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12회 대본(98. 5. 5. 방송분)
 

씬 1 콘도 전경 (밤).
 
 
씬 2 창밖에서 본 콘도 안.
 
준희, 쇼파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
욕실에서 물소리 나는.
 
 
씬 3 욕실
 
성우(샤워하지 않았음) 세수하고 있다.
천천히 얼굴 수건으로 닦다가 무표 정하게 문쪽을 본다.
 
 
씬 4 욕실 앞 + 거실.
 
성우, 욕실에서 나와, 고개 돌려 거실쪽 보면,
준희, 쇼파에 기대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성우, 그런 준희 서서 물끄러 미 보다가 입가에 잔잔한 웃
음 짓고는 방으로 가서 이불 가져와, 준희에게로 가서 무릎
을 꿇고 이불을 덮어주고, 성우, 잠시 더 준희를 보다가 건
너 편
쇼파로 가서는, 자기 무릎를 안고 앉아, 자는 준희를 편하게
서글프게, 그러나 편안하게 보고 있다가 창가쪽으로 고개
돌리고.
눈가 그렁한(씁쓸한 웃음지으며, 울지말것) 성우 얼굴에서
나레이션.
 
성우 (n) 넌, 자지 않아. 다만 자는 척 할뿐이야.
하지만, 나는 모른척해.
우리 사이엔, 그게 예의니까.
 
 
씬 5 준희네 침실(아침).
 
은수, 침대맡에 앉아있다. 전날 외출복차림 그대로다. 자신
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굴이다.
은수, 고개 돌려, 준희의 자리 보다가는 기진해서 옆으로 쓰
러져 눕는다.
 
 
씬 6 콘도 거실.
 
성우, 쇼파에 잠들어 있고(어젯밤 준희가 덮고 자던 이불
덮고 있는), 준희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성우 자는 모습
보고 있다.
준희, 성우를 보다가 천천히 머리 올려주는데(손떠는) 성우
부시시 눈을 뜬다.
준희, 그런 성우 보고 안타깝게 웃으면.
 
성우 (준희, 얼굴 보고는, 서글프게 웃는)
준희 잤어요?
성우 (일어나 앉으며, 너그럽게 준희 보며) 잘잤어?
 
 
 
준희 아뇨.
성우 (서글프게 준희 깊게 보는) 그럼 뭐했어?
준희 선배 봤죠.
성우 (준희가 안됐다, 아니 둘의 처지가 안됐다,
서글픈) 내 얼굴 몰라? 뭐한다고 아는
얼굴을 보고 있어.
준희 (성우 서글프게 보며) 얼굴 보는 것밖엔 해줄
수가 없어요.
성우 (준희맘 알겠다, 서글프게 웃으며, 창가로 시선
외면하는)
준희 (성우와 반대로 시선 틀고, 맘아픈)
 
 
씬 7 성우네 집 전경.
 
 
씬 8 성우네 거실.
 
영희 무표정한 얼굴로 안경 쓰고(안경을 써도 안 보이는 듯
하다) 신문보며 전화받고 있다.
 
유란 (E, 걱정스런) 확실한 거야? 폐경 맞냐구.
영희 (신문에서 시선 안떼고) 그래.
 
화면 나눠지고, 유란 자신의 방에서 전화 받고 있는 모습
나온다.
 
유란 (F) 우리 언니도 지난달에 폐경 치뤘는데,
그게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당하는 사람은 그게
아닌거 같더라. (걱정) 좋은 정신과 선생님
한분을 아는데 한 번 만나볼래? 우리 언니 그
선생님 만나고 나서 많이 좋아졌어.
영희 (신문 내려놓고) 내가 미쳤냐? 정신병원을
가게.
유란 (F) 꼭 그렇게만 생각할것도 아냐. 센터
나와서 나랑 같이 한 번 가보자.
어제 주선생님이 니 걱정, 많이 하시드라.
영희 !
유란 (F) 별 말은 안했어. 그냥 몸이 안좋은가
보더라고 그렇게만 말했어.
영희 (속상하다) 이제, 센터 안나갈거야.
유란 (F) 그럴 수록 더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돼.
집에 틀어박혀 뭐할라고 안나와.
영희 (속상한) 유란아, 나 지금 기분 안좋거든. 우리
그만 끊자.
 
영희, 유란이 ‘영희야’하고 부르는데도 전화 끊고, 유란 화
면사라지고, 침침 한 눈으로 다시 신문 보려는데 전화벨 울
린다. 짜증난다.
영희, 마지 못해 전화기 들고.
 
영희 여보세요.
현철 (E) 나다.
영희 !
 
 
씬 9 현철네 방.
 
현철(돋보기 낀), 책상에 스탠드 켜놓고 책보다가 영희한테
전화하고 있다.
 
현철 (웃으며) 뭐하냐?
영희 (E) 암것도 안해.
현철 (안경 벗으며 편하게, 웃음 띤 얼굴로) 어제 왜
안나왔냐? 너 없으니까 눈 맞출데가 없어 영
떠들 맛이 안나더라.
내 프로포즈….생각하느라 안나왔냐? (장난
치듯) 너, 숙제 안해서 안나왔지? 내가 어제
성적 매겼는데, 너빵점 줬어. 이의 없지?
 
