 된 바 있던 이 작품은 종영 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게시판 답글이 무려 300만 건을 돌파하면서 그 글의 주인공에게 다모 DVD 세트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벌였을 정도다.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폭발적인 양의 글이 올라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종영한 후에도 글이 끊이지 않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 더욱 화제가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와 같은 '하오체'로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 실생활에서도 말투가 바뀌었다는 웃지 못할 호소를 하는 팬들도 생겼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다모' DVD 역시 '네 멋대로 해라'에 버금가는 판매 성공을 거두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다모' DVD에는 다모 폐인들의 손길이 잔뜩 묻어있어 그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팬들이 주인공들을 직접 그린 '다모폐인 갤러리'와 영상과 음악을 곁들여 팬들이 직접 만든 '다모폐인 뮤직비디오' 등 팬들과 생생히 호흡할 수 있는 메뉴를 첨가한 것이다. 그 동안 삭제됐던 장면을 꼭 보고 싶다는 열화와 같은 요청에 힘입어 이재규 감독이 방영 시간 문제로 편집됐던 분량을 포함해 재편집한 '감독판' DVD로 탄생하기도 했다. 한편 팬들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추석 특집으로 다모 전회가 재방송되자 자발적으로 '다모 어게인 페스티벌'을 벌여 자축하는 등 1년이 훌쩍 지난 후에도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증명했다. '거짓말'이 불러온 드라마 마니아 문화 사실 이런 드라마 마니아 문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거짓말'을 통해서였다. 시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대사들과 이성재, 배종옥, 유호정 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던 그의 작품은 PC 통신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낳았다. 마음 속을 파고드는 노희경 작가 특유의 대사들이 화제가 되면서 김수현 작가 이후 처음으로 팬들이 배우가 아닌 '작가'의 이름을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처럼 팬들이 유난히 열광했던 그의 드라마는 방영 당시 경쟁작에 밀려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소수의 시청자들은 매 회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서 몇 번이나 돌려보는 정성을 기울였다. 또한 명대사와 명장면을 기록해 서로 감상을 나누는 등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유선방송과 케이블 TV의 재방송이나 인터넷의 고화질 VOD 같은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당시엔 좋아하는 드라마 방영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지금보다 더 대단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함께 나누기 이러한 마니아 문화는 드라마를 '그냥 한번 재미있게 보고 잊어버리면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대중 문화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점차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는 게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특히 남들과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감상을 나누는 것은 다른 이들이 농구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함께 하는 것처럼 짜릿한 희열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거진t (2006.09.20.) 조진국 작가 [내 인생의 드라마] 거짓말처럼 꿈이 이루어졌다 <거짓말>이 시작하던 98년만 해도 나는 참 드라마에 참 인색했다. 배우가 맘에 안 든다, 배경음악이 촌스럽다, 1분을 채 참지 못하고 리모콘을 플레이스테이션 키보드처럼 급하게 눌러대는 산만하고 참을성 없는 어린애 같았다. 그러다 지하철 입구에서 아무리 공손히 인사를 하고 전단지를 내밀어도 냉정하게 손길을 뿌리치는 행인처럼 심술궂은 나를 따끔하게 혼이라도 내주듯 가슴을 찌르는 드라마를 만났다. 바쁘게 채널을 바꾸다가 아주 잠깐 리모컨이 멈춘 1분 동안 <거짓말>은 거짓말처럼 내 마음을 붙잡아버렸다. 선인장에 찔린 손처럼 마음이 움찔했다 유호정이 울고 있었다. “준희, 나 안 사랑한다. 걘 나랑 결혼하기도 싫다 그랬었어. 내가 막, 내가 우겼다. 결혼하면 잘해주겠다고 돈도 많다고. 그냥 옆에만, 옆에만 있어주면 된다고 막 꼬시고 졸랐다… 난 있잖아 아직도 준이 보면 설렌다. 3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지금도 걔가 너무 좋아서 가슴이 쿵닥쿵닥해.” 차창에 기댄 배종옥이 술에 취해서 봄을 미워하고 있었다. “난 봄이 싫어, 마음이 너무 설레. 너무 이뻐….넌 남자 아니지. 유부남은 남자가 아니야….” 이성재의 모습이 잡혔다. 탤런트치고는 덜 화려하지만 분위기가 참 좋은 새 얼굴이었다. 불륜이라는 건 모르게 생긴 얼굴이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맘으로 다른 여자를 품고 있었다. <거짓말>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허무맹랑한 연애담 대신에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의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선인장에 찔린 손처럼 마음이 움찔했다. 근데 그 아픔이 좋았다. 계속 아프고 싶었다. 이런 게 드라마에 중독되는 거구나 느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시도 아닌데 소설이 아닌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깊이 움직일 수가 있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날 이후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들마다 “<거짓말>을 봤느냐”는 인사를 꺼내며 나와 코드가 맞고 안 맞음을 가늠하는 표식으로 삼았다. 무엇보다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이 불같이 탐이 났었다. 내 드라마도 누군가에게 행복한 순간을 주기를 2004년, 거짓말처럼 나는 작가라는 소중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6년 3월 <소울메이트>를 썼다. 내가 <거짓말>을 보면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을 그 누군가도 똑같이 갖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마음과 시간을 바쳤다. 노희경 작가님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마라톤 참가자보다 더 길게 뻗은 팬들의 행렬 속에서 이제 와 “나도 거짓말의 팬입니다”라고 손들기엔 좀 쑥스럽다. 2004년 작가로 입문했을 때 내 미니홈피에 올린 아래의 글로 <거짓말>에 대한 헌사를 대신할까 한다. 얄팍한 말로 사람을 농락하지도 않는다. 꽂히는 말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도 않는다. 눈물이 나오면 등을 문질러주고 웃음이 나와도 손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 이런 작가가 버티고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슬픈 유혹.노희경, 당신을 존경합니다. 2004년 3월 5일. 나의 미니홈피에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V리포트 (2007.06.27.) 최정윤 기자 배종옥 "연기 못한다며 노희경작가가 목 졸라" 탤런트 배종옥이 환상의 콤비인 노희경 작가로부터 연기 못한다고 목을 졸려 본 적이 있다고 밝혀 화제다. 배종옥은 26일 KBS 2TV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데뷔후 3년간은 연기를 못한다고 선배들로부터 꾸중을 들어 화장실에서 운 적도 많았다”면서 “연기를 ‘중도에 그만 둘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 이제까지 들었던 말들 중에 가슴에 못이 박힌 말은 뭐냐”는 MC 이휘재의 물음엔 “큰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았는데, 당시엔 내가 생각해도 연기가 미흡했다”며 “나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고 싶다’는 한 시청자의 편지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배종옥의 이같은 답변에 출연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연기에 있어선 ‘달인’ 소리까지 듣는 이의 답치곤 의외가 아닐 수 없었던 것. 이에 배종옥은 드라마 ‘거짓말’ 할 당시, 연기를 못한다고 노희경 작가에게 목 졸려 본 일화를 들려줘 출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연인 즉, 한번은 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키 작은 노희경 작가가 점프를 해 배종옥의 목을 졸랐단다. 그러고선 “연기 좀 잘해요”라고 충고했다는 것. 배종옥의 답변이 히트다. “알았어요.” 이야기상으론 재미있지만 실제 그 같은 상황을 접한 연기자의 입장에선 씁쓸했을 법한 사연. 배종옥은 “내가 연기를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노 작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며 “그랬기 때문에 ‘알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이 전혀 기분 나쁜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엽기행각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손목까지 물려봤다는 것. 배종옥은 “서로 잘 모를 때,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다 기분이 상해 내가 ‘굉장히 잘난 척을 하시는군요’라고 말했었다”며 “그랬더니, 노 작가가 내 손목을 덥석 잡고선 깨물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지금은 어떤 사이냐”는 출연자들의 질문엔 “둘도 없는 친구이고 소중한 사람”이라며 “목을 조르고 손목을 깨물었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단면일 뿐, 실제 성격은 정말 착하고 정이 많다”고 노희경 작가를 평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선 배종옥 외에도 ‘국민언니’로 인기 급주상한 탤런트 하유미가 동반 출연해 ‘내 남자의 여자’에 등장한 화제의 명장면과 남편과의 깨가 쏟는 부부애를 과시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OSEN (2008.06.11.) 최영균 기자 드라마 ‘거짓말’이 변화시킨 한국 드라마의 지난 10년 노희경 극본 표민수 연출의 드라마 ‘거짓말’이 팬과 출연진 스태프들과 함께 오는 14일 방영 10주년 기념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지난 2일은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와 은수(유호정)가 한국 드라마 사상 첫 등장한, 독창적이면서 동시에 시적이고 우아했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한국 드라마는 ‘거짓말’에 의해 더 없이 새로워지고 더없이 풍요로워졌다. 한국 드라마에 ‘작품’이라는 존칭이 자연스러워 진 것은 드라마 ‘거짓말’부터였다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완소 드라마’ ‘명품 드라마’라는 드라마 수식어의 뿌리도, 열혈팬들의 ‘드라마 동호회’의 시작도 모두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드라마 시청 주권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드라마이기도 하다. ‘거짓말’ 이전 한국 드라마에는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평가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보는 시청률 고공 비행의 드라마와 망한 드라마의 구분, 그뿐이었다. 시청률이 낮으면 망한 드라마이고 그런 드라마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모든 사람이 보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로만 몰렸고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이런 드라마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필히 시청해야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 등장한 이후로는 ‘재미’ 외에 드라마 시청의 이유가 다변화됐다. 명대사, 영상미, 차별화된 소재 등 다양한 니즈에 따른, 시청률이 낮더라도 ‘나만의 공감’과 ‘지적인 교감’이 있다면, 시청자의 선택은 정당화됐다. 그렇기에 한국 드라마는 크게 세 명의 작가에 의한 시대구분이 가능해진다. 1960년대 김수현의 등장으로 드라마가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대중문화 오락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1990년대 초 송지나의 ‘모래시계’로 드라마 소재의 벽이 무너졌다. 이어 노희경의 ‘거짓말’로 인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주권이 확립되고 시청률만큼이나 작품성이나 작품의 개성도 중요시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거짓말’은 이후 뻔한 드라마 작법을 탈피하려는 후예들에 의해 그 가치가 갈수록 높아졌다.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의 이경희, ‘부활’ ‘마왕’의 김지우, ‘환상의 커플’의 홍자매 같은 작가주의 성향의 드라마 작가들에게서, 그리고 ‘연애시대’ ‘한성별곡 正’같은 작품성의 작품들에서 그 영향력을 찾아 볼 수 있다. 거창한 의미 부여가 이어졌지만 ‘거짓말’은 1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수많은 명대사가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대사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던 ‘거짓말’의 10주년을 기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성우가 준희에게 성당 고해소에서) 이 곳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며? 너를 사랑한다. 아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D저널 (2008.10.15.) 김고은 기자 [인터뷰]KBS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온 노희경 작가 거칠게 구분하자면, 우리 드라마사(史)는 〈거짓말〉 전과 후로 나뉜다. 그것은 곧 노희경 작가가 13년간 드라마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와 눈높이를 바꿔 온 궤적과도 일치한다. 비단 〈거짓말〉이 1998년 PC통신을 무대로 한 최초의 자발적인 ‘마니아 드라마’로 기억되고, 10년 동안 그 모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를 선택하는데 있어 작가의 이름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설득하는 방식이 반드시 시청률 50%가 넘는 ‘국민 드라마’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꽃보다 아름다워〉를 제외하곤 시청률에서 재미를 본 작품이 거의 없음에도 많은 이들이 노희경의 이름을 알고, 그녀의 드라마를 기억하며,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먹먹함을 느끼는 이유다. 이제 또 한편의 드라마가 우리를 들뜨게 하고 있다. 표민수-노희경 ‘브랜드’가 6년 만에 귀환을 알린 KBS 새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그것이다. 드라마 제작 현장과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릴 이번 작품은 노 작가로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문직 드라마이자, 〈거짓말〉부터 이어져 온 ‘노희경표 드라마’란 꼬리표를 떼는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데뷔 13년 만에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작은 체구 속 그녀의 속내가 궁금했다. 송혜교와 현빈, 너무 예쁜 배우 -대본을 일찍 썼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9월 시놉시스 작업에 들어갔고, 11월부터 대본을 쓰기 시작했어요. 9월 초에 대본을 완성했습니다. 지금은 수정을 보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이게 저의 데뷔 후 13년 동안의 과제였어요. 죽기 전에 100% 완작을 하고 시작하자고 마음먹었거든요.” -특별히 이유가 있었나요. “첫째는 건강 문제예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후반부 1/3 정도는 항상 링거를 맞았어요. 방송을 하면서 쓰면 건강이 나빠지거든요. 또 배우와 스태프들이 가지는 불만 중 첫 번째가 대본이잖아요. 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싶었죠. 이번 작품이 ‘준 블록버스터’라 기존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3배 이상 드는데, 대본을 미리 쓰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장면이 많기도 하고요.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한 컨디션으로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보자는 거였어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하고 싶었던 거죠. 그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이성주 드라마팀장이 대본을 보고 “대중성과 흥행력을 모두 갖췄다”고 하던데. “일단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잖아요. 송혜교랑 현빈, 보면 참 예뻐요. 얼굴도, 하는 짓도 얼마나 예쁜데요. 한번은 혜교가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 하는지 몰랐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 너무 잘 하는 거 있죠. 선배들한테 조언을 듣고 해서 일취월장 하고 있어요. 스물여섯 밖에 안 된 배우의 그런 자세를 보면서 팬이 돼 버렸어요.” -전문직 드라마는 처음이죠?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선배들은 이미 했고, 동료들도 일찍 시작했는데, 내가 늦은 거죠. 필요를 느꼈어요. 시청자들의 구미가 변화하고 있고, 나도 우리 드라마 잘 안 보거든요.(웃음) 그래서 내가 살 길이 뭔가, 공부를 했죠.” -왜 드라마 제작 현장을 선택했나요. “내가 일하는 공간에 대한 감사에 대한 헌사죠.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모르겠더군요. 자료조사를 3명이 반년 동안 했는데, 내가 방송사를 모르는구나, 생각했죠. 그러면서 방송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반성하게 됐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걔들도 별 수 없구나’ 하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어요. 걔들도 똥 싸고, 사랑하고, 상처 받고 하는구나. ‘그들’이 바로 우리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온에어〉와 비교가 됐는데. “표민수 감독과 전문직 드라마를 하자고 한 게 4년 전이고, 방송가를 다루자고 한 건 3년 가까이 됐어요. 〈온에어〉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우리 드라마는 방송사 드라마국의 부장, PD, 조연출과 동료들을 주축으로 해요. 작가도, 배우도 물론 나오고 조명팀, 촬영팀 등 스태프들의 모습도 비춰지죠. 하지만 주된 것은 각각의 스태프라기보다는 ‘왜 우리가 드라마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드라마는 사랑, 우정, 의리를 얘기하잖아요. 과연 드라마를 만드는 우리들은 그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자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라마처럼만 산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링거를 안 맞은 건 13년 만에 처음 -이번 작품은 가볍고 편하게 썼다던데. “제가 좀 무거워요. 