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우(여, 33세) – 배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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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테리어 토털 매니저. 모든 예술 분야(미술, 공예, 도예 등)와 인테리어를 한데 접목시키는 작업이다. 가령 어느 카페나 집을 만드는데 그곳에 화백이나 공예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어떻게 인테리어를 할 것인가를 판단하여 이를 주선하는 일을 말한다. 명문대 경영학부를 졸업하여 대기업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 ‘이매지’에 입사한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다. ‘이매지’는 그녀의 선배인 김하숙이 운영하는 회사이며 성우는 실무 최고책임자다. 겉보기엔 냉정하면서도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와 아픔만이 아니라 넓은 이해심과 한없이 부드러운 여성성을 감추고 있다. 이렇듯 그녀가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과거의 영향 때문이다. 유년시절 그녀는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언제나 당당했다. 남들 하는 만큼 공부도 했고, 과부 티를 내지 않는 엄마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거친 세상을 단숨에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처럼 편견 없이 순수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물둘에 첫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강사였다. 일찍 철이 든 탓에, 소녀 같은 감상에 빠져 학창 시절에 국어 선생님도 좋아한 적이 없는 그녀로선 뒤늦은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부남이었다. 그녀는 그가 아내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성우만을 사랑한다고 누누히 말했다. 처음에 그녀는 유부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비극일 수 있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세상을 누구보다도 상식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보고 싶은 남자의 전화를 백 번도 넘게 말없이 끊었고, 비오는 날 집 아래 창가에서 우산 없이 서 있는 남자를 보고도 모른 척하려 애쓰며 오지 않는 잠을 이 앙다물고 청한 적도 있었다. 그녀는 그와의 줄다리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사랑을 다짐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결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그녀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남자는 아이를 들먹였다. 아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남자에게 물었다. ‘나를 처음 만나 사랑할 때도 아이가 있었고, 아내가 있었다. 그럼 왜 그때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지 않았나? 허물어질 대로 허물어지고 난 지금에야 그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때 남자가 말했다. ‘이제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성우는 그때 허물어지는 자신을 간신히 추스르고 돌아서며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준 남자가 차라리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랑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진리를 배웠다.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스물일곱에 다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준수했으며 나이 차도 세 살로 적당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없고 자식 없는 미혼이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려 했다. 성격도 잘 맞았다. 무엇보다 정착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집안에서 반기를 들고 나섰다. 편모슬하의 외동딸을 장손 집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부모를 설득하겠다고, 그러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런다고, 기다린다고 하고서는 기다리지 않았다. 남자가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과 살 만큼 모나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픈 사랑을 두 번하고, 스쳐 지나가듯 두 남자를 더 만났다. 결국 서른을 넘기고 세 살을 더 먹었다. 이제 그녀는 영원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 허우적댈 만큼 자신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그녀는 아직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다. 그런 그녀가 다시금 도망칠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이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보려고 했다. 지금까지 모든 사랑이 부질없고, 가벼웠듯이 이 사랑도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다행히도 이 사랑은 그녀의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