 
씬 10 영희의 거실.
 
영희, 전화기 들고, 생각 많은 얼굴이다.
 
영희 (불쑥 서러워져, 입가 떨리는) 오, 빠.
현철 (E) 말해.
영희 (참고) 나 오빠랑 수다떨 기분 아니거든.
 
 
씬 11 현철의 방.
 
현철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뭐라고?
영희 (E) 끊을께. (하고 뚝 끊는다.)
현철 영희야, 영희야.
 
그때, 현관 문소리나고, 현철 돌아보면, 며느리 시장봐서 들
어온다.
현철, 며느리 보고 끊는다.
 
며느리 (눈치 보며) 영희라는 분하고 전화…하셨어요?
현철 (당황해서, 안경 벗으며) 어? 그, 그래….
며느리 (웃으며) 오늘 제가 맛있는거 장봐왔는데, 그분
한테 다시 전화해서 같이 식사하자 그러시면
안되요, 뵙고 싶은데…
현철 (머리 긁적이며) 그게…아직, 그 사람이 준비가
덜 된거 같으네. 나중에 하 자, 나중에..
 
현철, 벌떡 일어나 웃옷을 입고 신신으려 현관으로 나간다.
 
며느리 (현관으로 따라나와, 신 신는 현철 보며, 조금
놀라) 아버님, 어디가세요?
현철 (신 신고, 며느리 보며) 너 대충 하고 집에
가라. 내가 밤에 전화하마. 승아 애비한테 안부
전하고, 다음주에 보자. (하고, 나간다)
며느리 아버님!
 
 
씬 12 영희의 방.
 
 
영희, 화장대에 쪼그리고 앉아 거울에 머리를 헤쳐가며 흰
머리 보고 있다. 그러다, 한숨 나는지 흰머리 세기를 포기하
고, 푸석한 얼굴을 한번 만져 보다가는, 일어나 장농에서 옷
을 꺼낸다.
 
 
씬 13 안경점 안
 
영희, 시력검사를 하고 있다. 주인이 검사판에서 글자를 가
리키면,
 
영희 (숫자 읽는) ..
주인 (작은 글자 가리키며) 이거는요.
영희 (숫자 읽는)
주인 (더 작은 숫자 가리키며) 읽어 보세요.
영희 (읽는다)
주인 (고개 갸웃하며) 원시신거 같으네… 아주머니?
영희 네.
주인 아무래도 돋보길 끼셔야 겠네요.
영희 (눈에 대고 있던, 눈가리개 내리며, 참담한
기분 든다, 주인 안보고) 돋, 돋보긴 얼마예요?
주인 삼만원부터 십만원까지 천차만별이죠, 한번
보시겠습니까?
영희 (일어나, 의자에 눈가리개 놓고, 문쪽으로
간다)
주인 아주머니?
영희 (힘없이, 돌아보면)
주인 돋보기, 안보시겠어요?
영희 (고개 도리고) 돋보긴, 리어커에도 싼 거
많은데…. 삼만원씩이나 하는 거 쓸 거 있나요,
뭐. (하고, 나가고)
 
 
씬 14 영희의 아파트 현관입구.
 
영희, 심란한 얼굴로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누군가
‘영희야’ 하고 부른다.
영희 돌아보면, 현철이다.
 
 
씬 15 콘도 침실, 화장대앞.
 
성우, 물로 손을 닦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는 백에서 화장
품을 꺼내 화운 데이션을 바른다.
그리고는, 립스틱을 꺼내 입술을 바르려다가 문듯 괜한 짓
이다 싶어, 립스틱을 도로 가방에 챙겨넣고, 나간다.
카메라, 화장대위에 놓인 성우의 스카프를 살짝 보여주고.
 
 
씬 16 콘도 주방.
 
성우, 무심히 침실쪽에서 나와, 칼질하는 소리에 주방쪽 본
다.
순간 가슴이 멎는듯하다.
인써트 – 상상.
 
 
은수와 준희 서로 야채를 썰며 행복하게 음식을 만드는 모
습.
 
은수 파 넣지마.
준희 당근 넣지마.
은수 마늘 넣지마.
준희 그럼 뭐 넣고 먹니?
 
하며, 웃는 모습.
현실.
성우, 다시 준희 보면.
준희, 라면을 끓이고 있다.
성우, 주방 식탁에 앉으며.
 
성우 (답답한, 준희 안보고) 라면 끓이지마. 시간이
몇 신데… 가자.
준희 (성우 보고, 편하게) 이것만 먹고가요. 외박
까지하고 집에가서 엄마한테 밥달라 그럴
거예요? 2분만 기다려요.
성우 (하지 말라는 뜻) 준희야.
준희 (상관하지 않고) 계란 넣을까요?
 
 
씬 17 콘도 거실.
 
성우(대화 내내 준희를 보지않는다), 준희 커피마시고 있다.
 