그게 과제였어요. 작가는 무겁기도, 가볍기도, 감동을 주기도 해야 하는데, 난 전체적으로 무겁고 재미가 없어요. 작가로서 갈 길이 더 많은데, 안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배웠죠. 배우는 과정에서 좀 더 밝게 쓰고자 한 드라마가 이번 작품입니다.”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더 있던가요. “마음이 훨씬 편안했어요. 쓰면서도 웃은 날이 많아요. 예전엔 운 날이 더 많았거든요. 가벼워지니까, 일단 내가 살겠는 거예요. 드라마를 쓰면서 링거를 안 맞은 건 13년 만에 처음이에요. 가뜩이나 힘든데 그동안 더 힘들게 해서 시청자들에게도 미안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 힘든 사람들에게 신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어요.” -표민수 PD와는 6년 만이네요. “다시 만나선 ‘나 변했지?’ 서로 그랬어요. 서로가 못하는 것에 대해 목록을 만들 듯이 얘기를 많이 하고, 아픈 얘기도 꺼내고, 공부도 했죠. 표 PD와는 거울이 되어 서로의 잘못을 비춰줘요. 공개적으론 서로 칭찬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칭찬할 시간이 없어요. 뭐가 잘못 됐는지 알고 고쳐야 하거든요. 이번 〈그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들이 보면서 표민수와 노희경의 작품이란 걸 모르게 만들고 싶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하나요? “첫째는 자기반성에서 시작해요. 내가 자신을 속이고 있진 않나 계속 점검해요. 철학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철학의 첫째 덕목이 편견을 타파하는 것이거든요. 철학을 책과 경험 속에서 찾고, 마음공부도 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쓴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거짓말〉이 벌써 10주년이 지났습니다. 〈거짓말〉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게 있나요? “얻은 것은 팬과 자신감, 그리고 인기죠. 잃은 것은… 다시 한 번 그 영광을 즐기고자 했던 욕망이 솔직히 있었어요. 한번 히트하면 거기에 안주해서 무너지는 작가들이 많아요. 나 역시 그런 유혹을 많이 겪었고, 아류 같은 작품도 있었죠.” -요즘 봉사활동에 무척 적극적인데, 작품을 쓰는데 영향이 있나요. “있죠. 그동안 드라마를 무겁게 쓴 건 내 아픔만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봉사를 하다 보니 내가 지랄을 한 거지.(웃음) 내가 투정이 많았구나, 어리석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내가 굶어죽는 사람보다는 힘들지 않거든요. 배불러서 그런 거죠. 올해는 특히 북한 문제가 심각해서 JTS에서 한 달에 20일 이상을 일했어요. 그렇게 일하고 힘든데도 링거를 안 맞았어요. 감사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드라마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나 행복해요. 어떻게 나 같은 애가 밥 먹고 살고 있나, 종종 생각합니다. 드라마란 장르에 찬양을 보내야 마땅하죠. 시종일관 감사한 마음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를 쓸 겁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왜 드라마를 안 쓰는지 이상하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V리포트 (2008.10.31.) 이혜미 기자 드라마 팬 열광시킨 배종옥-노희경표 작품 배종옥이 돌아왔다. 여 형사로 분해 종횡무진 브라운관을 누비던 그녀가 가죽잠바를 벗었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벗어나 여배우라는 화려한 옷을 입었다. 단기간 내에 이런 파격 변신이 가능했던 이유. 그만큼 배종옥이란 배우의 연기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런 배종옥의 진가를 가장 잘 살려주는 이는 누가 뭐래도 노희경작가다. 서로의 각본과 연기에 시너지 효과를 내며 환상 호흡을 자랑한 노희경-배종옥 콤비는 드라마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 인해 팬들은 즐겁다. 팬들을 열광시킨, 노희경 배종옥 표 세 작품을 꼽아본다. 무엇이든 최초가 된 드라마 ‘거짓말’ 1998년 방송된 KBS2 ‘거짓말’의 존재는 이질적이다. 당시의 드라마 판에서 ‘거짓말’은 저조한 시청률을 올렸음에도 불구 크게 호평 받았다. 트렌디 물과 뻔한 통속극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중파 컬트 드라마’라는 새 장을 열며 작품만의 개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일명 ‘폐인 드라마’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 방송사상 최초로 드라마 동호회를 탄생시켰으며 이를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가 ‘마니아 문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즉 1세대 폐인드라마의 입장에서 후속주자들의 기틀을 닦아 놨다 평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안에서 배종옥의 존재는 빛났다. ‘불륜녀’로 분했음에도 악하지 않았고, 사랑만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도 않았다. 노희경 작가가 매 작품에서 강조하는 ‘사랑-이해-용서’가 절묘하게 조화되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탄생됐다. 가족 나아가 엄마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 ‘꽃보다 아름다워’ 주로 감각적인 도시여성을 연기해온 배종옥이 2004년 방송된 KBS2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억척스런 이혼녀로 분했다. 생선가게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우리네 ‘어머니’역할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녀는 일상적인 아픔을 겪고 소소한 로맨스도 경험했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가장 ‘노희경스러운’작품이다.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음에도 일반적인 ‘홈드라마’와는 차별화 된. 그럼에도 인간미가 물씬 넘치는 수작이다. 작품은 사람과 사람과의 화해를 그리고 그 안에서 용서를 이끌어내고 화합을 이뤄내며 김명민 한고은 김흥수 등의 스타를 배출해냈다. 비록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배종옥은 극의 중심축 역할을 해내며 작품의 인기에 크게 기여했다. 배종옥을 위한 배종옥에 의한 ‘굿바이 솔로’ “내가 가르쳐 줄까? 진짜 쿨 한 게 뭔지? 진짜 쿨 한 게 뭐냐면 진짜 쿨 할 수 없단 걸아는 게 진짜 쿨 한 거야.” 2006년 방송된 KBS2 ‘굿바이 솔로’에서 배종옥은 ‘쿨한 여자’였다. 그녀가 분한 영숙은 미스터리하지만 가장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은 인물이기도 했다. 세련미로 중무장한 작품 속에서 그녀는 시니컬함으로 아픔을 숨기고 있지만, 과거에 얽매여 눈물 흘리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상처’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완성된 ‘굿바이 솔로’는 새로운 시도로 중무장한 작품이다. 회상과 환상이 존재하고 내레이션 기법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며 실험적이지만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됐다. 그 안에서 배종옥은 나문희와 함께 원숙미 넘치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추 역할을 해내 호평 받았다. 노희경-배종옥 콤비가 다시 돌아왔다. KBS2 월화 극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전작에서 보여줬던 잔잔한 힘을 또 한 번 보여줄 예정이다. ‘신뢰를 주지 않는 배우, 작가’로 정평이 난 두 사람이 또 어떤 감동의 목소리를 낼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아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타뉴스 (2008.11.08.) 김지연 기자 배종옥 "드라마 '거짓말'은 내 연기인생의 전환점" 배우 배종옥이 1998년 노희경 작가와 첫 호흡을 맞췄던 드라마 '거짓말'은 연기 인생의 전화점이 됐다고 밝혔다. 배종옥은 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생방송 연예가중계'에 출연해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배종옥은 "과거 노희경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춘 드라마 '거짓말'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큰 배움이 됐다"며 "내 연기 인생의 전화점이 됐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또 한 번 노희경 작가와 손을 잡은 배종옥은 '거짓말'을 시작으로 그간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등에서 함께 작업했다. 이와 더불어 "혼자가 아니라 딸이 있어 큰 기쁨"이라는 배종옥은 "행복하게 사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즐기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티브이데일리(2010.02.24.) 송승은 기자 노희경 작가 "드라마 '거짓말' 주인공 배종옥 아니었다" KBS 월화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 '거짓말' 대본집을 출간한 스타작가 노희경이 작품을 집필할 때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다고 밝혔다. KBS 월화드라마 '거짓말'(노희경 극본, 표민수 연출)은 지난 1998년 3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방영된 20부작으로 거짓말 폐인을 양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노 작가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내수동 교보문고 본사 지하 1층 문화이벤트홀에서 열린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드라마의 주연배우인 성우 역에 대해 "처음에는 배종옥을 염두 해두고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한 달만을 남기고 배종옥을 캐스팅했다. 그래서 대사를 배종옥씨가 주로 쓰는 말투로 대사를 다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출연했던 유호정은 드라마의 은수 말투와 비슷하다. 말 끝을 올리면서 예쁘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당시 배종옥,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주현, 윤여정, 양희경, 손현주 등이 출연했다. 특히 노 작가만의 직설적이면서 폐부를 관통하는 대사와 문학적이면서 감각적인 문체로 마니아 층을 확보했다. 거짓말 대본집은 1, 2권 두 권으로 지난 22일 출간됐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계일보 (2010.02.24.) 두정아 기자 노희경 "'드라마 폐인' 양산? 금세 식을 줄 알았는데…"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탓에 '노희경 작가가 여자냐 남자냐'를 묻는 네티즌의 질문을 인터넷에서 종종 발견한다. 24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본사에서 열린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마주친 노희경 작가에게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짧은 머리를 고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작가는 "머리가 길면 작품 쓸 때 간지럽기 때문에 제가 못견뎌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늘 단정한 세미 슈트를 즐겨입는 그이기에 성별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체중이 겨우 38kg에 지나지 않는 그는 드라마 '거짓말'을 쓸 당시에는 32kg까지 말라 있었다. 글을 쓰느라 밥을 제대로 못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10여 년 만에 다시 대본을 훑어보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누가 드라마를 위해 사는 사람 아니랄까봐, 소설 등 다른 분야로 큰 인기를 얻더라도 죽을 때 묘비명에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썼으면 좋겠단다. '명품 드라마 작가', '노희경표 드라마', '마니아 층이 두터운 작가' 등 노 작가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그는 오히려 '도대체 그 마니아 분들이 어디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한다. "'노희경표 드라마'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마니아를 겨냥하고 한번도 드라마를 쓴적이 없고 늘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나름 새로운 것을 썼는데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해서 한 때는 가명을 쓰고 활동할까 생각도 했었죠." 때문에 처음 출판 제의가 왔을 때 그는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했다. 출판사에 "나는 시청률이 안나오는 작가다. 책을 내도 안 팔릴거다"라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초판을 3천부 이상 찍지 않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출판사는 노 작가 몰래 초판을 5만부를 찍었고 놀랍게도 그 책은 총 40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노 작가의 첫 출판물인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책이다. 이번 출판물은 지난 1998년 20부작으로 방영된 노 작가의 대표작 '거짓말'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두 권인 이 책은 드라마의 대사와 지문까지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어 '보는 드라마'에서 '읽는 드라마'로 재구성됐다. 드라마 캐스팅에 대한 비화도 깜짝 공개했다. 노 작가는 "처음 주인공에 배종옥이 아닌 당대 최고였던 황신혜를 염두해 두고 썼었다"며 "배종옥이 캐스팅 된 후에는 대사를 그에 어울리게 다 고쳐썼다"고 전했다. 당시 도시적이고 커리우먼 역만 맡았던 배종옥은 멜로 연기가 처음이었다. 연기하면서 한번도 우는 신을 촬영해 본 적이 없는 배우였다. 파격적인 캐스팅이었지만 그때의 만남으로 노 작가와 배종옥은 지금까지 '최고의 콤비'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거짓말'은 '드라마 폐인'을 양산해낸 원조격인 작품이다. 드라마 '거짓말'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벌써 12년간 그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만 반짝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종영 후에도 끊임없이 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고 다양한 그들만의 콘텐츠를 양산해낸 것이다. 노 작가는 "팬카페가 생겼다길래 (종영 후에) 금세 없어질 줄 알았다"며 "아직도 모임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삶과 사랑, 인간을 그려내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노 작가에게 '막장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막장'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재밌다"며 운을 뗀뒤 "옛날에는 솔직히 머리가 아파서 안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보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금방 가는 게 재밌더라. 어쩌면 내가 팬서비스가 모자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각박한 세상에서 각박한 얘기만 하면 보는 이들도 힘들기 때문에 된장국을 엷게 푼 느낌이 드는 순한 드라마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내 드라마는 내가 봐도 머리 아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 부는 '사극' 열풍에 대해서는 "사극은 텍스트도 있고 소스가 있어 갈등을 만들 요소가 많다"면서 "사극을 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데 같은 작가로서 사극 쓰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중에 더 늙어서 한 5년 칩거하며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희경은 지난 1995년 '세리와 수지'로 데뷔했으며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화려한 시절', '바보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와 대본집 '그들이 사는 세상'을 펴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스엔 (2010.02.24.) 김소희 기자 노희경 "거짓말 집필 당시 32kg, 죽을 것 같았다" 심경고백 노희경 작가가 '거짓말' 대본집 출간 당시를 회고했다.노희경 작가는 2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내수동 교보문고 본사 지하 1층 문화이벤트홀에서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노 작가는 '거짓말'을 대본집으로 다시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집필 당시가 고스란히 생각났다고 고백했다. 노희경 작가는 "오기 전에 몇장 읽었는데 짠했다"며 "집필 당시 몸무게가 32kg으로까지 빠져서 내가 저거 쓰다가 죽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내용을 읽으니 그 당시가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왜소한 체구의 노희경 작가는 "지금은 38kg이 나간다"며 "많이 좋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노희경 작가는 또 '거짓말'에 대해 "젊은 날 아니면 언제 한번 미쳐보겠나는 생각이 들어 가끔 그립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노희경 작가가 대본집을 출간한 것은 지난 10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대본집을 출간 이후 두번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출간 3개월만에 1만 5천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노희경 작가는 그동안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 드라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을 보여줘 많은 마니아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1998년 방영된 '거짓말'은 우리나라 최초의 '마니아 드라마' 로 평가받은 작품으로 이후 '노희경 표 드라마 폐인'을 양산했다. 출판을 담당한 북로그 컴퍼니는 3월 노희경 작가의 새로운 단편모음집과 함께 몇몇 유명 스타 작가의 드라마 대본집을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텐아시아 (2010.02.24.) 위근우 기자 노희경 “각박한 세상엔 살짝 푼 된장국 같은 글을” 24일, 서울 교보문고 본사 문화 이벤트홀에서는 KBS < 거짓말 > 대본집 출간을 기념해 노희경 작가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미 지난 해, 노희경 작가의 전작 KBS < 그들이 사는 세상 > (이하 < 그사세 > )의 대본집이 발간되긴 했지만 이번 < 거짓말 > 대본집 출간의 의의는 좀 더 각별하다. 1998년, < 거짓말 > 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자칫 빤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섬세하고도 절절한 진짜 사랑의 감정으로 표현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 거짓말 > 의 팬들은 PC통신을 통해 국내 최초로 드라마 동호회를 만들었다. 