서준희(남, 28세) –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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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테리어 토털 디자이너. 직장인 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삶이 더 어울리는 순수한 사람이다. 즉, 사회성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성우의 부하직원이다. 무녀독남으로 양친은 모두 청주에 계신다. 교수이자 이해심 많은 부친과 중졸이지만 따뜻하고 예쁜 모친 밑에서 평탄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학부 중 뉴욕으로 유학을 갔다. 은수와는 뉴욕에서 우연히 만났다(당시, 은수는 파리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뉴욕으로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그는 친구처럼 편한 은수와 3년 동안 연애하고, 스물다섯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아무런 갈등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은수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많이 이해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가 판화를 전공했지만 화가로 남지 못하고 취업을 한 건 사실 은수 때문이었다. 뉴욕에서 은수와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그녀는 약속 장소에 일찍 나와 있었다. 준희는 건널목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때 은수가 말했다. ‘빨리와, 빨리!’ 그는 은수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건널목을 건넜다. 하지만 빨간불이었다. 그는 차와 충돌! 이후,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판화는 할 수 없을 만큼의 수전증을 앓는다. 하지만 천성이 낙천적이고 아이처럼 순수한 그는 속으로야 어쨌든 겉으로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만다. ‘다음에 태어나면 신호등을 잘 지켜서 손을 다치지 말아야지, 그리고 꼭 판화를 해야지.’ 그래서 ‘누가 손을 떠네요.’ 라고 물으면, ‘그쪽이 좋은가봐요, 떨리네요.’ 라며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준희다. 여자라고는 엄마, 이모, 은수밖에 아는 사람이 없고 사랑한다고 느낀 여자는 미국 여배우인 오드리 햅번 뿐이었다(그는 은수에게도 이 여자를 정말 사랑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은수와는 ‘임마, 점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방위로 군 생활을 하기 전에 사창가에서 동정을 잃었다고 수줍게 웃으면서 말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낸다. 그런 그가 사랑을 한다. 누가 뭐래도 그에게는 첫사랑이다. 그는 성우와 살고 싶어한다. 은수가 자신의 사랑을 용서했으면 한다. 자신의 아내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말할 만큼 그는 순수하다. |
정은수(여, 27세) – 유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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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예가면서, 갤러리 ‘착한 생각’을 직접 운영한다(그녀는 문화센타(주현철, 이동진이 다니는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공예 강좌의 강사로 출강을 나간다. 성우 모인 윤영희를 가르치게 된다). 2녀 중 막내로, 양친 모두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언니와 단 둘이 자랐다. 사업가였던 부친이 남겨준 재산으로, 일찍이 어른스러웠던 언니(현재 언니는 파리에서 현지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밑에서 당당하고도 바르게 자랐다. 매사가 긍정적이고, 유머도 많으며, 웃음도 많고, 무엇보다 밝다. 가령 그녀는 어려서도, 누가 ‘너 고아구나, 안됐다’ 라고 말하면, 웃으며 ‘안될 것도 없어, 니 부모님도 언제간 돌아가실 테고, 그러면 너도 언젠가는 고아가 될 테니까.’ 하고 말할 정도로 당돌한 면이 있으며 막힌 데가 없었다. 재학 시절에도 거침없는 성격에 이해심도 많아, 속 좁은 여자보다는 남자와 더 잘 통했다. 동진과는 유학 전 미팅에서 만났다. 그녀는 처음 동진을 보고 그와 결혼하리라 마음먹었다. 동진은 그녀가 본 남자 중 가장 남자답고도 큰 남자였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이유도 없이 동진은 그녀를 외면하고, 유학을 종용했다. 그녀는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구차하게 묻고 싶지 않았다. 동진이 ‘제발 날 떠나줘.’ 라고 얘기했을 때 그녀가 기껏 한 말이라고는 ‘진심이니?’ 그 한마디뿐이었다. 동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친구하자.’ 라고 말했다. 그녀는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단순히 화나서가 아니었다. 자존심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는 동진이 무슨 이유에서건 자신을 진심으로 보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으며, 속 깊은 사람이 그리 말할 때는 내 심정이야 어찌 되건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애써 울지 않았으며, 다시 그 일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진과는 친구가 되었다. 과거야 어찌 되었긴 그녀는 현재 준희를 가장 사랑한다. 자신 때문에 다친 준희에 대한 죄책감이 있지만 반드시 그 때문은 아니다. 그녀는 준희에게서 여러 사람을 본다. 아버지(가끔 그녀가 불 같이 화를 낼 때 너그럽게 받아주는 준희), 아이(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는 준희), 애인(아직도 그녀는 준희를 볼 때 설렌다), 친구(그녀는 준희가 가장 만만(?) 하다) 등등···. 은수는 혼자 이렇게 생각한다. ‘부모님이 다시 살아서 돌아오신다고 해도 준희와 바꾸지는 않으리라.’ 준희가 행복할 때는 은수도 행복하다. 은수의 가장 큰 바람은 준희의 아이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작은 준희’ 혹은 ‘준희 2세’.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그런 그녀가 준희의 외도를 본다. 그녀는 모질게 아프다. |