준희 커피 맛있죠?
성우 그래. 맛있어.
준희 라면은 어땠어요?
성우 맛있었어.
준희 (성우가 자기를 안 보는게 이상하다)
나 좀 봐요.
성우 (얼핏 보고) 봤어.
준희 눈을 안맞추잖아요.
성우 (안보고) 여기가 싫어.
준희 ?
성우 낯설어. 꼭 남의집 살림집같애. 사무실이나
카페에서가 아닌, 식탁에서, 니 얼굴 보는것도
낯설고, 너랑 이렇게 이른 시간에 단둘이 있는
것도 낯설어.
준희 (성우를 물끄러미 본다, 성우의 맘 알겠다)
성우 우리 다시는 이런데 오지말자.
준희 …
성우 감당할 수 없는 욕심같은게 나서 싫어.
소꼽장난하는거 같기도 하고. (찻 잔내리고)
나가자. (하고 가방들고 나간다)
준희 (성우, 안스럽게 보고)
 
 
씬 18 달리는 성우의 차.
 
준희, 창밖보고 가고있고, 성우, 말없이 운전해 가며 은수
생각하고 있다.
인써트 – 회상 4부.
 
 
 
성우와 은수 처음 만날 대, 서로 탐색하듯 보던 장면 들. 성
우의 시각으로 은수 보는것.
현실.
성우, 답답하다.
 
 
씬 19 아파트 공원 벤치.
 
영희(시큰둥한, 무표정한, 현철 안보는), 현철(안스럽게 영희
보는) 나란히 앉아 있다.
 
현철 (답답하다) 생각해 봤냐? 난 애들한테 대충
언질은 던져놨는데…
영희 (현철안보며) 뭘?
현철 (답답하다) 너랑 나랑 나이도 있다. 재지마라.
더 늙으면 마음이 있어도 망령이랄까봐, 못해.
딸내미 보여줘. 니가 결정못하면 니 딸내미랑
둘이 결정내릴 테니까.
영희 (고개 숙여, 외면하며) 오빠랑 결혼 못해.
현철 (영희 보며 얘기 듣는다)
영희 과부가 재가한다는 생각, 한 번도 안해봤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오빠 만나면서 사실 나도,
설마 하면서도 기대 좀 했었어. (서글픈 웃음)
나는 나를 못보니까, 매일 거울 들고 다니며
내 얼굴 보면서 사는거 아니니까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몰랐거든. 난 내가 안늙었는 줄
알았어.
현철 난 너 늙었는 줄 애저녁에 알았어. 난, 내가
늙은 줄 안다.
영희 (현철 보며) 내가 여자로 보이유?
현철 그래, 보인다.
영희 나 한테 여자 냄새나?
현철 그래, 좋은 냄새 나…
영희 (씁쓸하다) 그 냄새, 미안한데, 화장품 냄새야.
현철 (영희 안스럽게 보는)
영희 (눈가 그렁해지며, 참고, 외면하고) 오빠한테
이런 얘기하는거 되게 멋적고 조금은 비참하고
그런데, 내가 말 안하면 오빠가 계속 나한테
결혼하잘까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얘기하는
거야. (현철 보며) 나 어제 병원에 갔었어.
현철 그만해라. (영희 외면하며) 선주씨한테
얘기들었다.
영희 (현철 보고) ?
현철 (영희 안보고 얘기하는) 사람이 세월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는거다. 늙는거
당연한 거야. 난, 더는 늙었다 늙었다, 인생
끝났다, 그렇게는 생각할 수 가 없어서, 너랑
살고싶다. 여자랑 젊었을 때처럼 잠자리하고
희희낙락할 려고 다 늙어서 결혼하자는 거
아냐. (사이) 어차피 사는 거, 살아있는 동
안은 용기가지고 좀 더 멋지게 살려고, 그래서,
(영희 보며) 난 너한테 우스꽝스런 청혼한거다.
영희 나랑 살면 용기가 돼?
현철 될 거 같다.
영희 (눈가 그렁해 웃으며) 어떡하나… 나는 이제 다
산 거 같은데. 더 살고싶지 도 않은데.
솔직히 나 지금껏 참 재미없게 살아온게
억울해서라도 오빠랑 결혼할까하는 마음도
있었어. 성우 저 기집애 대학졸업하고
십년동안 단 하루도 안쉬고 돈 벌어다 에미
 
 
 
먹이는데 그거 안쓰러워서라도, 오빠한테
기대서 딸내미 짐 좀 덜어줄까, 했었어.
현철 밥은 먹여줄게.
영희 (현철 보는데 눈물 그렁하다) 그렇게 살고싶진
않다. (하고 눈물 흘린다)
현철 영희야…
영희 (눈물 닦고, 외면하며) 외로워. 살면서
처음으로 하늘아래 나 혼자다, 하는생각이
들어. (사이, 단호한) 남편 죽고 매월
오십만원씩 연금 타. 아주 알뜰이 쓰면 혼자는
살 수 있어. 그 사람, 한사람한테만 피해주고
싶어.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까 고통스럽지
않을거야. 오빠한테가서 아무것도 못해 주면서
밥값 축내고 싶지 않어. 딸은 핏줄이니까
이해하겠지. 눈도 안보이고 무릎은 뻑뻑하고
언제나 단 한 번도 개운한 적이 없는 고철같은
느낌… (더는 말하기 싫다) 고물갖고 속끓이지
말고 다시 만나지말아요, 우리. (하고 일어나
가고)
현철 (그렇게 가는 영희 보며, 안타깝다)
 
 
씬 20 준희네 집 근처, 밤.
 