시청률만이 유일한 가치이던 시절, 그것과 별개로 강력한 팬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 거짓말 > 은 드라마도 예술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노희경이라는 새로운 거장의 등장을 알렸다. 드라마 종영으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 거짓말 > 이 책으로 정식 출간되는 것은 이 작품과 노희경 작가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과 관심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Q .결국 대본이란 화면을 위한 작업인데, 그것과 별개로 책이 나오는 게 영광인 한 편 어떤 아쉬움을 줄 수도 있을 거 같다.노희경 :그런 생각이 있어서 제안을 받아도 책을 여태 안 냈다. 우리는 드라마의 베이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대본 자체가 작품은 아니지 않나. 이건 화면으로 봐야하는 것이지. < 그사세 > 대본집에도 썼지만 읽는 사람이 화면으로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배우들이 돋보인다는 뜻이니까. 그러면서 한 편으로 마음이 편해진 게 있다. 대본집으로 보는 게 별로라면 배우가 잘 한 것이니 그들에게 공이 돌아가면 되고, 좋다고 느끼면 좋은 작품의 베이스라 그렇다고 하면 되고. " < 거짓말 > 을 쓸 때는 미쳐 있었다" Q .벌써 12년이 지났는데 지금 < 거짓말 > 대본을 보니 어떤가. 노희경 :오늘 몇 장 읽었다. 좀 짠하더라. 사실 < 거짓말 > 은 매 년 한 편 정도는 봤다. 한 3년 동안은 풀로 봤는데 그 이후부터는 1년에 한 편 정도 본다. 이번엔 19부, 이번엔 3부, 이런 식으로. 그런데 되게 묘한 게 그걸 보면 쓰던 당시로 돌아가는 거 같다. '저건 유치하네, 저건 너무 울었네. 저긴 대사가 늘어지네'라고 생각하는 건 잠깐이고 그 때 배우들 고생한 것이 생각난다. 내 대본엔 감정 지문이 많은데 배우들은 그런 거 처음 받아봤을 거다. 그래서 배우들이 당황해하던 모습, 작가가 감정을 다 컨트롤하는데 자기들은 그걸 더 컨트롤해야 해서 괴로워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짠하다. 또 서른두 살 나로 돌아가서 짠하고. 지금 내 체중이 38㎏인데 그땐 32㎏까지 떨어졌다. 정말 드라마 쓰다 죽지 않나 싶을 정도로 주위에서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었다. Q .그래도 지금 보니 작가로서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 노희경 :가장 먼저 단점이 보인다. 그때는 너무 개개인 캐릭터에 빠지다보니까 담백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끈적끈적하다. 신 넘어가는 속도라거나 대사 같은 것들이 정제되지 않아서 그런 걸 지금 보면 창피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좋은 건, 젊은 날 아니면 언제 그렇게 미쳐보겠나 싶은 거고. Q .그런 자기반성이 작품 활동에 영향을 주나. 노희경 :항상 지난번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챙긴다. 그걸 나중에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하고.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소재가 생각난다. 배우나 스태프들이 '이것 재밌었다, 이건 별로였다'고 모니터 해주는 걸 귓등으로 안 듣고 다 모은다. 가령 < 그사세 > 같은 경우에 젊은 캐릭터들이 신선했다고 하면 그건 살리고, 대신 작품이 정신없고 너무 전문적이라 보는 사람이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하면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Q .그것이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 그사세 > 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노희경 : 이번에도 새로 쓰는 게 세 자매와 젊은 엄마와 늙은 할머니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떵떵 거리고 산 것까지는 아니었어도 나름 전문직 여성이었던 사람들이 낙향한 이야기. 사실 나는 < 내가 사는 이유 > 나 < 화려한 시절 > , < 꽃보다 아름다워 > 처럼 서민이나 어르신들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 그사세 > 에는 그런 게 없었다. 대신 템포도 빠르고 전문적 용어 때문에 시청자가 보기 힘들고. 그런 면에서 새 작품에선 < 그사세 > 에선 볼 수 없던 노희경의 예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번엔 캐릭터가 좋다. 대본 안에 대장장이 문씨 아저씨란 분이 있는데 이 분 장면을 쓸 땐 그냥 '문씨 아저씨가 앉아있다'라고만 써도 좋다. 또 나문희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는 할머니의 경우, '할머니 밭일 나간다, 상추 뜯는다'라고 생각만 해도 좋다. 어제도 밤 10시 넘어서까지 대본을 썼는데 지금 작품 쓰는 얼굴 아닌 거 같지 않나. 이번 작품은 생기를 준다. "내 작품에 많다는 마니아들 다 어디 있는 걸까" Q .< 거짓말 > 마지막 회에서 "그들도 모두 잊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작가 본인도 자신의 작품들을 잊지 못하는 거 같다. 노희경 :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사귀었는데 잊은 사람도 있다. 어떨 땐 이름도 잊는다. 그런데 내가 쓴 작품은 다 기억을 한다. 작품 할 때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어서 그런지 잊지 못한다. 그런 게 좋다. 내 시간을 기억해주고 힘들 때 스스로 독려할 수 있는 게. Q .그렇게 소중한 작품의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을 땐 속상할 거 같다. 물론 마니아들의 찬사가 뒤따르긴 하지만. 노희경 : 그건 속상하지. 장사를 하려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품이 안 나가면 당연히 장인의 입장에서 속이 상하는 거 같다. 다만 그게 오래가진 않는 거 같다. 글을 쓸 때 시청률이 몇 프로 나올지 고민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처럼 이미 결과가 나왔을 때 그걸 가지고 자책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거 같다. 예전에는 서너 달 씩 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빨리 잊는다. 사람들이 너는 참 상처를 안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 작품에 마니아가 많다는데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웃음) Q .본인은 고민하지만 항상 방송국에서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내세운다. 부담도 되겠다. 노희경 : 그냥 한다. 울며불며 그냥 가는 거지. 작년에 처음으로 18㎞ 정도를 걸어봤는데 울면서도 가고 욕도 하고 여기 왜 왔나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가기로 했으니 가게 된다. 어떻게 시종일관 자신을 믿겠나. 그냥 순간순간 가는 거지. 다만 이건 믿는다. 시청률이 나오든 안 나오든 나는 엔딩은 쓴다. 그건 믿는다. 방송은 끝이 난다. 그 이후는 모르지만, 울고불고 간다. Q .어쨌든 당신의 작품은 모두 노희경 표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과연 노희경 표 드라마란 무엇인가. 노희경 : 모르겠다, 나도. 내가 만든 말이 아니다. 그건 만든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진짜 생각 안 해봤다. 마니아 드라마 쓰겠다는 생각 단 한 번 없이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썼는데 결과가 그렇게 되어서. (웃음) 또 내가 내 걸 명품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사는 사람이 명품이다 저질품이다 판단하는 거지. < 거짓말 > 하고 나서 그런 말 하도 들어서 < 바보 같은 사랑 > 할 땐 아예 이름을 노경희로 바꾸려고 했다. < 거짓말 > 이랑 비교할까봐. 그런데 국장님이 '다 파고들면 또 알아. 네가 감당해야 될 몫인 거지'라고 하셨다. 지금은 별로 상관 안 한다. 나는 계속 새로운 걸 쓰겠다고 쓰는데 계속 똑같다고 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어떨 땐 기분 좋게 들리기도 한다. "묘비에 드라마 작가라고 써주면 좋겠다" Q .그래도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자주 듣는 입장에서 소위 막장 드라마를 보면 어떤 느낌인가. 노희경 : 막장이라는 말도 재밌다. 그걸 누가 만들었지? 옛날에는 솔직히 막장 드라마를 안 봤다. 머리가 아파서. 그러다 최근에 그래도 사람들이 보는 이유가 있을 거 같아서 공부삼아 봤는데 재밌더라. 시간이 금방 간다. 이건 이것대로 선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드라마는 내가 봐도 어떨 땐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팬 서비스가 모자라다는 생각도 들고. 다만 세상이 각박할 때 각박한 얘길 하면 더 힘들지 않나. 이럴 땐 좀 순한, 살짝 푼 된장국 같은 글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Q .막장 드라마 뿐 아니라 일본 원작에 기댄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노희경 : 상당히 걱정스럽다. 일본 작가를 비롯한 아시아 작가들과 세미나를 두 세 차례 열었는데 그 작가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게 우리 한국 작가들이다. 왜냐면 원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의 7, 80퍼센트가 원작 작가다. 미국 작가 위치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이유가 그거다. 그쪽은 작가가 거의 100퍼센트 원작자다. 그래서 엄청난 파워를 갖고 포지션도 굳건한데 그 다음이 우리나라다. 그에 반해 일본 작가들의 7, 80퍼센트는 만화나 소설 원작을 각색한다. 몇 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산업화와 함께 그렇게 된 거다. 그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당부하는 게 원작자로서의 위치를 놓치지 말라는 거다. 한류는 있지만 일류는 없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만화 시장에 점령당해서다. 한류 드라마의 베이스는 결국 창작인 건데 그게 없어지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일본 만화는 컷이 참 빠르고 재밌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그건 장점이지만 그 장점 하나 때문에 창작을 포기하는 건 문제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후배들이 문학성이나 창작성을 지켰으면 좋겠다. 다들 잘 쓰는 만큼 자기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Q .창작자로서의 자의식을 이야기했는데 혹 영상 베이스의 대본집이 아닌 소설집 같은 걸 써볼 생각은 없나. 노희경 : 전혀 생각 없었는데 나이 들어 일거리가 떨어지면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전공 자체는 산문학인만큼 산문이나 시에 대한 욕구가 있다. 적어도 드라마 쓰는 열정만큼은 가지고 쓰겠지. 하지만 지금은 대본 쓰는 게 더 재밌다. 어르신 배우들이 대사 치는 건 글로서는 맛이 안 난다. 그런 작업의 베이스를 만들어주는 게 스스로 기쁘고 좋다. 혹여 내가 소설 하나를 빵 터뜨려도 묘비에는 드라마 작가라고 써주면 좋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스엔 (2010.02.25.) 김소희 기자 노희경 “거짓말 주인공, 원래는 배종옥 아니었다” 노희경 작가가 캐스팅 관련 비화를 공개했다. 노희경 작가는 2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내수동 교보문고 본사 지하 1층 문화이벤트홀에서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998년 3월 방영된 20부작 드라마 '거짓말'은 배종옥 이성재 유호정 주연으로 최초의 '마니아 드라마' 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많은 '노희경표 드라마 폐인'을 양산시켰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팬카페가 만들어진 드라마기도 하다. 특히 여주인공 성우 역의 배종옥은 이성재와 절절한 멜로 연기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노희경 작가는 "원래 내가 성우 역으로 염두에 뒀던 배우는 배종옥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노 작가는 "배종옥의 캐스팅은 촬영 한 달 전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결국 성우의 대사를 배종옥에 맞게 전부 고쳐야 했다"고 털어놨다. 노희경 작가는 "당시 배종옥은 굉장히 도시적이고 커리어 우먼 역할만 했었지 멜로 역할은 어울리지 않았다"며 "'거짓말'이 그녀의 첫 멜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캐스팅된 데다 하지 않았던 멜로 연기를 소화해 내야했던 배종옥은 매번 엄마 역으로 출연한 윤여정에게 가서 엉엉 울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노희경 작가는 "배종옥이 나에게 '드라마에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며 내게 '안약을 써도 되요?'라고 물었다.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그 황망해하던 얼굴이 생각난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노희경은 또 "요즘도 가끔 거짓말을 돌려보는데 보다보면 그 때 배우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던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노 작가는 "배우들이 그렇게 감정지문이 많은 대본은 처음 받아봤을 거다"며 "배우들이 당황해하던 생각이 나고"라며 회상에 잠기듯 말했다. 노희경 작가는 "배우들이 남녀할 것 없이 너무 울어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었다"며 그 때가 생각나서 짠하다고 말했다. 노희경 작가가 대본집을 출간한 것은 지난 10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대본집 출간 이후 두 번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출간 3개월만에 1만 5천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주목받았다. 노희경 작가는 그동안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 드라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을 보여줘 많은 마니아팬을 확보하고 있다. 출판을 담당한 북로그 컴퍼니는 '거짓말'에 이어 오는 3월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단편을 모은 대본집을 새로 출간할 예정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데일리 (2010.02.25.) 김은주 기자 노희경,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굶어도 쓰고, 죽어도 쓰고… 이게 마지막이라도 쓴다는 다짐으로 잠도 청하지 않고 미친듯이 글만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아프면 엉엉 울기도 많이 했다. 이제는 지쳐 울지도 못하는데 그때는 젊었기 때문에 눈물도 넘쳐났다. (중략) 미치게 사랑하고, 죽어라. 사랑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부족함 없이 사랑하면 후회도 미련도 없다. 나는 <거짓말>을 그렇게 사랑했다." - 서문 중 인간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사랑의 가치를 어루만지는 사람 냄새 나는 작가 노희경. 그녀가 지난해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집을 출간한 이후 22일 <거짓말>로 두번째 대본집을 출간했다. 노희경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음이 짠하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거짓말’을 쓸 당시 몸무게가 32kg이었다”며 “이거 쓰다가 정말 죽겠다 싶었다. 대본집을 보니까 굶으면서 글을 썼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보니까 단점도 보인다”며 “캐릭터 만들기에 빠져있던 때라 담백하지 않고 끈적거린다. 언어들이 정제되지 않아 창피하기도 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그때가 아니었으면 언제 그렇게 미쳐봤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8년 출간된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는 40만부가 팔렸다. 노희경은 “소설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으면 더 나이가 들어 일거리가 없어지면 써도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 시와 소설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드라마를 통해 ‘글쓰기의 자유’를 깨닫고 드라마 작가가 됐다. 노희경은 “소설을 쓴다고 해도 드라마 쓰는 열정만큼 들여서 쓸 것 같다. 전에는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는데 요즘은 드라마 서문을 쓰면서 산문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아직 제일 재밌는건 드라마다”라며 “배우와 감독이 색칠하는 과정을 보는게 행복하다. 배경과 연기가 더해져 완성된 작품을 사랑한다. 만약에 소설가로 크게 이름을 날려도 묘비에는 꼭 드라마 작가라고 할거다”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글을 쓰는 부담간에 대해서는 “자신을 100프로 믿거나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딨겠나”라며 “작년에 18km를 걸었는데 그저 가기로 했으니까 간거다. 힘들어도 울고 화내면서 간다. 불신이 와도 종착역까지 가는게 중요한거다. 내가 나에대해 단 한가지 믿을 수 있는건 노희경은 어쨌든 앤딩은 쓴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희경은 ‘거짓말’ 동호회에 대해 “처음에는 신기했고, 금방 없어질지 알았다. 그런데 11년, 12년 계속되더라”며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들이 ‘거짓말’을 마음속에서 훌훌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건가 싶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새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세자매와 젊은 엄마, 늙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전문직 여성이 낙향한 이야기다. 서민냄새도 나고 멜로도 있다. ‘그사세’나 ‘굿바이 솔로’ 보다는 끈적한 이야기가 될 거다. 원래 내가 쓰던 스타일로 돌아갔다. ‘꽃보다 아름다워’ 냄새가 날거다”고 소개했다. 한편, 노희경은 1995년 <세리와 수지>로 데뷔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거짓말>로 이름을 알리며 이후 <내가 사는 이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화려한 시절>,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등을 통해 수많은 마니아를 형성하며 ‘명품 드라마 작가’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중앙선데이 (2010.02.27.) 정형모 기자 ‘거짓말’의 힘 ‘그들 중 누구도 서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행복했다, 거짓말처럼.’ 생각나십니까. 1998년 6월 12일 막을 내린 KBS-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문득 성우(배종옥)가, 준희(이성재)가, 그리고 은수(유호정)가 눈앞을 스쳐가네요. 방송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드라마, 아직 살아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매년 ‘정모’를 가져온 동호회가 여전히 활동 중입니다. 방송 11주년 기념 모임이 지난해 9월 12일 있었군요. 당시 “국내 최초로 컬트 드라마가 탄생했다”고 리뷰 기사를 쓰고, 그해 7월 PC통신 천리안 소모임이 주축이 된 첫 기념모임에 참석했던 저로서도 드라마 사랑이 이렇게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습니다. 24일 교보문고 본사 문화이벤트홀에서 대본집 『거짓말 1, 2』(북로그컴퍼니) 출간기념회가 있었습니다. 