윤영희(여, 52세) –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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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우모. 고등학교 3학년이던 열아홉 살, 부산에서 우연히 만난 마도로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성우를 낳았다. 한 번 만난 남자와 목숨 걸고 사랑할 만큼 그즈음 그녀는 순수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년에 길게는 300일을 외지로 떠도는 남편, 숫기도 없는 스무 살에 얻은 예민한 딸 아이. 젊은 날 그녀의 유일한 낙은 오지도 않는 남편을 마중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성우가 초등학교에 입할할 무렵 남편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건네받은 것은 다른 여자에게 갈 연서(戀書)와, 산만 하던 남편은 온데간데 찾아 볼 수조차 없는 한 줌 뼛가루뿐이였다. 그때부터 그녀에게 한 가지에 대해서만은 거짓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카리스마 넘치고, 바람을 일삼았던(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은 그가 죽고 나서야 알아챈 것이지만 살아 있을 때도 마도로스인 남편이 그녀만을 사랑했다고 믿지는 않았다) 남편을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으로 꾸미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거나 자존심을 지탱하는 방편일 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잘난 척하는 것은 죽어도 못 보며(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나이 오십이면 누구나 부리는 갖은 허세를 그녀는 칼날처럼 예리하게 집어내기 때문이다. 가령 승용차를 자랑하느라 정신없던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해하자. 오죽 가진 게 없으면 꼴사나운 차 한 대에 입술이 부르트게 자랑을 하겠니. 그래, 니 차 좋다, 근데 세차나 하구 다녀라.’ 하는 식이다), 세상에서 딸을 가장 사랑하지만 맹목적이거나 의지하려 들지는 않는다. 딸과는 친구처럼, 동료처럼(같은 여자이므로) 지낸다. 딸이 말하지 않아도 숨소리만으로도 아픔을 가늠할 수 있는 엄마가 바로 윤영희다. |
주현철(남, 55세) – 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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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편집부장이자 칼럼리스트. 마흔아홉에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를 암으로 잃었다. 아들은 둘인데 모두 결혼해 분가시키고 혼자 산다. 윤영희와는 어린 시절 만리동 한 동네에 살았다. 그는 영희의 첫사랑이다. 또한 영희가 시집가던 그해 겨울을 또렷이 기억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무슨 시집이냐고 부친에게 머리끄뎅이를 잡히고도 ‘시집 갈거야, 시집 갈거야!’ 하며 악을 쓰던 그녀를 그는 예쁘게 기억한다. 털털하고 말은 별로 없지만, 단순한 거짓말은 쉽게 넘겨줄 수 있을 만큼 이해심 많고 사려 깊으며, 따뜻한 인물이다. 영희의 남편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영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남자(영희의 인물 소개에서 영희가 남편을 자상한 인물로 꾸며냈다고 했는데, 주현철이 그 인물과 유사하다). 영희에게 친구면서, 남편이 되고자 한다. |
이동진(남, 28세) – 김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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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사건 담당기사(주현철은 그의 상사면서 스승이다). 2남 2녀 중 장남. 편의점을 운영하는 부모와 함께 산다. 형제들은 모두 출가했다. 능력 있고, 서글서글하며 남성적인 단호함이 있다. 그러나 은수 앞에만 서면 참 많이 아프다. 세상 누구보다도 은수를 사랑하고 아낀다. 그런 그가 은수를 가슴속에서 내치고, 친구로 만든 데는 아픈 이유가 있다. 그는 성불구(발기부전증)에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은수를 만나는 동안에도 알지 못했다. 우연히 전립선염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그때 이 사실을 알았다. 은수와 혼담이 오가던 중이었다. 그는 은수를 포기했다. 그리고 나중에 은수가 지나치듯 ‘그때 나 왜 찼니?’ 라고 물었을 때 그는 말했다. ‘나 장남이잖아. 울 어머니가 너 말라서 애 못 낳게 생겼다고 싫다더라(당시 그는 은수의 불임을 알지 못했다. 물론 은수도 동진의 불임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은수를 떠나보내고, 은수가 준희를 만나 결혼하는 모습을 아프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일련의 것들이 은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저해시키지는 않았다. 