성우의 차, 멈춰선다.
 
 
씬 21 차 안.
 
준희, 창가를 보고 생각 많은 얼굴로 앉아있다.
 
성우 (앞만 보며) 가.
준희 왜 아무말도 안해요?
성우 (말하기 싫다) 생각이 많아.
준희 (성우 보고)
성우 (준희, 보지않고)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믿은거
같애.
준희 (보고)
성우 (맘아프다, 애써 담담하려하며) 어제 처음
알았어. 내가 열은 마음의 빗장 이라도 내가
닫을 수는 없구나. (서글픈 웃음지으며) 니가
나한테 너무 관 대했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준희 (무슨 말인지, 알겠다) 처음에 선배가 나한테
그랬죠, 참을 수 있다고. 그 때 내가 물었죠,
참아지지않으면 어떡하냐고.
성우 (준희 보면)
준희 (외면하고, 단호한) 더 이상 애쓰지 말아요.
이미 성우선배도 나도, 은수조 차도 우리들
마음대로 되는건 없어요. 그냥 버려둬요,
어디까지 가나.
성우 (준희, 염려스럽게 본다) !
 
 
씬 22 준희네 빌라 앞.
 
 
 
 
준희, 집쪽으로 걸어가, 초인종 누른다.
그러다, 이내 은수가 없음을 알고 키로 문을 열려고하는데
문 열리며,
 
은수 (웃으며) 왔어?
준희 ?
 
 
씬 23 주방.
 
준희, 은수 밥 먹는.
은수(무관심한 듯), 준희(옷 갈아입은) 밥 먹고 있다.
 
은수 (밥먹으며) 오늘 몇 시에 나갔어? (안 보고) 난
일곱시에 왔는데, 여섯시쯤 나갔니? 산책했어?
준희 (말없이 밥만 먹는다)
은수 (계속 밥 먹으며) 너, 강아지 밥도 안줬더라.
밥 집에서 안먹었어? 설거지도 없고.
준희 (답답하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은수 (준희 보며, 탐색하듯) 말하기 싫어? 내가 짐
챙겨 나가서, 화났니?
준희 (숟가락 놓고) 피곤하다 자자.
(일어나 나가려는데)
은수 준희야.
준희 (돌아본다)
은수 (준희 눈 팽팽하게 보다) 씻고 자. (하고 다시
밥 먹는다)
준희 (은수, 안타깝게 보면)
은수 (계속 밥 먹는다)
 
 
씬 24 준희네 침실.
 
준희,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있다.
은수, 잠옷 차림에 세수한 얼굴로 들어온다.
준희, 눈 감고 은수를 안보려는 듯 뒤돈다.
 
은수 (화장대에 앉아 로숀 바르며) 나, 프랑스 갈까?
준희 (그대로 누워) 언니, 보고싶어?
은수 아니.
준희 근데, 왜?
은수 니가 보기 싫어하잖아.
준희 (맘아픈) ……
은수 (준희 보며) 내가 지쳤으면 좋겠니?
준희 (가만히 있다)
은수 (침대로 가 이불속으로 들어가며) 나한테 할
말 없어?
준희 (아무말 없다)
은수 (자리에 누워 고개만 돌려 준희보며) 시간은
많어.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해. (하고는
준희에게서 등 돌리고 눕는다)
준희 (맘아프고)
 
 
 
 
 
씬 25 성우의 방.
 
성우, 책상앞에 앉아있다.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이다.
인써트 – 상상. (은수의 집, 거실)
준희(아이 안고)와 은수와 행복한 모습.
현실.
성우, 한숨쉬고, 밖으로 나간다.
 
 
씬 26 영희의 방.
 
영희, 테레비를 본다.
그때, 노크 소리나고, 문쪽 보면.
 
성우 (문열고) 엄마, 과일 먹자.
 
 
씬 27 거실.
 
성우 (생각하다가, 안보고) 엄마.
영희 (과일 먹다, 보는)
성우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병원 영안실에 와서,
아주 서럽게 울던 여자 기억나?
영희 느닷없이, 무슨 소리야?
성우 그 여자, 아버지가 유서 까지 남긴 여자였지?
영희 그랬어. 왜?
성우 그냥. 아버진 왜 그 여자랑 안 살았을까.
그렇게 사랑했는데, 엄말 더 사랑해서 였을까?
영희 (과일 먹으며) 뻔할 뻔자지, 그걸 뭘 물어.
성우 (영희 보며) 뭐가 뻔한데?
영희 니가 있어서지. 그 여잔 애가 없었거든.
성우 (문득 드는 생각있다) 내가 있어서? 아이가
있기 때문에?
영희 (성우 보면)
성우 (영희보지않고, 씁쓸한 웃음, 혼잣말처럼) 그치,
부부는 아일 낳지, 아일 낳지…(서글픈) 그
여잔 지금 뭐할까….
영희 ?
 