노희경(44,사진) 작가가 나타났습니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였습니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방송이 끝나면 사람들 뇌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TV 드라마의 속성이거늘, 왜 사람들은 여태껏 이 드라마를 못 잊는 걸까요. 작가가 말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매년 한 편 정도는 본다. 볼 때마다 짠하다. 배우들이 감정을 컨트롤하느라 괴로워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짠하고, 체중이 32㎏까지 떨어질 정도로 고생하며 쓴 당시가 생각나서 짠하다. 그래도 젊은 날 아니면 언제 그렇게 미쳐보겠나.” 노회한 서른두 살 작가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박박 긁어낸 ‘사랑에 대한 참회록’. ‘언제나 울 준비가 돼 있는 선인장’에게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다가’오고, 이별의 아픔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지만 ‘계절처럼 사랑은 다시 또 온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 대사가 허공이 아닌 PC통신 텍스트로 남을 수 있었던 수혜를 넘어 이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깃을 잡아당기는 이유가 있다면, 이제는 지나가버린 우리 젊은 날에 바치는 한 편의 송가(頌歌)이기 때문 아닐까요. 누구도 서로를 잊지 않고, 그 기억 때문에 행복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경향 (2010.03.01.) 박은경 기자 12년 만에 책으로 엮어진 드라마 ‘거짓말’ 대본 모두가 드라마를 본다고 말할 때, 그녀의 드라마는 읽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바보 같은 사랑' '굿바이 솔로'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최근 드라마 '거짓말'의 대본집을 발간했다. 지난해 10월 펴낸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집에 이어 두 번째다. 현빈과 송혜교가 진짜 사랑에 빠진 작품인데다, 섬세하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대사는 결혼도 안한 노희경 작가를 '연애 박사'로 불리게 했다. 대본집 '거짓말'의 출간은 또 다른 의미다. 1998년 방송됐으니 이미 10년이 넘은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팬들을 모이게 하고, PC통신에서는 팬클럽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최초로 마니아 드라마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드라마다. 배종옥·김상중·추상미·유호정·김태우 등이 주연한 이 드라마는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넌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날 어떻게 잊을래' '사랑은 또 와. 사랑은 계절 같은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명대사들이 대본집에 담겨 당시 감동을 되살린다. 또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마니아들도 모르고 있던 방송 당시의 시놉시스도 실었다. 노희경 작가는 "당시 방송국에서 만류했고, 동료 작가들도 자기만족과 드라마를 구분하지 않는 초짜라고 질타했다. 표민수 감독에게 '이 글 때문에 내게 두 번 다시 일감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나는 상관없어. 그냥 쓸거야'라고 했더니 표 감독이 조용히 손을 잡아줬다. 당시 우리는 생계를 무시해도 될 만큼 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거짓말'로 영원한 파트너 표민수와 따뜻한 동료 기민수(당시 조연출, '굿바이 솔로' 감독), 절친 배종옥을 얻었다. 집필부터 방영까지 1년간 그만큼 얻었으면 나는 마음의 부자가 아닌가 싶다"는 말로 의미를 전했다. 북로그컴퍼니, 전 2권, 344~368쪽, 각권 2만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헤럴드경제 (2010.03.02.) 서병기 기자 노희경 두번째 드라마 대본집 ‘거짓말1, 2’ 출간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대본집 ‘거짓말’(전2권.북로그컴퍼니 펴냄)이 출간됐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이어 두번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출간 3개월 만에 1만 5천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드라마 팬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바 있다. ‘거짓말’도 노 작가의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 못지않은 관심을 예고하고 있다. 작품 자체가 주는 의미도 크지만, 상황 설정이 전달하는 미학적 가치가 뛰어나고 영혼을 울리는 명대사들로 채워져 있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신마다 사연 있는 아픔과 지독한 사랑을 명대사들로 꽉 채운 ‘거짓말’ 대본집은 ‘보는 드라마’의 기쁨을 넘어 ‘읽는 드라마’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대사에 밑줄을 그어 가다보면 어느덧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강한 흡인력과 특유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20부작을 1권 9회, 2권 11회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된 ‘거짓말’ 대본집은 사랑, 우정, 믿음, 멜로, 불륜, 이별, 휴머니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하며, 사랑이 감추고 있는 ‘거짓말’ 속에 담긴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거짓말’은 ‘국내 최초 마니아 드라마’, ‘PC 통신에 팬클럽이 만들어진 신화적인 드라마’,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팬들을 모이게 하는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노희경의 대표작이다. 책에는 ‘거짓말’을 향한 노희경의 애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작가는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마니아들도 모르고 있던 방송 당시의 시놉시스를 대본집에 실었다. 제목을 포함한 명대사들을 직접 붓을 들고 손으로 써내려갔다. 대본집을 준비하며 느꼈던, 작품에 대한 새로운 감정이 서체에 오롯이 녹아 있기에 노희경의 ‘거짓말’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방영 당시 화제가 되었던 비평과 언론 기사를 정리한 출판사의 편집이 덧붙여졌다. “내가 한 사랑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하게 사랑했으면, 한 명이라도 더 진짜 사랑을 했으면….” 하는 노희경의 바람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희경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전 드라마를 책으로 만든데 대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3년 동안은 매년 전편을 봤고, 그 후로도 매년 한편 정도는 챙겨봤는데, 볼 때마다 내가 드라마를 쓰던 32살로 돌아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동아일보 (2010.03.12.) 윤여수 기자 [잇 북] 거짓말 1·2 저자: 노희경 지음 출판: 북로그컴퍼니 펴냄 가격: 각권 2만원 1998년 방송돼 많은 마니아들을 형성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지난해 나온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이은 두 번째 대본집. 배종옥, 이성재, 유호정, 김상중 등이 출연했고 표민수 PD가 연출한 ‘거짓말’은 노희경 작가의 명대사가 빛을 발하며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랑과 우정, 믿음과 이별, 인간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시청자들의 감성에 깊이 다가갔다. 이번 대본집에는 최초로 드라마 시놉시스가 실려 ‘거짓말’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획 및 제작 의도는 물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심리, 의미 등을 세밀히 작성한 작가의 정성도 가득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채널예스 (2010.04.14.) [작가와의 만남]설레고 아프고 잠 못 들면서 하는 질문, 사랑이 있어? - 『거짓말』 노희경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찾는 것이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각자 어디서 위로를 구하고 살아가는지,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참 희한하게도, 노희경 작가를 쳐다보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앉자, 세월이 후루룩 뒤로 물러나 문학소녀 내지 문학 처녀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됐다. 그리고 작가에게 담배는 ‘맛난’ 무엇이었다. “미혼이라고는 해도 말하자면 그녀도 아줌마 나이건만, 어쩌면 그런 기미는 한 톨도 없고 오로지 젠더를 초월한 ‘작가의 세포’로만 구성됐는지, 감탄하며 보낸 한 시간 반이었다.” 3월 27일 대본집 『거짓말』 발간에 즈음해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4층 대강당에서 있은 노희경 작가와의 만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렇다. 1999년 드라마 <거짓말> 방영 당시에 컬트 드라마로 불리며 소수의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던 그 아우라가 여전히 기세등등하며, 더 깊어지기까지 한 느낌이랄까.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 작가를 형성하기 위해 딱 필요한 정신과 몸만 남기고 다 버린 사람 같이 ‘보였다’. 자그마한 키와 더 자그마한 체구, 여분의 살 같은 건 몸에 붙여 두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듯이 ‘보였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으로 가득 찬 덩치 큰 필자는 좀 압도됐다. 긴장하고, 자극받았다. 거짓말…… 이게 무슨 위로가 돼 사실은 행사장에서 필자는 좀 소외감을 느꼈다. 많은 기억이 깊이 가라앉거나 머리 밖으로 휘발돼 버려서 당시에 <거짓말>을 보았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보았더라도 기억나지 않고, 두어 해 전부터 몇 가지 사정으로 텔레비전을 없애 버리고 사는 형편이라, 달랑 두 권짜리 『거짓말』을 읽고 간 생 초자로서는 뭔가 일심동체 같이 뭉쳐진 분위기에서 겉도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낀 다른 세상의 사람 같은 기분. 그래서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관찰할 수 있기는 한 것 같다. 행사는 미리 독자들이 올린 질문에 대해 작가가 답하고, 현장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담배, 맛있다.” “연애, 연애 안 하고 뭐 하나. 가족이든, 선후배든, 친구든 누구와도 연애하라. 사랑 없이 살면 팍팍할 것 같다. 사랑은 밥, 고기, 물, 자연과 비슷하다.” “인물 연구, 우리 엄마만 파도 백 명은 나온다.” “<그들이 사는 세상>엔 그들만 있었다는데, 적절한 비판이다.” 이런 식이었다. 개중엔 길게 답한 것도 있지만 단답형도 많았다. 첫 질문과 대답부터 콕 와 박혔다. 담배라……. 언젠가는 피워 보리라, 하고도 시도해 보지 못한 백 가지 중 하나가 필자에게는 담배다. 매우 평범한 엄마, 주부로 살면서 어영부영 지나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맛있다’는 단어에 대해 여러 느낌이 오고 갔다. 참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이라는 느낌, 진실로 연애 지향적이라는 느낌, 그럼에도 외로운가 보다는 느낌, 어울린다는 느낌, 좀 끊으면 어떤가 하는 오지랖 섞인 느낌. 책 속에 그런 대목이 있었다(이날 어떤 독자도 질문했던 내용). 성우의 엄마 영희가 딸에게 “넌 담배 배우지 마. 몸 상해.” 하자, 성우가 “몸 상하는 줄 알면서…… 엄마도 그만 펴.” 하고, 영희는 “난 필란다. 가끔은, 위로가, 되거든.”이라고 답한다. 그날 밤 깊은 시간에 성우는 혼자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보다가 비벼 끄고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 이게 무슨 위로가 돼.”(pp. 165~166)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찾는 것이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각자 어디서 위로를 구하고 살아가는지,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참 희한하게도, 노희경 작가를 쳐다보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앉자, 세월이 후루룩 뒤로 물러나 문학소녀 내지 문학 처녀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됐다. 그리고 작가에게 담배는 ‘맛난’ 무엇이었다. 손목 돌아가게 글 써도 즐겁다 많은 질문이 휙휙 지나갔고, 대답도 휙휙 지나갔으며, 꽤 넓은 강당에서 작가의 말이 백 퍼센트 청명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메모를 한 것도, 못한 것도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친구인 배종옥 씨(<거짓말>의 ‘성우’ 역이었다)에 대한 찬양,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회였다. 배종옥 씨는 지금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동숭아트센터 동숭홀, 2010/03/19 ~ 2010/05/23)에서 블랑쉬로 열연 중이다. “배종옥 씨가 연기를 한 지 25년이다. 그녀에게 6년 차 관계자가 ‘지루한 블랑쉬’라고 했단다. 그날 맥줏집에 다 모였을 때 그녀가 말했다. ‘나는 배종옥이다. 나는 내가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운다. 가르쳐 달라. 그 정도 일로 나는 떠나지 않는다’라고. 정말 멋있지 않은가. 나는 배종옥 씨가 친구인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노희경 작가는 목소리를 떨어 가며 말했다. 조심스럽게 작가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한 분야의 일을 계속하다 보면 ‘다 안다’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실제로 가장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 자칫하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너나없이. 그러나 25년 차 배종옥 씨는 그런저런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야말로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에게 ‘다 안다’ 싶은 사람들이 쉽게 입을 대기도 하겠지만, 그러니 어찌 됐든 속도 상했겠다 싶지만 그래도 배종옥 씨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여전히 타오르며, 그토록 사랑해 주는 노희경 작가 같은 친구가 있으니까. 이어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했다. “나는 글쓰기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한다. 그런 말 하는 걸 ‘복 나갈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오고 싶어 애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엄마 식으로 표현하면 ‘입으로 초사를 떠는 것’이다. 이 일로 먹고사는 게 해결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누구나 힘들게 먹고산다. 나는 작품을 쓰면 살이 빠진다. 하지만 이 정도 안 힘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듭 태어나도 이 일을 하고 살련다. 사람들이 글 쓰는 일이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다. 지들끼리 해 먹으려고 하는 말이다.” 마지막 대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그렇겠구나. 청중 중에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 같았고, 글쓰기에 대한 이 말은 청중 속으로 쏙쏙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글쓰기가 쉽겠는가. “지난달에 2,000장을 썼더라. 손목이 돌아갔다. 업무 강도가 낮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게 스트레스여서는 안 된다. 스트레스를 자랑하는 건 아마추어다. 재미로 받아들여라. 즐기지 않으면 못한다. 내가 40킬로그램이 못 나가는데, 몸무게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지 않다. 돈을 벌고자 하면 그 정도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일이 잘 안될 때는 설거지를 하거나 칼을 간다(!). 그리고 속옷을 빨거나 스트레칭을 한다는 노희경 작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글이 안 써진다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 친구에게 전화로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다. 계속 썼는데 진척이 안 되더라는 이야기 중 반 이상이 인터넷을 하느라 그런 거더라. 안 쓰고, 못 썼다고 한다. 그렇게는 하지 마라”라고 작가가 말하는데 찔리는 건 또 뭔지. 글 쓸 때 이것만은 하지 말라는 게 있단다. 글 쓰는 게 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타이틀에 매이지 말라는 것. 이해는 한다고 했다. 작가라고 폼 좀 잡고 싶은 욕구가 왜 없겠느냐고. 하지만 작가도 노동자라고 했다. 청소하는 분이 그 일로 먹고살듯이, 작가는 자기 재주껏 글을 써서 먹고살 뿐, 노동에 우위가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했다. “작가는 벼슬아치가 아니고 직업의 이름일 뿐이며, 오히려 바닥으로 내려갈수록 살아남기가 좋은 직업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맞추기 싫으면 마는 거지.” 불륜 이야기가 아트일 수 있는 이유 작가 이야기 중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이런 것이다. 후배들에게 ‘사건’ 위주가 아니라 ‘사람’ 위주로 쓰라고 조언한 것. 스토리 위주로 끌어가려다 보면 소위 막장 드라마로 가기가 쉽다고 했다. 왜냐하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야깃거리라는 게 한정적이므로. 셰익스피어가 그랬단다. 인류에게 36가지 외에는 이야기가 없다고. 그런데 사람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사건에서도 성격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온갖 감정들이 들고난다고 했다. “사람은 60억 명이 다 다르지 않은가. 나는 사람(성격 혹은 심리) 이야기를 쓰면 글이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단순히 글쓰기의 팁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작가의 가치관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인간에 대한 ‘짠함’이 없이 어떻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써지며, 두고두고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나올까 싶다. 책 표지에 이렇게 씌어 있다. “사랑이 그런 거니? 설레고, 아프고, 잠 못 들고 사랑이…… 있어? 내 생각인데…… 사랑은 없어. 사랑은 정말…… 없어.” 하지만 작가는 사랑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친구 하나는 <거짓말>을 그야말로 ‘아트’였다고 기억한다. 도대체, 불륜 이야기가 아트일 수 있을까? <거짓말>은 가정이 있는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니까 쉽게 말하면 불륜이 맞다. 