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
| [ Re: 스물셋의 가을 ] 안녕하세요..수지님..요즘 한동안 뜸하시더니… 가슴앓이를 하고 계셨나봐요.. 항상..수지님의 글을 대하다 보면 마음이 괜시리 우울해져요.. 근데..그 우울한 마음이 제 마음을 더 무겁게 하지는 않네요.. 잠깐..그 마음을 더한 마음을 느낄뿐…더 아프고..어둡진 않아요… 수지님 말씀대로 사는게 참 두려울때가 있어요.. 산다는게 정답없는 ? 와 같으니까요.. 죽음을 눈앞에 둔 그 순간에도 우리가 살아온 삶이 정답이었는지..아닌지..모르잖아요. 길었던 머리를 자른다고 해서..우리는 산뜻하게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 있을까요? 머리뿌리는 그대로인데…과거의 잔상들을 쉽게…잊을수 있을까요? 머리안의 기억들..은 그대로인데…머리카락을 자른다고 새로워질수 있을까요. 마음이 무거울때는 한숨을 깊게 내쉬어 봅니다… 그럼…한숨에 섞여…어지럽고 무거운 마음이 조금을 날아갈까싶어… 한숨을 내쉴때마다 자꾸/ 한숨이/ 길어지고/ 많아집니다./ 무거운 마음을 덜어볼려 한건데..이상하게..가벼워진 마음안에 더 많은 무거운 마음들이 들어옵니다.. 마음으로부터의 자유.. 그건..영원히 치유되기 어려운 관절염과 같은게 아닐까요? 괜찮다 싶으면..시리고..쑤시고..아프고..뚜닥뚜닥 소리가 나고… 날씨가 눅눅하거나..비가오거나..쌀쌀해 지면…더 많이 아프죠… 요즘 거짓말방에 가족들이 너무 없네요.. 점점 줄어드는것 같아서…안타까워요… 나만 아직 거짓말을 못 잊는건가…나만 아직 헤아나지 못했는건가… 이런..생각들이..자꾸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 23살..어느..여름..가을같은 마음을 안고..지원올림 ~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살며..생각하며..잊혀져 가며… ] 일주일간 휴가… 난 근사한 계획도 이렇다할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냥..집정리나 해야겠다는 생각…그 정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산뜻함…개운함… 부모님은 여행~~ 언니와 난..각자의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근데..그게 맘같이 빨리 치워지지가 않았다… 한개의 서랍을 정리할라 치면…쏟아져 나오는 추억들…. 중.고등학교시절 친구들과 야.자시간에 무수히 쓰고 또 썼던 쪽지들.. 글씨가 너무도 작아 이젠 알아볼수도..알아보기도 힘든 그때만의 암호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다음 서랍에서 또 쏟아져 나오는…사모했던 선생님의 사진들… 그땐 왜 그랬는지…멀리서 아주 멀리서..그 선생님보다는 뒷 배경이 더 많이 들어간 사진들…. 몰래 그 선생님을 찍기 위해…친구들과 몰래 담벼락에 숨어… 순식간에 찍고는 내달렸던 기억들… 지금은 흔들린 사진속에 선생님 모습도 희미한데… 그때는 그 흔들린 사직속의 선생님의 점까지도 찾아내었던 나였는데… 그렇게 하나하나…방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갖가지 추억들이 마음을 슬프게 했다…. 언니는 친구언니집에서 잔다고 그렇게 집을 나갔고… 난 혼자서 또 방을 치웠다.. 난 혼자 있는게 좋다…그냥…잡생각을 많이 하는게 싫으면서도 한시도 그런 생각을 안한 적이 없다…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필요이상으로 만나진 않는다… 내쪽에서 어딘가 선을 그어두는것 같아…그런 나를 보며 친구가 마음아파 할때도 있지만…이젠 익숙해진 모양이다…그 친구도… 고등학교시절 야.자시간에 하루에도 몇 장씩 쪽지를 주고 받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소식을 알수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 아이는 영화감독…나는 영화 평론가가 되어…만나는게 그 당시 그 아이와 나의 쪽지에 담긴 꿈이자 일상의 쪽지내용이었다… 마지막 서랍에서 정사각형의 깡통을 발견했다.. 그안엔..그 아이가 나에게 보낸 쪽지가 수북히 담겨져 있었다.. 하긴, 하루도 빠짐없이..야자시간에 주고 받았던 쪽지니까…그 정도는 될것이다…. 그 아이의 집 ….. 어느 한구석에도 내가 보낸 쪽지가 아직 남아있을까? 그때는 참 많은 꿈도 즐거움도 있었나보다… 쪽지를 통해 난 나의 고등학교 3학년시절을 다시 찾았다… 그날…난…거짓말CD를 듣지않고는 충분히 가슴이 설레고..아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다른장소..같은시각..같은마음..