성우의 어두운 얼굴에서 F. O.
 
 
씬 28 여관 전경. 아침.
 
 
씬 29 여관방 안.
 
세미, 장어 벽에 기대 비디오 테잎 보고 있다.
‘프리티 우먼’이다.
 
세미 (무심히)넌 내가 저렇게 될거라고 생각하니?
장어 (영화만 보며) 못 될것도 없다고 생각해.
세미 저건 영화야. 아저씬 기자에 대학도 나왔고
좋은 형제도 있는 거 같아. (영화, 가리키며)
저 남잔 저 여잘 귀찮아하지 않지만 아저씬 날
 
 
 
귀찮아해. 착한 사람이니까 모질게 가라고
말을 못할 뿐이야. 그럴 땐 눈치 챈 사람이
가주는게 예의야.
장어 난 몰라. 형이 너 여기 있으랬어.
세미 넌 내가 아저씨 좋아하는 줄 알고 그러지?
장어 (세미 보면)
세미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냐. 아저씰 좋아해도
내가 죽고싶은건 여전하고 아무렇게나 살고
싶은 것도 여전해. (장어 안보며) 넌 나 찾을
수 있지?
장어 그런 건 왜 물어?
세미 넌 내가 어딜가도 찾을 수 있을거야. 해장국
먹고싶다, 배고파.
 
 
씬 30 해장국 집.
 
장어, 해장국 사고 있다.
 
 
씬 31 여관 앞.
 
세미, 여인숙 빠져나와 길을 걸어간다.
 
 
씬 32 여관 방문 앞.
 
장어, 해장국 쟁반을 들고 ‘세미야’ 부르면서 방 문을 연다.
 
 
씬 33 여관방 안.
 
장어, 해장국 방바닥에 내려놓고, 무심히 ‘세미야’ 하며, 고
개 들다가 세미 없는 것을 알고는 놀라, 힘없이 ‘세미야’하
며 방안을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 거울에 눈이 가고, 거울에 립스틱으로 ‘장어야, 넌
내가 어딧든 나 찾을 수 있지?’하고 써있는 글씨 발견한다.
장어 눈물 그렁해져 ‘세미야’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씬 34 여관 복도.
 
장어, 울면서 ‘세미야’하고 뛰쳐나가고.
 
 
씬 35 신문사 앞.
 
세미, 사람들 안보이게 고개 숙이고 한 쪽 벽에 기대 서있
다.
그때 신문사 문 열리고 동진, 동료들과 나오면서 신사동 사
건은 어이없이 끝났더라, 자작극이었다면서’ 등등 말하며 세
미를 지나쳐 간다. 세미 그런 동진 보고 있다.
그 때 동진의 삐삐 울린다.
 
동진 (삐삐 확인한다. 8282도 같이 찍혀있다)
 
 
 
동료 무슨 일이야?
동진 어, 잠깐 전화 한통 하고 갈께, 먼저들 가.
 
세미, 그런 동진 모습을 보고 있다.
 
 
씬 36 신문사 로비.
 
동진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하고 있다.
 
장어 (E) 없어요. 해장국 사왔는데 없어요. 어떡해요
형, 세미 죽을려나봐, 죽는 댔는데, 죽을려나봐.
동진 (답답한 얼굴이다)
 
세미, 신문사 밖 창쪽에서 동진의 그런 모습들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돌아 서서 간다.
동진, 전화 끊고 막막하고.
 
 
씬37 거리 걸어가는 세미.
 
 
씬38 신문사 동진의 자리.
 
동진, 노트북을 치다가 세미를 생각하고 있다.
동진, 담배를 피워 무는데 누군가, 동진의 어깨를 툭 친다.
동진 돌아보면, 현철, 웃고 서 있다.
 
 
씬 39 부대찌개 집.
 
동진, 현철 소주에 밥을 먹고 있다.
 
현철 무슨 일 있냐?
동진 아뇨. (술 마시고)
현철 아니긴, 눈빛이 일이 있는데.
동진 선배님은 무슨 일 있으세요?
현철 여자 땜에, 요즘 내가 골치가 좀 아프다.
동진 여자요?
현철 (술 마시고, 동진 보고 웃으며) 나, 채였다.
두번 장가 좀 들어볼까 했는데, 여자가 싫텐다.
동진 싫대요? 어떻게 선배님이 싫을 수가 있어요?
현철 싫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난 싫다는 말로
밖에는 안 들려. (멋적은 웃 음) 너 한테
별소릴 다한다. 우습게 보진 마라. 늙어도
감정은 있는 거니까.
동진 (씩 웃고는 술 마신다)
현철 넌 무슨 일 땜에 그래?
동진 저요? (웃음) 저도 여자네요.
현철 어떤 여자야?
동진 말도 안되는 여자예요.
현철 ?
동진 속물이라고 욕하실진 모르지만 학벌도 안맞고,
집안도 안맞고 아니 그런 것보다도…내가 걜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도 모르겠어요.
 