성우와 준희는 은수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내이자 친구이면서 예술가인 한 사람에게 끔찍한 아픔을 주며 자기들의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런데도 독자는, 시청자는 셋 모두에게 비슷한 정도의 애틋함을 느낀다.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복수 같은 게 아니라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일에 복수가 개입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지 않는다. ‘거짓말 같은 사랑’이 <거짓말>의 속뜻이란다. 모종의 해피엔딩이기는 했지만 사랑이 본질적으로 아프다는 걸 제목에서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방영에서 한참이나, 한참이나 지나서 나온 대본집이 새삼스럽게 사랑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그게 노희경의 힘인가 한다. 작품에서 연기한 현빈과 송혜교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좋다”고 했다. 하긴 달리 말하기도 뭣하다. 아무튼 ‘작가’라는 상상에 걸맞은 그녀가 멋진 작가로 필자의 뇌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어느 청중이 “혹시 밥 한 끼 같이할 수 있느냐. 사 드리고 싶다”고 했다. 거기 모인 누구나 하고 싶었을 말. 작가가 뭐라고 했을까? “스케줄도 그렇고, 성격도 안 따라 준다. 밥 한 끼 먹기가 참 힘들다.” 쿨한 거절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국경제 (2010.08.17.) 문혜정 기자 드라마 작가 '노희경 파워'…대본집 4만부 판매 산문집·소설도 줄줄이 약진 웬만한 소설책은 1만부도 팔리지 않는 요즘 출판시장에서 '노희경 파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소설이나 산문집이 아니라 방송 드라마 대본집이 쏠쏠히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북로그컴퍼니가 지난해 10월에 펴낸 노씨의 《그들이 사는 세상》(2008년말 방영) 대본집 1,2권은 최근 누적 판매량 2만부를 넘어섰다. 올해 2월 출간된 대본집 《거짓말》(1998년 방영) 1,2권도 1만5000부 이상 팔렸다. 책값이 1만5000~2만원으로 비싼 편인데도 꾸준히 판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년 방영) 역시 9000부 정도 팔렸다. 노씨는 방송가에서도 '마니아 팬'들의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의 드라마가 '대박'시청률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러도 환호하는 팬들이 많다.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대사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깊은 여운을 건져 올리는 게 그의 특기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저자의 '이름값'이 중시되는 출판시장에서도 노씨의 선전은 돋보인다. 어린이 기아 · 질병 퇴치를 지원하는 봉사단체에 후원금을 내기 위해 2008년말 처음 출간한 산문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헤르메스미디어 펴냄)는 25만부나 팔렸다. 김정민 북로그컴퍼니 대표는 "'보는 드라마'에서 '읽는 드라마'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방송 작가 지망생도 늘었지만 일반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의 감동을 글로 음미하며 책을 소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김수현 · 송지나 등 유명 작가들의 대본이 해적판으로 떠돌던 시대와 달리 대본집이 인기 출판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노희경 작가의 '셀링 파워(판매력)'는 방송 드라마 작가로서는 역대 최고"라며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드라마 작가들이 앞으로 출판시장에 더 활발하게 진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동아일보 (2011.01.06.) 김현진 기자 [O2북/커버스토리]① 윤석진 교수 “눈물 콧물 흘리다가도 자연스레 메모를…” ● '태양의 여자', 김지수 연기에 매료 ● 눈물 콧물 흘리며 보다가도 메모는 꼭 챙겨 ● '용두사미' 많아 6회는 봐야 '대박'여부 확실해져 '테돌이'란 별명은 텔레비전을 늘 곁에 끼고 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다 큰 남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콧물 다 쏟다 또 돌연 배꼽을 잡는 통에 늘 슬며시 혼자 TV앞에 앉곤 한다.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뭘까. 백수? 드라마 '폐인'? ▶ 울다가 웃으며 보는 드라마 그가 여느 드라마 마니아와 다른 점은 드라마에 몰입해 울고 웃다가도 손은 자동적으로 미리 준비된 펜과 메모지로 향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46)에게 드라마는 이처럼 생활이자, 일이자, 매일같이 만나는 연인 같은 존재다. 최근 그가 두 번째 드라마 비평집, 'TV드라마, 인생을 이야기하다(충남대 출판부)'를 펴냈다. '스타의 연인(SBS)' '카인과 아벨(SBS)' '결혼 못하는 남자(KBS2)',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MBC)' 등 최근 방영된 드라마 18편을 사랑과 연애, 결혼이라는 주제에 맞춰 비평한 책이다. - 이번 책에 소개된 18편의 드라마 가운데 가장 인상 깊게 봤고, 심혈을 기울여 평론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태양의 여자(KBS2)'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인간 내면 심리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 등 탄탄한 기본기에 힘입어 방영이 끝날 무렵엔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죠." 그는 이번 평론집을 통해 다룬 드라마들에서 가장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로도 '태양의 여자'에 출연한 김지수를 꼽았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 내면이 황폐한 여자 신도영이 위기를 모면하고자 거짓만을 일삼다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 불안감을 섬세히 연기했다"는 평이다. 그는 "김지수의 연기력 덕분에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내용이 명작으로 승화됐다"고 평가했다. - 평론가는 어떤 '자세'로 드라마를 보게 되나요. 일반 시청자들처럼 웃고 울기도 하는지. "저는 감정을 완전 무장 해제 시킨 다음 드라마를 보는 편입니다. 웃기려고 하면 신나게 웃어주고, 울리려 하면 눈물 콧물 흘리며 보죠. 그러면서도 문제적 장면이나 탁월한 장면을 보게 되면 손은 어느새 텔레비전 앞에 놓여 있는 메모 노트를 챙길 수 밖에 없죠. 최근작 중에서는 '내조의 여왕(MBC)'을 가장 재밌게 봤는데 '토사구팽'을 '토사구땡'이라고 말하는 천지애의 무식함에 배꼽을 잡다가 먹고 살기 위해 여고시절 자기보다 아래에 있다 느꼈던 친구 양봉순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에선 함께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어요. 이렇게 일반 시청자들처럼 감정에 충실하며 드라마를 보지만, 아무래도 캐릭터와 구조, 대사, 영상미에도 주목합니다." 이렇게 감정과 이성,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고루 작동하는 과정을 통해 윤 교수는 평론과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을 보고 난 뒤 그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서열 의식을 비판하는 평론을 썼고 드라마에서 웃음이 작동하는 과정을 집중 조명한 논문, '내조의 여왕의 희극성 고찰'을 발표했다. - 책에 소개한 드라마 가운데 작품성과 시청률은 별개라는 평가를 하게 된 작품을 꼽자면. "'막장드라마' 논란의 출발점이었던 '조강지처클럽(SBS)'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극단적으로 과잉되어 있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반대로 작품성이 훌륭한데 시청률이 저조해서 안타까웠던 경우는 '인순이는 예쁘다(KBS2)'입니다. 김현주가 연기한 김인순이라는 여성은 여고 시절 과실치사로 친구가 죽어 전과자 신세가 됐는데 사회적 편견에 의해 불행하게 살아가죠. 괴로울 때마다 "난 사랑스럽고 예쁘고 훌륭해. 난 특별한 존재야. 난 선택받았어!"라는 주문을 외우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인간에 대한 정유경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표민수 PD의 감각적인 영상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여 주었는데, 안타깝게도 시청률이 저주해 '불우의 명작'이 되고 말았어요." ▶ 본방사수-실시간 녹화-IPTV…'생활이 드라마' - 드라마 평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문과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할 때, 연극이나 영화와 달리 왜 드라마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는지 답답했습니다. 특히 연극이나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드라마에 대해서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로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죠.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렇다면 제대로라도 비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 '한국 대중서사, 그 끊임없는 유혹'이란 책을 썼고 그걸 계기로 한 시사 주간지에 '파리의 연인'을 주제로 한 평론을 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평론가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 드라마 비평가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들을 하셨나요. "국문과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했는데 국문과는 영문과와 달리 희곡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편입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제가 공부하던 시절만 해도 국문과에 희곡 전임교수가 없는 대학이 많았죠. 저도 대학원 시절, 거의 독학 수준으로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국문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공연영상 전공의 석사 과정에 다시 입학했고 여기에서 대중문화와 대중예술에 대한 이론들을 공부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됐죠. 다시 국문과로 돌아와 박사 과정을 하면서 대중극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드라마 비평에 관심을 갖는 제자들에게 "비평 대상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스스로도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방송 3사 드라마를 모두 챙겨 보기 위해 본방 사수, 실시간 녹화, IPTV를 모두 활용한다. 가장 재밌겠다고 생각한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고, 그 다음으로 관심 가는 드라마를 실시간 녹화한 뒤 연속 시청하고 그다지 끌리지 않는 드라마는 일주일 뒤쯤, 다른 일을 하며 설렁설렁 IPTV로 보는 식이다. -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이렇게 드라마를 모두 챙겨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10살 무렵, 그러니까 지금처럼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지 않았던 시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테레비가게'에 가서 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나요. '청실홍실'(1975)이란 드라마에는 어린 나이에 소화하기 어려운 대사들이 많았는데, 정윤희가 연기하는 실연당한 여주인공이 "의연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던 게 떠오르네요. '의연하게'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마음에 들어 혼자 이 대사를 중얼거리고 다녔죠. '테레비가게'에 어린 동생을 데리고 갔다 정신이 팔려 동생이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어요. 그 바람에 어머니가 TV를 구입하셨죠. 길거리 전파상 앞에 서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봤던 똑순이 김민희 주연의 '달동네'(1980)도 제 추억 속 드라마 중 하나예요." 비평도 인간이 하는 일이다보니 개인적 감정이 깃들기 마련이다. 특히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비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 "드라마의 내용이 당대 시대 정신과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가장 우선시하고, 특정 배우에 대한 감정이 개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우 중심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 편이라는 그가 그래도 자연스레 '팬심'을 품게 된 배우는 김명민, 이미숙, 고현정이다. "김명민은 어떤 역할이든지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로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이미숙은 나이가 들어서도 매력적으로 멜로 연기를 소화하는 능력과 카리스마, 캐릭터에 몰입하는 능력이 뛰어나 좋습니다. 고현정은 평소 특별히 굳어진 이미지가 없어 백지 같아 보이는데 캐릭터만 입혀지면 용암이 분출하듯 뜨거운 열정을 본능적으로 표출하는 느낌이 좋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세 편 가운데 두 편 역시 김명민, 고현정이 출연한 작품이다. '모래시계(SBS)', '거짓말(KBS2)', '하얀거탑(MBC)'이 그가 꼽은 명작들. "모래시계는 천편일률적이던 한국 드라마의 소재와 주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격변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성찰한 점, 그리고 대사 중심의 연출을 탈피하고 영상 미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거짓말'은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탁월한 대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점, 그리고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주제 음악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얀 거탑'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 또는 연출가가 있다면. "현재 활동 중인 작가 중에서는 노희경, 이경희, 홍미란·홍정은 작가를 좋아하고 연출자 중에서는 표민수, 황인뢰 PD를 꼽고 싶습니다. 노희경 작가는 인간과 삶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 이경희 작가는 극적인 순간을 일상화시키는 구성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 홍미란·홍정은 작가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각각 돋보입니다. 표민수 PD와 황인뢰 PD는 감각적인 영상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주의적 연출자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요." - 드라마를 많이 보시다 보니 이제 몇 회 정도만 보면 '대박'이겠다, '쪽박'이겠다를 평가하실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 않으셨나요. "예전엔 2회 정도까지만 보면 느낌이 왔었어요. 하지만 요즘 제작진들은 도입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어 초반에 힘을 많이 쏟죠. 그래서 기대했다 '용두사미'가 된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20부작 기준의 미니시리즈를 예로 들면, 6회 정도까지 봐야 판단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전히 드라마 첫 회를 통해 느끼는 '감'이라는 게 있죠. 캐릭터가 얼마나 잘 구축됐는지, 대사는 얼마나 생동감 있는지, 주제적 측면에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이 살아 있는지 등은 첫 회만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죠. 신경통으로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아채는 할머니들처럼,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필'이라는 것도 있고요." ▶②편에서 계속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계일보 (2012.11.29.) 연예뉴스팀 '라디오스타' 배종옥 "노희경 작가에게 목졸리고, 물리고" 배우 배종옥이 노희경 작가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배종옥은 11월 2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노희경 작가에게 '연기 좀 잘하라'고 목을 졸린 적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 '거짓말'에 뒤늦게 합류했다. 무척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잘 하려고 하는데 작가는 마음에 안들었나 보더라"면서 "어느날 작가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는데 목을 조르며 '연기 좀 잘해요'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후에는 노희경 작가와 커피를 마시던 중 잘난체를 하는 것 같아 '잘난척을 하는 스타일이신가봐요'라고 했다가 손을 물리기도 했다"고 또 다른 일화를 공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배종옥은 이내 "그런 일을 겪고 노희경 작가와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며 "'거짓말'의 회가 거듭될 수록 '잘한다'고 생각한 그가 '그때 미안했다'고 사과를 했다"고 마무리 지었다. 한편 이날 '라디오 스타'는 배종옥 외에도 조재현, 정웅인 등이 출연한 가운데 '연극열전 배우' 특집으로 꾸며졌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민중의 소리 (2012.11.29.) 이동권 기자 노희경 ‘거짓말’, 독한 여자들의 ‘베프’ 되는 법 배종옥과 노희경, 그들이 환상의 콤비로 처음 만난 드라마 ‘거짓말’은 어떻게 나왔을까? 배우 배종옥과 작가 노희경은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가와 페르소나격인 배우로 꼽히힌다. 페르소나란 작가의 분신으로 꼽히며 자주 출연하는 단짝 배우를 말한다. 이들이 처음 만난 드라마가 바로 ‘거짓말’이다. 노희경과 배종옥은 1998년 ‘거짓말’을 시작으로 2000년 ‘바보같은 사랑’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 2006년 ‘굿바이 솔로’ 2007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 등으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러나 배종옥과 노희경이 ‘거짓말’에서 만났을 즈음 초반의 관계는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종옥은 28일 오후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노희경 작가가 서로 잘 모르던 시절 내 목을 졸랐었다”며 독특한 인연을 공개했다. 배종옥은 “예전에 어떤 드라마를 찍을 때 담당 작가가 내 연기를 못 마땅해했다”며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난데없이 내 목을 조르며 ‘연기 좀 잘 하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쿨하기로 유명한 배종옥은 이런 뜻밖의 상황에도 “네 잘할께요”라고 답했다고 말해 MC들을 놀라게 했다. 바로 이 작가가 후에 배종옥을 페르소나로 삼는 인기 작가 노희경이며 이 드라마가 ‘거짓말’이다. 이어 배종옥은 “작가와 윤여정과 셋이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작가가 잘난 척을 하기에 ‘잘난 척을 하는 스타일이시네요’라고 말했더니 내 손목을 깨물더라. 