또한 은수를 사랑하는 마음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은수에게조차도···. 그는 은수에게 미련도 없다. 그냥 친구로 남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은수의 사랑을 받는 준희가 행복한 남자라고는 생각하지만 질투하지 않는다. 경계를 넘어선 우정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는 은수와 영원하고 싶다. 처음 세미를 만나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차라리 피곤했다. 철없고 거친 모습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세미에게서 자신을 본다. 자신처럼 병들고(그는 남자의 가장 큰 의무를 배태의 의무로 보는 사람이다. 그는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가 꿈이었다. 그런 꿈을 실현시킬 수 없는 자신을 스스로 병자로 여긴다), 자신처럼 뒤틀린 그녀를 보며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
세미(여, 23세) – 추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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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그녀를 거리 부랑아라 부르거나 길거리 오렌지족이라 부른다. 지나가는 남자들과 놀아주고 하루 세 끼 밥을 얻어먹는다. 그러나 몸을 팔지는 않는다. 거칠고 사납지만, 속내는 여리기 그지없다. 돈을 못 벌면 경찰서에서 자고, 돈을 벌면 여인숙에서 잔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압구정이나 강남 부근을 서성인다. 엄마(세미는 엄마를 찾아 강남역을 배회한다)는 동두천 창녀였고, 아빠는 태국계 미국인이다. 돈을 벌면 엄마를 버린 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죽는 것이 꿈이다. 그녀는 세상 모두를 증오한다. 중학교 중퇴지만 동두천 바닥에서 얻어들은 영어를 곧잘 한다. 그러나 읽지는 못한다. 세미라는 이름은 수세미 공장을 운영하는 양모가 붙여준 이름이다. 본명은 김여자다. 만사를 귀찮아했던 친모가 ‘여자니까, 그냥 여자라고 부르지. 뭐.’ 라며 붙여준 이름이다. 그녀는 동진을 경찰서에서 처음 보고 참 재수 없는 놈(동진은 사건 수집차 파출소에 왔다)이라 여겼다. 먹물과는 말하기도 싫었다. 밥이나 사주면 고맙고, 술이나 사주면 그만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아본 적도, 사랑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동진을 사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주제도 모르는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그러나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초라한 자기 신세가 죽도록 화났다. 동진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좋다는 말도 못하는 그녀는, 바보다.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스물셋 청춘이다. |
장어(남, 25세) –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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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의 동두천 친구. 나이 차이는 있지만 서로 반말을 하며 세미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세미가 벌어온 돈으로 기생하며 살지만 악의는 전혀 없다. 그는 악의를 가질 만큼 세상 물정에 약지 못하다. 세미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씨가 어눌하고, 다리를 약간 절며, 아이같이 순수하다. 세미를 사랑하지만, 세미에게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분수를 안다. 그리고 심장병을 앓고 있다. |
김하숙(여, 42세) – 김동주
| ‘이매지’의 대표. 만년 과장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이 있고,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엄마다. 성우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성우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동문회 모임에서 커다란 사발에 담긴 막걸리를 참으로 맛깔스럽게 비워내고 김치 한 쪽을 접어먹던 성우를, 같은 여자지만 멋있게 생각했다. 이후, 성우와는 나이 차이를 잊고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배포도 맞았고, 무엇보다 슬픈 일이 겹겹이 닥쳐도 내색 않는 성우가 예뻤다. 남편의 고등학교 후배인 준희에게 친누나처럼 대한다. 은수와도 막역한 사이다. 능력 있고, 사리 분별이 철저하다. |
김재석(남, 32세) – 손현주
| ‘이매지’의 대리. 바람둥이에 말투는 거칠어도, 도리 바르고, 착한 데가 많은 인물이다. 심현주와는 사내 커플이다. 드러내놓고 사랑 표현을 하는 건강한 연애를 하는 인물이다. 준희와 유일한 사내 말벗이다. |
심현주(여, 25세) – 우현주
| ‘이매지’의 여사원. 입사 2년차로 성실하고, 발랄하다. 재석과는 끊임없이 사랑싸움을 하면서도, 그를 정말 사랑한다. 건강하고, 매너 있고, 눈치가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
박인정(여, 22세) – 조윤정
| 갤러리 ‘착한 생각’ 의 큐레이터. 맑고 순진하다. 은수의 일을 잘 돕는다. 언제나 은수만 만나러 오는 동진을 좋아하지만 딱히 내색하지는 않는다. |
기타 등장인물
| 송선주 역 – 양희경 유란 역 – 안해숙 산부인과의 역 – 윤예희, 한진희 임과장 역 – 정종준 약사 역 – 김하균 이교수 역 – 정성모 맞선남 역 – 한범희 미선 역 – 유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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