 
 
현철 내가 알려 줘?
동진 (보면)
현철 너, 그 아가씨 만났을 때 집에 빨리 가고싶냐?
걔 손 잡고 싶냐?
동진 (가만)
현철 말 못하네. 그럼 사랑하는거야.
동진 아뇨. 불쌍해서 걱정은 되지만 그 이상은
아니예요.
현철 걱정된다는 거 자체가 임마, 마음이 가고
있다는 얘기야. 너 이 세상에 불쌍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 그 사람들이 모두 걱정
돼서 잠이 안오냐? 아니잖아. 집안이 안맞고
학벌이 안맞아, 부모님이 반대할 거 같애?
사람들이 그 여자랑 논다고 천하게 볼까
걱정되냐? 나도 자식두고 살지만 부모는
부모인생, 자식은 자식의 인생이 있는거야. 그
어떤 사람도 니 인생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야.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줏대있게 살아.
(하고, 술마시고) 내가 쫓아 다니는 여자도
말이다, 줏대가 없어. 날 좋아하면서도 아니래.
쓸데 없는 것들 때문에 지자신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 지도 몰라. 그 여자나 너 같은
줏대없는 인간들이 이 세상을 이 꼴로 재미
없게 만드는거야. 자식아. (하며, 술 따라
마신다)
동진 (답답하다, 술마시고)
 
 
 
씬 40 성우 사무실.
 
준희, 컴퓨터 보고있고 성우, 그런 준희를 보고 있다.
준희, 일하다 문득 성우쪽을 보면, 성우, 준희의 눈 피해 서
류본다.
준희, 따뜻하게 성우 보다 다시 일하고.
성우, 고개 들어, 그런 준희 보다가 결심하고, 갑자기 일어
나 나간다.
준희, 그런 성우 왜 그런가 보고.
 
 
씬 41 전시실 안.
 
성우 담담히 앉아 서류보고있고 하숙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성우를 보고 있 다.
 
하숙 (놀란) 뭐? 사표!
성우 (무심히) 사표는….부산에 보내달라구.
하숙 그걸 지금 말이 된다고 하고있냐?
성우 (서글프게 웃으며) 안될게 뭐 있어. 작년엔 가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더니. 부산은 아직도
불안하다며, 내가 가서 자리 잡아주겠다는데
뭐가 안돼.
하숙 별안간 왜 그래? 너 오늘 한상수씨랑 결재건
때문에 싸웠다 그랬지. 열받아서 그러니?
성우 내가 어린애야? 싸웠다고 삐져서 이러게.
하숙 근데 왜 그래?
성우 서울 생활에 지쳐서 그래. 엄마한테도 공기
좋은 지방이 낫겠다 싶고. 거긴 해운대
근처니까 공기도 좋을테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볼 수있고. 서울에 연고자도 없는데
굳이 남아있을 필요 없단 생각이 들어.
김해쯤에 이모 계시는데, 부산가면 이모도
자주 볼 수 있을테고.
하숙 너 효년거는 아는데, 너도 알다시피 이 회사
너 없으면 일이 안되잖아. 부산이야 한달에
일이라곤 두 서너건 겨우 처리하는데…거긴
지들끼리 월급 챙겨 살면 족한데야. 가지마.
성우 (가만히 있는다)
하숙 투정이다 생각할게. 없던 일로치자.
성우 김대리님하고 심현주씨가 이제 내 빈자리
충분히 채워줄 수 있어. 심각하게 생각해 줘.
하숙 ?
성우 (서류봉투에 서류 넣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내 마음 쉽게 안변하니까 언니가 변하는게
좋을거야. 합정동 갔다 올게. 늦으면 곧장
퇴근할게, 기다리지마. 간다. (하고 나간다)
하숙 (멍해서 본다)
 
 
씬 42 주차장.
 
성우, 답답한 얼굴로 차에 타고.
 
 
 
씬 43 차안.
 
성우, 운전대 잡고는 한숨 쉬고, 이 앙다문.
 
성우 (자신에게 하는 말) 성우야, 잘한거야. 니가
내린 결론이 옳아. 더 이상 가면 안돼.
가지말자. (하고 차 몰아간다)
 
 
씬 44 사무실.
 
사람들 모두 일하고있는데 갑자기 하숙, 문 벌컥 열고 들어
와,
 
하숙 무슨 일 있었어? 니들 무슨 일 있었냐구?
 
재석, 현주, 준희, 미선, 인부 등 놀라서 돌아본다.
 