그러나 지금은 그 작가와 절친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엔터미디어 (2013.04.04.) 박진규 칼럼니스트 배종옥·송혜교에게 작가 노희경이란? - 노희경·배종옥·송혜교, 세 여자의 재회가 남긴 것 90년대 중반 인기배우 배종옥에게는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 전까지 그녀에게는 뭐랄까, 다른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얄밉지 않은 깐깐함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가시 돋은 밤송이에 숨어 살짝 동그란 이마를 내미는 알밤 같은 분위기. 혹은 매끄럽지만 단단한 차돌 같은 분위기. 그건 그녀의 데뷔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80년대 후반 배종옥은 밤 9시부터 KBS2 라디오에서 <가위바위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잡음 섞인 AM 방송에서 들리는 배종옥의 목소리는 발랄하지만은 않았다. 목소리는 사랑스러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깐깐한 어투였다. 하지만 드라마작가들은 배종옥 특유의 이 깐깐한 분위기를 그렇게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저 이십대 여배우들이 흔히 맡는 여동생이나 <도시인>이나 <행복어사전>에서 등장하는 커리어우먼 역할이 자주 주어졌다. 90년대 초반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작가 김수현은 그녀에게 신경질적인 독신주의자 맏딸의 역할을 맡겼다. 그 드라마에서 배종옥의 말투는 김수현 특유의 빠른 대사와 맞물려 다소 시끄럽게 들렸다. 그리고 그 후 배종옥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조금씩 협소해졌다. 그 무렵 배종옥이 주연으로 출연한 한 드라마가 조기종영을 당한다. MBC의 <이혼하지 않는 이유>라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배종옥은 불륜녀로 등장하고 물벼락을 맞는 장면을 찍게 된다. 그 장면에서 배종옥은 많이 울적하고 처참하게 보였다. 더 이상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한 배우의 쓸쓸한 모습 같은 것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 후 배종옥은 새로운 배우의 길을 찾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에게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어준 작가 노희경과 <거짓말>에서 만나면서부터였다. 노희경은 여배우들이 지닌 기존의 이미지를 싹둑싹둑 가위질하고 다시 새로운 영혼을 입혀주는 작가였다. <내가 사는 이유>에서 산소 같은 여자를 잘라낸 이영애는 지고지순함마저 감도는 술집작부 역을 소화했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건강한 미소를 잘라낸 김혜수는 시한부 삶을 사는 연인의 생을 마지막까지 돌봐주는 여교수 역할을 맡아 섬세한 감수성을 큰 눈에 담아냈다. 드라마 <거짓말>은 거기에 더 나아가 드라마 자체가 새로운 감수성의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에서 모든 인물들은 독백을 하고,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괴로워하고,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한다. <거짓말>은 삶과 사랑에 휩쓸리거나 저항했던 과거의 모든 드라마 속 인물들과는 달랐다. 특히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성우는 노희경 작가가 드라마에서 보여주길 바라는 세계의 대변인 격인 역할이었다. 성우는 사랑을 멀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분석하고,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고, 결국 사랑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처받는 인물이다. 성우는 또박또박 하지만 느린 독백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모던한 인물이었다. <거짓말> 이후 배종옥은 과거의 배종옥과는 다른 배우의 길에 접어든다. 그 옆에는 항상 작가 노희경이 있었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생활력 강한 맏딸, <굿바이 솔로>의 소설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독특한 중년여인, <그들이 사는 세상>의 마귀할멈 여배우 윤영까지. 한편 90년대 중반 시청자들은 <순풍 산부인과>에서 발랄한 막내딸에 어울리는 스타를 발견한다. 자그마한 키에 오목조목한 얼굴의 송혜교는 발랄하고 코믹한 배역에 딱 들어맞는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이 젊은 스타가 다른 역할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송혜교를 코믹한 이미지로 기억할 때쯤 그녀는 멜로물 <가을동화>의 은서로 변신하고 <풀하우스>에서는 순정만화 속의 발랄한 여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후 영화 <황진이>에서는 검은 한복의 옷자락 속에 휘감긴 옛 그림 속의 여인처럼 스크린에 등장한다. 다양한 보자기 속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는 영악한 배우처럼 그녀는 그랬다. 하지만 대중들은 송혜교를 스타로 여길 뿐 배우로 생각하지는 못했다. 송혜교는 멋진 그림을 연기할 줄 알지만 그 모습이 그저 예쁜 인형으로 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바로 현빈과 함께한 노희경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이 드라마의 송혜교는 신입 피디 주준영을 연기한다. 주준영은 송혜교가 연기했던 인물 중 가장 살아 있는 인물에 가깝다. 이십대 중반, 사랑도 일도 모두 잡고 싶지만 뜻대로 안 돼서 푹푹 한숨 쉬는 여자아이. 노희경의 드라마를 통해 아마 송혜교는 인물에 살아 있는 숨결을 불어넣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2013년 세 여자는 노희경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다시 재회한다. 그리고 이번 게임에서는 송혜교와 배종옥은 물론 작가 노희경까지 드라마 안에 들어와 있는 듯 보인다. 눈 먼 오영과 왕비서가 부딪치는 순간, 작가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안으로 무의식적으로 녹아든다. 아름답지만 눈 먼 오영은 노희경이 쓰던 그녀만의 드라마들, 그 오영을 가둬두고 오빠 오수의 상스러운 세계가 밀려들지 못하게 막는 괴팍한 왕비서는 어쩌면 작가 노희경의 페르소나가 아니었을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대중성 있게 변해야 한다는 압박의 바람에 흔들리는 노희경은 그 다툼이 하나의 장면으로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며 어쩌면 작가 자신에 대해 반추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가끔은 시리게 아름답지만 가끔은 생크림의 바람이 부는 것처럼 너무 과하고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은 작가의 이런 흔들림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바람이 지나간 뒤에 작가 노희경이 어느 자리에 가 있을지 기다리게 되는 것은 아직도 <거짓말>과 <내가 사는 이유>,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워>의 잔상들이 생생해서겠지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MBN (2014.10.20.) 남우정 기자 [M+기획…‘드라마폐인’①] 어느 단계까지 와봤니? 한 해에만 각 방송사에선 수십편의 드라마들이 탄생한다. 지상파 3사에 케이블 채널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 대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시청률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한 구조다. 하지만 시청률이 낮아도 든든할 때가 있다. 바로 일명 ‘폐인’으로 불리는 드라마 마니아들이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화제성으로 밀리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드라마와 함께 가야 할 존재다. 보통 드라마 폐인의 시작은 출연하는 배우 때문에 보는 경우가 많다. 출연 배우가 좋아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드라마에 빠지게 되는 경우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에는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진 않았지만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드라마 폐인들은 매회 방송을 되돌려 보는 것은 기본, 캡처를 해서 개인 블로그나 SNS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 좀 더 적극적인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내기도 하고 드라마 팬들이 모이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진, 영상 같은 자료를 주고 받기도 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제작하기도 한다. 배우의 팬으로 시작해 드라마의 팬이 되고 이후엔 제작진의 팬이 되는 경우엔 무한 충성심이 발휘된다. 그 드라마의 작가나 PD가 추후에 만드는 드라마에도 관심을 보이며 의리를 과시한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마니아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다. ‘거짓말’로 드라마 마니아들을 탄생시킨 두 사람은 이후에 ‘슬픈 유혹’ ‘바보 같은 사랑’ ‘고독’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부활’ ‘마왕’을 탄생시킨 박찬홍 PD, 김지우 작가도 드라마 폐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인물이다. 이들이 ‘상어’로 다시 재회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큰 화제를 모았다.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도 충성심 높은 팬들을 지니고 있다. ‘네 멋대로 해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정옥 작가는 후속작인 ‘아일랜드’로 또 다른 폐인을 양성했고 현재 신작 ‘비차’를 집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드라마 폐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드라마 폐인들은 이제 드라마 중간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해 간식이나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며 든든히 서포트를 해주고 있다. 마지막 방송 단체 상영회를 열기도 하고 드라마 끝난 후 적적한 마음을 달래 줄 감독판 DVD 제작에도 앞장선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끝난 게 아니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지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상영회를 꾸준히 열기도 하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한 편의 드라마에 불가했지만 드라마 폐인들에 의해 새로운 활동 영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M+기획…‘드라마폐인’②]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 마니아시대 연 드라마 ‘시청률 낮아도 괜찮아’ 여전히 드라마를 평가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시청률이다. 시대에 맞춰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시청률에 휘청이기도 하고 날개를 달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이는 마니아 드라마들을 통해 증명됐다. 시청률과 별개로 드라마 폐인들을 양성시킨 작품들을 비교해봤다. ◇ 마니아 드라마의 시초, ‘거짓말’ 노희경 작가, 표민수 PD가 첫 호흡을 맞춘 ‘거짓말’은 국내 최초로 ‘드라마 폐인’이라는 말이 나온 작품이었다. 당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PC 통신에선 모임이 개설되기도 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정기 모임을 가지며 토론을 하기도 하고 상영회를 갖기도 했다. 결국 드라마가 방영된 지 15년이 지난 후 대본집이 발매될 만큼 드라마 폐인들을 사로잡은 주옥같은 대사들이 넘쳐난 드라마였다. 이후 ‘바보 같은 사랑’ ‘굿바이 솔로’ 등 노희경 작가 작품은 믿고 보는 충성심을 자랑하고 있으며 시청률과 인연이 없었던 노희경 작가지만 마니아들 덕분에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 마이너라도 괜찮아 ‘네 멋대로 해라’ 2002년 방송된 인정옥 작가의 ‘네 멋대로 해라’도 마니아들 덕분에 드라마가 더욱 빛을 본 경우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가 자신과 전혀 다른 계층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흔해 보이지만 주옥같은 대사들과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명품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당시 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마이너적 성향이 강했지만 드라마 폐인들의 활약으로 막판엔 시청률까지 잡았다. 이후에도 드라마 폐인들은 인정옥 작가와 이나영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아일랜드’로까지 관심을 보였으며 ‘네 멋대로 해라’가 끝난 이후에도 정기 모임을 가지며 드라마 촬영지 순례에 나서기도 한다. ◇ ‘폐인’ 단어의 시작 ‘다모’ ‘드라마 폐인’이라는 단어를 탄생 시킨 드라마인 ‘다모’는 활발한 인터넷 시대와 맞물려서 더 큰 인기를 모았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팩션 사극인 ‘다모’는 스토리는 물론이며 화려한 영상미까지 가미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는 방송 직후에 폭주했으며 온라인상에서 ‘다모’에 등장했던 ‘하오체’가 유행하기도 했다. 특히 기존의 드라마 마니아들과 달리 ‘다모’ 폐인들은 적극적으로 창작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드라마 장면을 모아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가상 신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 드라마 폐인들의 활약으로 시청률까지 잡았다 ‘부활’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는 대단했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물론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시, 소품, 심지어 주인공 직업인 파티쉐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작품도 있다. 바로 엄태웅, 한지민 주연의 ‘부활’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함께 방영되면서 한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던 ‘부활’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매회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토리로 ‘부활패닉’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결국 ‘부활’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나자마자 두배가 넘는 시청률을 상승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사전제작 드라마의 완성도 ‘연애시대’ ‘연애시대’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도 아니고 이혼 후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혼 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호평을 받았다. 영화같은 영상미는 물론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 여기에 손예진, 감우성의 미친 연기력은 폐인들을 양성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연애시대’는 국내 드라마로는 시도조차 힘든 사전제작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촬영에 돌입했던 ‘연애시대’는 약 6개월의 촬영 기간을 통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외에도 ‘경성 스캔들’ ‘소울메이트’ ‘메리대구 공방전’ ‘달콤한 인생’ 등의 작품들이 드라마 폐인을 양성시키며 마니아 드라마로 호평을 얻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한국 (2016.01.05.) 장서윤 기자 노희경 작가 20주년 명대사집 '겨울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출간 노희경 작가의 데뷔 20주년 기념 명대사집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북로그컴퍼니)가 출간됐다. 노 작가는 데뷔 20년을 맞아, 그간 드라마와 책을 통해 선보였던 명대사와 명문장 200개를 엄선해 대본집‘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를 출간했다.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는 지난 연말 출간되자마자 전국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초기 반응부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 제목은 1998년 방송된 ‘거짓말’ 속 대사 중 하나이다. 사랑이 끝난 후 찾아오는 이별은 상처와 아픔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장이고 또 다른 사랑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우리네 삶은 어떤 상황에서도 슬퍼하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희망을 품고 살만한 것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유독 명대사가 많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외에 단막극, 2부작 또는 4부작 드라마, 44부작 장편 등 노희경의 모든 드라마에서 선별한 명대사와 그간 작가가 썼던 에세이의 명문장이 감성 캘리그라퍼 배정애 작가의 아름다운 제주 사진과 캘리그라피를 만나 감동을 더욱 깊게 만든다. 하루 8시간 글 쓰는 성실한 글 노동자 노희경, 자신에 대한 채찍그녀가 20년간 22편의 드라마를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글 노동자가 되어 하루 8시간씩 매일 썼기 때문이다. 또한 ‘쪽대본’이 난무하는 드라마 제작판에서 드물게 ‘완고’ 생산 후 촬영을 시작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이 책에 대해 ‘자신에 대한 채찍’이라 의미를 부여한 작가의 마음가짐은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드는 동시에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20년간 변함없이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판 5000부에 한해 0001번부터 5000번까지 고유번호를 부여, 소장 의미를 높였다. 노희경의 대사는 사랑이자 치유, 뜨거운 위로의 말“새해를 맞는 이 시점에 노희경 작가의 책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역시 언제 읽어도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희경의 명대사가 사랑 받는 이유는 등장인물이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그저 공중으로 휘발되어버리는 가벼운 말이 아니라, 그 어떤 시보다 문학적이고 그 어떤 명언보다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 자신이 가난해 보았고, 아파 보았고, 방황해 보았기에 대사 하나하나에 진정성이 가득한 것이다. 노희경이 책을 내는 이유…“글과 삶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대본집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등 책을 출간할 때마다 인세 전액 또는 일부를 기부해온 노희경 작가는 이 책 역시 인세의 일부를 한국JTS 등의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십 수년 이어온 노희경 작가의 봉사와 기부는 “글에서는 정의를 강조하고 삶은 비루하고, 글에선 부지런하고 삶은 게으르고, 글에선 감사하고 삶은 교만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 즉, “글과 삶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오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로그컴퍼니는 책 출간을 기념해 고유 번호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노희경 작가 미출간 대본 증정’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겨레신문 (2016.07.02.) 이승한 칼럼니스트 마침내 노희경은 거장이 되었구나 (1) <디어 마이 프렌즈>와 노희경 2일 종영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티브이엔)에서 지난 10년 새로운 서사구조를 실험하며 젊은이들로 가득한 트렌디한 세계에만 머무르던 노희경 작가는 그가 초기작에서 들여다봤던 부모 세대를 다시 찾아가 그들의 노년을 그려냈다. 부모 세대로 다시 돌아간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 월드’를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젠 이것도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한때 노희경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타르콥스키의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제임스 조이스를 즐겨 읽는다는 말처럼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 난해하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른 대중의 인기를 사는 대신 소수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팬의 입장에선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던 것이, 그 시절에도 그에겐 에스비에스 <화려한 시절>(2001)과 한국방송 <꽃보다 아름다워>(2004)처럼 당당히 내세울 만한 흥행작이 있었다. 그럼에도 ‘노희경’이라고 하면 일정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갑갑할 수밖에. 눈에 보이는 사건과 외적 갈등들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가는 동시대 한국 드라마들과, 인물의 내면 풍경에 집중하며 감정의 결을 따라 스토리를 전개해가는 노희경 드라마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드라마를 안 보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런 장점을 설파하는 건 종종 예기치 않은 역효과를 불러오곤 했는데, 자칫 “보통의 트렌디한 드라마를 즐겨 보는 너와 달리 나는 삶과 사랑에 대한 통찰이 살아있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이야기하는 노희경 드라마를 좋아해. 그러니 내가 너보다 더 우월한 취향을 지녔단다”라는 뜻으로 고약하게 오해받기 쉬웠던 게다. 상처를 후벼파던 드라마 물론 영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젊은 시절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인간의 상처를 직시하곤 했다. 내내 자식들 뒷바라지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 수발까지 하며 고생만 하던 엄마가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내용의 문화방송 창사 특집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이나, 70년대 달동네에 드리워진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비틀거리는 동네 건달과 술집 작부의 이야기였던 문화방송 <내가 사는 이유>(1997) 같은 초기작은 노희경 작가 자신의 인생이 반영된 작품이었다. 그런 만큼 에누리도 이렇다 할 포장도 없이 날 선 시선으로 생의 피로와 그럼에도 살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 발버둥치는 인물군상의 심리를 묘사했다. 인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려 쌓아 올린 높은 마음의 벽을 넘어 제 상처를 이해해주는 이를 만나 치유받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상처가 얼마나 지독한 것이었는지 먼저 묘사해야 했을 테니 일견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작품을 버거워하는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당장 내 삶도 힘들고 피곤해서 하루치의 수고를 티브이로 위로받고 싶은데, 가까이 다가가 만지면 손이 베일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처를 후벼 파는 드라마와 친해지기란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니까. 날 선 시선으로 생의 피로와 인간군상 복잡한 심리 묘사한 1990년대의 초기작풍 벗어나 10년간 격렬한 실험 매달려 가볍고 직설적으로 사랑 그려낸 <굿바이, 솔로>가 중요한 분기점 부모 세대로 돌아간 <디어 마이~> 노희경 월드 서사구조 다시 만나 그런 그가 데뷔 11년을 맞이했던 2006년 한국방송 <굿바이, 솔로>를 쓰던 무렵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극 안에 미스터리 구조와 반전을 넣고, 여러 주인공의 입장에서 사건을 전개하며 다중 스토리라인을 도입했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도 사용했던 내레이션을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작풍은 당시만 해도 미국 드라마를 위시한 영미권 작품들에서나 찾아볼 법한 스타일이었다. 그때 노희경 작가는 ‘10여년간 한국 드라마 업계가 나를 키웠으니 나도 이제 뭔가 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나이가 확 내려가며 작품이 발랄해졌다. 물론 노희경 작가가 전작에서 청춘의 삶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청춘은 노희경 작가 자신의 청춘이나 당대의 청춘이 아니라, 70년대 달동네(<내가 사는 이유>)와 이태원(<화려한 시절>)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 세대’의 청춘 이야기였다. 한국방송 <바보 같은 사랑>(2000)은 고 박영한 원작 소설 <우묵배미의 사랑>(1989)을 드라마로 다시 만든 것이었고, 한국방송 <거짓말>(1998)이나 문화방송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1999)에서 묘사된 당대의 청춘은 젊되 발랄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굿바이, 솔로>에서부턴 보다 더 가볍고 직설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제 삶을 둘러싼 온갖 우울을 힘차게 자전거를 지치며 돌파하려는 청춘들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거짓말>이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가 노희경 작가 본인 세대의 청춘 이야기였다면 <굿바이, 솔로>는 그보다 10년은 아래 세대의 이야기였다. 새 술을 담기 위한 새 부대가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여전히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각자 숨기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중심 토대였지만, 새로운 서사 구조를 시도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의 삶을 전면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굿바이, 솔로>는 의미심장한 분기점이었다. 그 무렵 창간되었던 대중문화 전문 웹진 <매거진 티(t)>와의 대담에서 노희경 작가가 한 말에서 이런 변화가 필요했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나는 정말 가볍고 싶었어요. 진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내 드라마를 봤는데 사람들이 안 볼 만도 해. 마음이 퍽퍽한 거야.” 그러니 <굿바이, 솔로>에서 보인 변화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고 명징한 작품을 쓰던 작가가 보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애타게 갈구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그 뒤부터 노희경의 작품을 주변에 이야기하는 건 점점 쉬워졌다. 현빈과 송혜교를 내세워 방송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한국방송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은 낮은 시청률에도 담백한 로맨스와 트렌디한 연출로 그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제이티비시(JTBC) 개국과 함께 선보인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2011)는-안타깝게도 시청률은 여전히 낮았지만-정우성, 한지민, 김범이라는 스타 캐스팅과 김규태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 천사나 시간 회귀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대놓고 작중에 등장시킨 과감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희경의 작품을 초창기부터 따라간 이들에게 그런 변화는 낯선 일이었다. 인물의 상처와 그 치유를 그리는 노희경 월드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내면에 대한 탐구로 그려냈던 초기작들과는 달리 눈에 바로 보이는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외부 갈등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후기작들의 변화는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급기야 과도한 클로즈업과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 구성으로 윤여정으로부터 “저렇게 얼굴만 클로즈업할 거면 세트는 왜 지었다니”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던 에스비에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나, 마음의 상처를 아예 정신질환의 형태로 정리해 외부로 꺼내어 보여준 에스비에스 <괜찮아, 사랑이야>(2014)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년 수련 마친 수련인처럼 그렇게 불안해하던 이들이 안도와 환호로 맞이한 작품이 바로 2일 종영하는 티브이엔(tvN) <디어 마이 프렌즈>(2016)다. 이미 드라마 자체에 바치는 찬사는 많은 매체에서 무수히 냈으니 이 지면에서 ‘해는 동쪽에서 뜬다’처럼 당연한 찬사를 반복하진 않겠다. 마치 10년 수련을 마치고 하산한 무도인처럼, 지난 10년 새로운 서사구조를 실험하며 젊은이들로 가득한 트렌디한 세계에만 머무르던 노희경 작가는 그가 초기작에서 들여다봤던 부모 세대를 다시 찾아가 그들의 노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간 연마한 가볍고 발랄한 행마와 트렌디한 연출이, 특별한 중심 사건 대신 등장인물의 고단한 삶과 감정의 켜를 들여다보는 노희경 월드 본연의 서사구조와 만났다. 마침내 보는 이의 심장을 도려낼 것 같은 상처의 직시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화법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희경의 오랜 팬들에게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는 젊은 시절 죽을 것처럼 치열하게 글을 쓰던 젊은 작가가, 제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격렬한 10년의 실험을 거쳐 큰 원을 그려 완성의 단계에 도달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데뷔 21년, 마침내 노희경은 거장이 되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사IN (2016.07.08.) 김선영 TV평론가 '노희경'이 만든 세상 "아무리 우리가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만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을 거다." 노희경 작가는 2008년 방영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 PD 주준영(송혜교)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인생관을 피력한 바 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동료들과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내가 사는 세상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드는 축제 같은 그날까지"라며 드라마관까지 이어 밝힌다. 이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tvN <디어 마이 프렌즈>야말로 바로 그 "세상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다. 노희경이 보는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지 예쁘고 즐거운 일로 가득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이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엔 한 몸으로 뒤엉켜 어지러이 돌아가기에" 아름답다. 뒤집어보면, 이처럼 모순적이고도 다면적인 삶의 속성을 통찰하는 시선이 그녀의 드라마를 더없이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다. 노희경의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인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러한 시선이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걸작이다. 생의 다층적 속성을 꿰뚫어보는 시선은 노희경 특유의 관계의 서사에서 두드러진다. 그의 인물들은 대개 초반에는 저마다의 아픔과 결핍으로 인해 관계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는 근본적으로 상처에 대한 공감과 타인에 대한 이해 위에서 형성되기에 드라마 속에서 흔히 그려지는 혈연, 법적 제도, 이성애적 인연을 뛰어넘어 한층 다채로운 이야기와 삶의 표정을 보여주게 된다. MBC <내가 사는 이유>에서 손 마담(윤여정), 애숙(이영애), 춘심(김현주), 명화(강성연)와 같은 술집 작부들이 만들어가는 밑바닥 여성 공동체나, KBS <거짓말>에서 동진(김상중), 세미(추상미), 장어(김태우)가 진부한 애정 구도를 탈피해 선보인 새로운 삼각관계 등 초기작에서부터 일찌감치 확립된 '노희경 월드'의 강점이었다. 노희경 드라마를 보는 행위가 곧 삶과 인간에 대한 풍부한 이해의 과정과도 같은 이유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이러한 강점이 절정에 달한다. 극 중 인물들은 외적 조건만 보면 어릴 적 한동네에서 부대낀 동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접점이 없다. 계급도, 나이도, 성격도, 자라난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가령 여배우로 대성하고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보이프렌드'와 교제를 즐기는 영원(박원숙)의 자유분방한 삶과, 일흔이 넘도록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매여 산 정아(나문희)의 억압적이고 금욕적인 삶은 너무도 다르다. 젊은이들이 혐오하는 '꼰대' 정신의 화신인 석균(신구)과 꼰대들의 잔소리 1순위 대상인 프리랜서 비혼 여성 완(고현정)의 거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 사이에서조차도 밀도 높은 유대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주요 인물들이 노인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 더 정확하게는 그들이 단지 나이 많고 경험 많은 노인이 아니라 노희경 인간관의 최종 성장형으로서 노년이기 때문이다. 애증하다 끝내 이해하는 노희경의 '엄마'들 노희경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여러 상처와 비밀을 감춘 심층적 내면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고, 이들의 관계를 통해 삶의 입체적 아름다움을 극화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년들은 그러한 내면의 깊이가 한층 심화된 인물로 묘사된다. 유치하고 천진한 아이, 혈기 방장한 청춘, 지혜로운 현자의 모습이 모두 들어 있는 그들은 마치 '러시안 인형'처럼 중첩된 생의 원숙한 풍경을 켜켜이 펼쳐 보인다. <디어 마이 프렌즈> 속 관계의 서사가 밀도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노희경의 드라마는 여성 유대의 서사이기도 했다. 특히 데뷔작인 MBC <엄마의 치자꽃>에서부터 시작된 모녀간 서사는 대부분의 작품을 관통해왔다. 그 안에서 노희경의 '엄마'들은 전형적인 한국적 어머니상이면서도 이를 배반하는 인물형이기도 했다. 예컨대 MB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인희(나문희)와 KBS <꽃보다 아름다워>의 영자(고두심)는 가부장적 가족제도 내에서 희생의 아이콘이었고,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영 모(나영희)와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해수 모(김미경)는 불륜·가출 등 가부장제의 금기를 어긴 이단적 존재였다. 노희경의 페르소나 같은 '개딸'들은 이런 엄마들을 애증하다가 끝내 이해하고 극복하며 가부장제의 무게를 한 걸음 벗어난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러한 모녀 중심 여성 유대 서사를 크게 확대한다. 90대 쌍분(김영옥)에서부터 30대인 완까지, 세대차는 더욱 커졌지만 여성들의 관계는 지극히 수평적이다. 그 바탕에는 시대를 초월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로 억압받아온 여성 경험의 공유가 자리하고 있다. 난희(고두심)가 젊은 시절 남편의 외도에 충격받고 찾아간 친정에서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엄마 쌍분을 발견하는 모습이나, 한평생 가부장적 남편 때문에 고통받아온 정아(나문희)가 딸 순영(염혜란) 역시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위에 늙은 남편의 폭력에서 도주한 필리핀 출신 여성의 이야기까지 겹쳐진다. 노희경 작가는 반복되는 여성 혐오의 역사를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강력한 여성 연대의 서사로 상처 치유를 시도한다. 친구들이 똘똘 뭉쳐 정아를 학대하는 남편 석균을 반성하게 하는 모습이나 젊은 남성 지식인들에게 무시당한 충남이 친구들 응원에 힘입어 반격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 중 하나다. 더 인상적인 것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매애의 전시다. <델마와 루이스>의 노년 버전인 정아와 희자(김혜자)의 우정, 사랑보다 '의리'를 우선시한 희자와 충남(윤여정)의 관계, 영원을 친딸처럼 아끼는 쌍분의 애정 등 여성들의 관계를 이렇게 풍부하고 다채롭게 그려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측면에서 극 중 완의 글쓰기 역시 한층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할머니 이야기로 데뷔한 완이 다음 세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이어가며 여성 상처의 역사를 증언하고 극복하는 것은 그대로 노희경 작가가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하고 있는 작업이다. 이는 꽤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하다. 늘 상처 입은 이들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노희경 작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치유해야 할 상처로 여성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판타지라 해도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 치유의 드라마가 필요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포츠서울 (2017.07.04.) 