재석 왜 그래요?
하숙 주실장 사표낸데.
준희 !
현주 네?
하숙 도대체 주실장 입에서 왜 사표소리가 나와.
미선 제가 아까 부산 지사 민실장님이랑 전화
통화하는 거 들었는데, 자리없냐구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러시냐구
물어봤더니 바다를 보고싶다, 그 소리만
하셨어요. 사표낸닸 소린 없으셨는데.
하숙 그게 그 소리지 뭐야. 여기 싫어 딴데 가겠다,
사표랑 다를바 없잖아.
재석 그럼 쓰나둬요. 덕분에 승진 좀 하게.
현주 (하숙 눈치 보며, 재석 발등을 밟고)
재석 (아파한다)
현주 (하숙에게)김재리님 말씀 농인거 아시죠?
하숙 (답답한듯 두사람 보다, 준희보며) 서준희씨?
준희 (보면)
하숙 (준희 보고) 합정동 가봐. 가서 주실장 왜
그런지 알아봐.
준희 (어두운)
 
 
씬 45 카페 공사장 전경.
 
준희, 공사장안으로 들어간다.
화난 얼굴이다.
 
 
씬 46 텅 빈 실내
(공사 덜 됐다).
 
한 쪽 창가에 성우, 준희 나무 박스위에 앉아 마주보고 있
다.
 
준희 (원망섞인 눈빛으로 성우 보는, 화난,
가라앉은) 내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아직도 자신해요? 끝낼 수 있다고, 별거
아니라고, 아직도 자신하는 거예요?!
성우 (외면) 소리치지마.
준희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들어야겠어요.
성우 (외면)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어, 너랑
놀기에는.
준희 (무섭게 노려보며) 나랑… 놀았어요?
성우 (외면) 갑자기 너랑 이렇게 만난다는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어. 끝이 보이는 길은 가는게
아냐. 끝이 뻔한데 모르는 척 갈수만은 없는
일이잖아.
준희 (조금 화난 듯 한) 끝이 보여요? 그 끝이
어때요? 난 안보이니까 얘기 좀 해줘요, 끝이
어떤지.
성우 (준희 보지않고) 난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악연인거 같애. 좋은 인연이 아닌거 같아. 좋은
인연이라면 이렇게 꼬여서 만나지는 않았을
거야. 니가 유부남인채, 내가 나이 든 채.
(잠시)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고싶어. 그래서
고민했어. 좋은 인연을 어떻게 만들까. (준희
보며) 그래서 결론내린거야. 좋게 헤어지는
것도 좋은 인연이 되겠구나.
준희 그건 선배 마음이 아니예요.
성우 …
준희 내 눈보고 얘기해봐요. 내가 아무것도 아닌지,
헤어질수 있는지 내 눈 보고 얘기해요.
성우 (차마 못보고 고개 돌린다)
준희 (성우 얼굴 자기 쪽으로 돌리고) 난 선배보고
얘기 할 수 있어요. 헤어질 수 없다고.
언제까지 거짓말할거예요. 아니라고, 헤어질수
있다고, 언제까 지 거짓말할 거냐구요.
인생에서 한 번쯤 욕심껏, 마음가는대로
그렇게 살 수 없어요? (눈물 그렁해) 나랑..
정말 놀았어요?
성우 (준희 보고, 이 앙다물며) 끝이 보인다고했지.
얘기해 줄까?
준희 ….
성우 너 부인이랑 잠자리안해? 하지. 그러다 아이
가지면 아이 낳을거지. 그 땐 어쩔래? 바람도
적당히 피는거야. 너 이혼하기 겁나지? 나도
너 이혼시키기 겁나. 가정파탄 시킨 여자란
소리 듣기 싫어. 이건 뻔한 놀음이야.
준희 (눈가 붉어져, 성우 보다) 좋아요. 선배는 많은
사랑을 해봤으니까, 많은 경험중에 어떤
하나를 선택해서 그렇게 될 것이다, 결론내릴
수 있어요. 그런데 난 아니예요. 처음이예요.
그래서 그 끝을 몰라요. 그 끝이 어떤지
가봐야 겠어요. 시작은 선배가 했는지
모르지만 끝은 내가 낼거예요. 나만이 이
사랑을 끝낼 수 있어요.
성우 (준희, 보고) !
 
 
씬47 동진이네 편의점 밖.
 
 
 
 
은수, 창가쪽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고, 동진이
음료수 두개를 가져와, 옆자리에 앉는게 보인다.
 
 
씬 48 편의점안.
 
동진, 은수 앉아 얘기하고 있다.
 
은수 (동진 보는)
동진 세미가… 없어 졌어.
은수 없, 어져?
동진 (답답한, 음료마시며) 아니. 도망갔어. 그래
도망갔어.
은수 니가 도망가게 한 건 아니구?
동진 (자기 비하조로) 난 아무래도 속물인가봐.
차라리 잘됐다 싶어.
은수 우리 언니 프랑스에서 현지인하고 사는 거
알지? 언니는 강의나가고 형부는 거기서
중장비 트럭 운전해. 그 사람들 한테는
학벌이나 가진거 문제 안돼. 그 사람들한테
문제가 되는 건 사랑뿐이야.
동진 외국, 얘기야. 그리고 걜 사랑하지 않아.
은수 너하고, 준희는 도대체, 정말, 어느 정도가
사랑이니?
동진 (서글프게 웃고) 준희씨랑은 괜찮니?
은수 (무심히, 차마시며) 안 괜찮아. 토요일 날 준희
외박했다.
동진 ?
은수 (창 밖보며, 서글픈 웃음 띠고) 그 날 그
여자랑 같이 있었을까?
동진 연애할 때도, 같이 살면서도 힘들 때면 무작정
그렇게 떠났다가 생각 정리시키고 온다면서.
머리가 복잡하니까, 바람 좀 쐬겠지.
은수 (생각하는 눈빛, 서글픈 웃음) 일요일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런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생각하며) 사자가 사냥을 할
때말야. 주로 암컷이하게 수컷이 하게?
동진 (보면)
은수 (동진 안보고, 생각하며) 암컷이 한다, 왠 줄
알어? 암컷은 직감이 있기 때 문에 먹이가
어디서 오는 지 수컷보다 빨리 알어. 난 암컷
이야. (서글프게 웃으며, 강하게) 냄새가 난다,
아주 묘한 냄새가 나.
 