김효원 기자 노희경 '거짓말'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거짓말’이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현재 KBS3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전 11시 40분~12시까지 방송되는 ‘소설극장-거짓말’(연출 이인숙 PD)이다. 노희경의 ‘거짓말’은 배종옥, 이성재, 유호정 등이 열연해 1998년 KBS 연기대상 드라마 부문 특별상, 1999년 Banff TV 페스티벌 출품 등 수많은 화제를 모았던 명작이다. 드라마는 사랑과 불륜의 경계를 다루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당시 “사랑이 또 온다고 말해줘”,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거야”, “사랑을 하면 모두 약자” 등 무수히 많은 명대사를 남겼던 드라마를 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소설극장-거짓말’은 베테랑 성우 정미숙, 정형석이 각각 주성우, 서준희 역을 맡아 드라마에 활기를 넣고 있다. 주성우(33세, 인테리어 토탈 매니저. 배종옥 분) 역을 맡은 성우 정미숙은 “사랑에 상처가 많아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는, 준희를 만나 거짓말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라며 “드라마가 방영된지 20년 세월이 흘러 삶의 방식도 사랑의 방식도 달라졌을 것 같다. 시각적 대본을 청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형석씨와 케미를 맞추며 만들어가고 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서준희(28세, 인테리어 토탈 디자이너. 이성재 분) 역의 성우 정형석은 “성우와 티격태격하다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준희 역을 맡고 있다. 준희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무엇이든 고심해서 결과를 내려는 친구다. 지금껏 해보지 못한 배역인데다 정미숙 선배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라서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 드라마는 귀로 들으며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매력이다. 그런 만큼 모든 걸 소리로 표현해야 해 성우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형석은 “연기가 매번 힘들다. 툭툭 내뱉고 소리지르고 하면 괜찮은데 자꾸 누르고 인내해야 하는 대본이다. 힘들지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의미있다.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이 더욱 성숙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 정미숙도 “요즘은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은 영화도 그렇고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대사가 길다. 그만큼 말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백이 많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지금은 직접적으로 사귈래 라고 얘기하지만 이 드라마는 계속 썸을 탄다. 수묵화처럼 아름답고 은은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성우와 서준희는 같은 직장에서 선후배로 만나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불행히도 남자는 유부남이다. 주성우는 사랑하는 남자를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가슴을 적시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라고 강조한 정미숙은 “듣고 있으면 누구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 같다. 누구나 꿈꾸는 사랑을 ‘소설 극장’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숙과 정형석은 베테랑 성우다. 1984년 KBS 19기로 데뷔한 정미숙은 1989년 KBS 성우 여자 신인 인기상, 2000년 최우수 외화 연기상, 2005년 KBS 성우연기대상 우수연기상, 2013년 제25회 한국PD대상 성우부문 출연자상 등을 수상했다. 산드라 블록, 오드래 햅번, 나탈리 포트만, 장쯔이 등 유명 여배우들의 목소리는 모두 도맡아 연기했다. 정미숙은 “성우처럼 재미있는 직업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집중도와 몰입도, 만족감 등이 뛰어나다”면서 “요즘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석은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출신으로 배우에서 성우로 전향한 사례다. 2006년 데뷔해 ‘다큐3일’, ‘나는 자연인이다’ 등 굵직한 프로그램 내레이션을 맡았고 EBS 라디오 ‘책처럼 음악처럼’의 DJ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형석은 “영화배우가 꿈이었다. 성우가 목소리 연기자이기 때문에 연기자나 마찬가지지만 영화배우에 대한 꿈을 아직 가지고 있다. 크로스오버 시대니까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싱글리스트 (2018.06.23.) 용원중 기자 정해인X이성재 ‘연하남 서준희’...20년 점프 평행이론 ‘거짓말’ ‘밥누나’ 1998년 KBS2 20부작 드라마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은 국내 최초의 ‘폐인 드라마’ 신조어와 함께 마니아를 양산했다. 2018년 JTBC 16부작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성 드라마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로 선정됐다.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PC통신과 SNS 시대,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환경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두 드라마는 흥미로운 평행이론을 제시한다. 연상연하 커플이 열병처럼 겪게 되는 사랑이야기를 다룬 멜로 드라마이며 남자주인공 이름이 서준희다. ‘거짓말’의 여주인공 주성우(배종옥)는 인테리어 회사 매니저인 33세의 싱글여성이다. 남자주인공 서준희(이성재)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28세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에게는 아름답고 야무진 공예가이자 남편바라기인 아내 은수(유호정)가 있다.‘밥누나’의 여주인공 윤진아(손예진)는 35세의 커피회사 가맹운영팀 대리이며 남주 서준희(정해인)는 31세의 게임회사 아트디렉터다. 연애는 늘 ‘ing’라고 자부하는, 경쟁력 있는 싱글남녀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상연하가 연애와 결혼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은 아니다. 문제는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이었던 당시 성우와 준희의 사랑은 ‘불륜’이었다. 반면 법적·제도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30대 성인남녀 진아와 준희의 장벽은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계층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진아 어머니의 반대가 ‘간통죄’란 법 이상으로 맹위를 떨쳤다. 사랑은 없으나 익숙하고 편한 아내,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뒤로한 채 직장 선배 성우에게 맹렬하게 질주하는 ‘거짓말’의 준희나 양가의 반대와 자존심의 상처에도 누나의 절친에서 연인이 된 진아를 향해 직진하는 ‘밥누나’의 준희는 동일한 얼굴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헌신하는 남자라는 면에서.반면 여주인공 성우와 진아는 과거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유능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성격은 사뭇 다르다. 성우가 가시돋힌 선인장처럼 자긍심 강하고 독립적이나 내면은 여리다면 진아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따뜻하고 자존감이 낮은 인물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용기를 지닌 인물이다. 두 여자는 ‘준희’를 만나며 변화한다. 세상을 향해 닫았던 마음을 여는가 하면 자존감을 회복한다. 세기말 분위기에 걸맞게 무겁고 어두운 톤의 ‘거짓말’은 아픈 자신을 점점 닮아가는 준희를 아내에게 돌려보내는 성우의 선택으로 매듭지어졌다. 생동감 넘치는 현실연애를 표방한 ‘밥누나’는 이별 후 3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진아와 준희의 재결합으로 마무리됐다.'거짓말'이 두 번째 장편 드라마였던 노희경, '밥누나'가 첫 드라마 집필인 김은 작가 모두 신인급임에도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 "사랑은 계절과 같은 것" "금기를 넘어서는 게 프로지" "사랑을 할 땐 서준희처럼" 등의 명대사로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똑소리 나는 여배우 배종옥과 손예진의 인상적인 연기술, 해당작을 통해 톱스타로 도약한 이성재·정해인의 섬세하고도 눈물 많은 ‘멜로 킹’ 연기, 아름다운 장면과 음악을 비롯한 세련된 연출력 등 두 작품이 한국 멜로드라마 궤도에 남긴 흔적은 선명하다.무엇보다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이자 진부한(?) 소재인 사랑을 동시대의 호흡과 언어로 통찰했다는 점에서 꽤 오래 잔향을 흩뿌릴 것으로 보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민일보 (2020.11.14.)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드라마는 시대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 <13> 거짓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누구나 읊어보았을 유치환의 시 ‘행복’의 배경에는 20여 년 동안 한 여인을 향해 수 천 통의 편지를 보냈던 한 남자와 그를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그의 아내가 있었다. 다른 여인을 향해 연서(戀書)를 써 내려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시작부터 누구는 가해자가 되고 누구는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그 예민하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는 그래서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KBS 2TV 드라마 ‘거짓말’(1998)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은 설렘으로 들떠 있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차고도 넘치지만 사랑을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마음이 향하는 곳을 응시하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사랑은 어떠해야 하냐고. 섬세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불륜과 사랑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현실의 조건이 만들어놓은 불가능한 사랑이란 있는 것인지, 사랑에 대한 도덕과 책임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풀어간 ‘거짓말’은 낯설지만 따뜻한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 그 자체에 대해 묻다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의 사랑을 사람들은 불륜이라 부른다. 같은 회사 선후배인 두 사람은 금기의 사랑임을 알지만 서로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오래전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 성우는 이 사랑이 가져올 슬픈 결말이 두려웠다. 유부남인 준희도 사랑의 균열이 불러올 내일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 은수(유호정)와 함께 있어도 성우가 보고 싶어지기 시작하자 준희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아무도 안 다치게 했으면 좋겠어”. 은수는 사랑이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삼각관계의 주인공이 된 이들은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상대방을 향해 포악스러운 말을 퍼붓지도, 거친 행동으로 허탈한 상처를 남기지도 않았다. 성우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시키려 했다. 은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준희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봐 겁이 나기도 했지만 금방 지나갈 것이라며 애써 모든 것을 외면했다. 준희가 은수를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것은 은수의 아픈 기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은수의 옛 연인이었던 동진(김상중)이 사고로 허리를 다쳐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자 그는 은수의 행복을 위해 떠났다. 동진의 부재를 준희가 채워줬지만 은수의 마음 한쪽엔 그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은수 곁에 있었던 것이 준희의 사랑이었다.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한 은수는 “우리 셋이 같이 살자”며 준희를 잡았다.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성우를 외면할 수 없는 준희는 이혼을 선택했지만 성우와 준희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고 준희와 은수는 천천히 이전으로 돌아갔다. 준희와 은수의 재결합이 흔히 볼 수 있는 불륜의 당연한 결과는 아니었다. 사랑이란 것이 욕망을 앞세워 누군가로부터 빼앗을 수 없음을, 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마치 지금 사랑 이전엔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성우나 은수, 그리고 준희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을 뿐이다. 이들과 달리 셋이 함께 한 사랑도 있었다. 동진은 신문기자다. 사건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거리의 부랑아 세미(추상미)가 안쓰러웠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사사건건 사람들과 부딪히는 그녀는 길에서 만난 남자들과 몇 시간 동안 놀아주고 그 돈으로 삶을 이어가는 하루살이였다. 그녀 옆엔 장어(김태우)가 항상 함께했다. 기지촌 출신 엄마를 두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가시 돋친 세미의 행동들은 동진의 연민을 자극했고 비루하기 그지없는 삶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미를 그는 구해주고 싶었다. 이 파격적인 사랑의 조력자는 장어였다. 사회성이 떨어지긴 해도 순수한 그는 누구보다 세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음을 알기에 이들의 사랑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랐다.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동진의 가족은 세미를 반대 없이 며느리로 받아들였고, 중국 특파원으로 떠나는 길엔 장어도 함께 했다. 사랑은 그렇게 고정관념의 벽을 뛰어넘으며 상처 입은 사람을 보듬고 위로해주었다. 한편 노년의 사랑은 현실적이었다. 성우의 엄마 영희(윤여정)는 첫눈에 반해 열아홉에 결혼했고, 서른도 되지 않아 사별했다. 취미 삼아 드나들던 신문사 부설 문화센터에서 어릴 적 알고 지냈던 현철(주현)을 만났는데 은근히 설렜다. 세월은 청춘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열 몇 살 같았고, 묻어두었던 꿈도 되살아나는 듯했다. 현철이 신문사에서 명예퇴직하고 실의에 빠져있자 영희는 현철과의 결혼을 결심했고, 이들은 가족의 축복 속에 재혼했다. 사랑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50대의 이들에게도 사랑은 계절이 바뀌듯 다시 찾아왔고, 잔잔한 꽃으로 피어났다. ‘거짓말’이 보여준 사랑은 남녀 간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공감이었다. 누구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선이었던 이들에겐 사랑이 이뤄지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삶이란 것이 매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러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랑했던 모든 시간만큼 우리는 성숙해졌고, 상처받았던 모든 사람은 그렇게 사랑으로 위로받을 수 있었으니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노희경표 드라마’, 하나의 장르가 되다 MBC 베스트 극장 ‘엄마의 치자꽃’으로 데뷔한 노희경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인 ‘거짓말’은 노희경표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은 인간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수없이 반복되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그리움과 외로움, 실패와 성공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때로는 냉정했고, 때로는 너무나 따뜻했던 노희경의 인물들은 어떤 삶을 살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삶을 바라보는 사색적인 시선 때문인지 노희경표 드라마는 유독 명대사가 많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교통사고처럼 그냥 길 가다 아무나 하고 부딪힐 수 있는 것이 사랑이야”(영희),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하면 모두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약자야”(성우), “사랑은 해도, 제발 자지마”(은수) 등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담아낸 대사는 한 편의 시였다. 연출 또한 달랐다. 노희경 작가하면 떠오르는 표민수 PD. 그의 첫 번째 장편 드라마가 ‘거짓말’이다. 그는 과감하면서 다채로운 앵글과 빛의 조절로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극대화했고,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서사를 최소화하면서 절제의 미를 살려냈다. 감정의 변화를 화면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그는 오버숏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한 인물 너머로 상대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자 평범했던 장면은 입체적으로 살아났고 복합적 두 사람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대비되었다. 성우나 은수, 준희 모두를 힘들게 한 막막한 감정들은 텅 빈 주차장이나 인적 드문 가로수 길의 공허함 위에 다양한 빛을 얹어 감정의 깊이를 조절하기도 했다. 이렇게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거짓말’의 시청률은 15% 내외였지만 PC 통신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동호회가 만들어졌고 최초의 ‘마니아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비록 처음엔 소수의 열광적인 찬사만 있었지만 지금도 인터넷 카페는 운영되고 있고 회원들은 노희경 작가의 신작을 비롯한 근황을 공유하고 드라마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변치 않는 팬심을 지켜가고 있다. “그들 중 누구도 서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행복했다. 거짓말처럼.” 드라마의 마지막 자막처럼 ‘거짓말’은 그렇게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아 사랑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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