 
씬 49 준희 집 전경 (밤)
 
 
씬 50 준희네 침실.
 
은수, 천천히 장농 문을 하나하나 열어 준희의 옷을 하나씩
만진다.
은수, 준희 바지를 들고, 주머니를 뒤진다.
처음 주머니엔 아무 것도 없다.
 
 
 
다른 주머니를 뒤져본다.
뭔가 잡힌다.
꺼내보면 고속도로 통행 영수증이다.
은수, 생각한다.
 
인써트 – 회상.
은수, 집 주차장으로(11부) 차몰고 오는데, 준희차 주차해
있는 것 본다.
 
현실.
은수, 기분이 이상하다. 다시 주머니를 뒤지면, 무언가 집힌
다.
꺼내보면 라 이터다.
은수, 그걸 보면, 콘도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씬 51 준희네 거실.
 
은수, 전화하고 있다. (긴장감있게)
 
은수 네. 지갑이요. 지갑을 두고 온 거 같아요.
콘도 (E) 몇 호실에서 묵으셨습니까?
은수 제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콘도 (E) 체크 인 하실 때 어느 분 성함으로
하셨습니까?
은수 서준희씨요. (가만히 기다린다. 정적이 감돈다)
콘도 (잠시후, E) 405호실에 묵으셨군요. 근데 물품
두고 가신건 없는데요. (하는데, 상대편에서
여직원 ‘전화 좀 바꿔 줘요’하는 소리들리고,
수화기 낚아채 말한다)
콘도 (E, 여자) 사모님이세요? 침대 밑에서
스카프를 발견했는데 저희가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보내드릴께요.
은수 (긴장하는) 스카프요? 그 날 스카프는 안했던
거 같은 데.. 405호실 서준희씨 방에서 나온거
맞나요?
콘도 (E) 그 날 스카프하고 오셨잖아요. 제가
예뻐서 눈여겨 봤었는데.
은수 !
 
그때, 초인종 소리나고.
은수, 문쪽 돌아보고.
 
 
씬 52 준희의 침실.
 
준희(샤워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씬 53 주방.
 
은수, 소파에 생각 많은 얼굴로 앉아있다.
준희, 방에서 나오다, 은수 보고는, 무심히 주방으로 가서는
물을 마신다.
 
 
 
 
은수 (준희 보며) 무슨 샤워를 그렇게 오래 해?
준희 (물마시는)
은수 나랑, 얘기 좀 할래?
준희 (본다)
 
 
씬 54 거실.
 
소파에 은수, 준희 나란히 앉아있다.
은수, 준희를 관찰하듯 앉아 있고, 준희, 캔맥주 마시고있다.
 
은수 (준희를 계속 관찰하는) 맥주 맛있어?
준희 (고개 끄덕이고 맥주 마시는)
은수 오늘은 빨리 들어왔네. 성우 선배 안만났니?
준희 (가만있는다)
은수 묻잖아.
준희 말하기가 싫다. 너한테는 많이 미안한데 얘길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아.
은수 (피식 웃음이 다난다, 눈가 그렁해지는, 긴장감
놓지 말것) 얘기하기가 싫 어? 이젠 거짓말도
하기가 싫어?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니?
준희 (가만) ..
은수 너 토요일날 집에 안들어왔지?
준희 (눈 감고 답답하게 있다)
은수 (준희를 물끄러미보다가 이 앙다물며) 나 없는
틈에 둘이 있으니까 좋디?
준희 (가만)
은수 (가만히 부른다) 준희야.
준희 (보면)
은수 (준희의 뺨을 힘껏 때린다)
준희 (맞은 채 그대로 있는다)
은수 둘이 같이 잤니?
준희 (눈가 그렁해 외면하면)
은수 (눈가 그렁해 이 앙다물고, 울지 말것,
풀어지지 말것) 자지는 말랬지, 내가. 제발
자지는 말라고, 바람 피워도 좋으니까,
연애해도 좋으니까 자지만 말라고
부탁했었지. (비아냥조, 독하게) 나.. 애
못낳는다고 그 여자한테 얘기했니?
 
은수, 부릅뜬 눈에서 눈물 주룩 흐르고, 입술 떨리는데서,
엔딩.
 
끝(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