으로 본 거짓말… ] 모임 후기를 읽으니..19,20회 모임 잘 끝마친것 같네요.. 저도 같은 곳에 있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같은마음으로 19,20회를 보았답니다..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 보다는 그들의 모습…얼굴이 자꾸 기억이 납니다… 성우의 시리도록 슬픈얼굴..준희의 자책이 담긴 얼굴..은수의 비워진 마음이 담긴 얼굴.. 그리고…선인장.. 과연..준희가 그의 부인..은수를 안 버렸다면..성우는 준희와 어디까지 갔을까요..결론은 똑같지 않았을까 싶네요.. 성우는 포기라는걸 압니다.. 그리고..그게 자기에게는 더 익숙하고요..어느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것에는 자신이 없던 성우..그래서 이번만큼은 자기 욕심대로 할려고 해 보았지만… 그 자기 욕심이라는게 결국은 포기..비우기가 아니였을까요.. 가장 그들중 욕심이 많다면..준희 였을겁니다.. 성우도.은수도.판화도 갖고 싶었던 준희… 처음..은수가 가장 욕심과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사랑도..성공도..인생도..아기까지…. 하지만..은수는 충분히 사랑을 위해서는 그외의 모든걸 버릴수 있는 인물이 었다는걸 지금 알게되었습니다.. 성우는…예전부터…욕심이 없었지요.. 다만..준희라는 한 사람만은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생각이 마음을 앞지를수는 없었지요..마음이 너무 여렸으니까요…준희가 말한 선인장처럼… 정말..성우는 선인장 같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준희는 은수도 성우도 놓칠수가 없었지요..또..판화까지.. 성우에게 가면서도 은수를 친구로 남길려고 했던 준희… 끝내..그는 그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 보통..TV에서 비춰지는 유부남이 바람을 피운다는 형식에서는 그 유부남은 나쁜놈 아니면..진정으로 또 다른 여인을 사랑한 우유부단한 남자로 설정을 합니다.. 그런면에서보면..준희도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지요.. 마지막…준희가 선인장만이 생각난다고 했을때..그의 마음속에는 성우는 이미 또 다른 오드리햅번이었고 선인장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마음속 아주 깊은곳에 자리잡은 ……. 마직막회를 다 본후….다시 되감기를 해서… 준희와 콘도에서 헤어지고 돌아올때 성우에게 남겨진 선인장에 일시정지를 누른후 선인장 목걸이만을 한없이 보았습니다. 에고..자꾸 쓰다보니..주저리 주저리..청승맞은 글이 되었네요.. 함께..모임을 하지는 못했지만..같은 마음으로 보지 않았을까해서 몇자 적어보았어요.. 9월달은 굉장히 바쁜 모임이 되겠군요.. MT에..음성꽃동네까지.. 저희 언니가 3달동안 봉사활동간곳이라서..잘 알아요.. 언니가 3달동안 그 조용하고 인적과 떨어진 곳에서 뭘 생각하고 뭘 마음에 담아왔는지는 잘 몰라요.. 그냥..그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다는건 알지요.. 봉사활동도 하면서..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곳이지요.. 거기서 보는 밤하늘과 밤공기가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그 곳의 하늘이 보고싶습니다..저도..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가끔 생각을 비우고 세상을 바라본다. ] 가끔 선잠속에서 새벽에 일어날때가 있다. 아침인줄알고 눈을 떴는데 아직 새벽 4시 30분을 조금 넘은 시간이다. 근데..그 시간이…어찌 생각해보면 참 낯선 시간이었다. 설익은 새벽공기의 냄새..아직 달이 묻어나는 어두운 풍경들.. 쉽게 다시 잠이 들지않았다.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그 시간에도 간혹가다 차들이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방향을 잃고 거니는 몇몇 사람들과 이 시간이 자신의 시간인양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속에서 우리는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그 시간속에서의 이방인. 캄캄한 하늘속에서 몇몇의 별들과 달이 어슴푸레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상 어렸을적부터 가장 빛나고 크게만 보였던 나만의 별이라 생각했던 것이 “인공위성”이였다는 말을 처음들었을 적…. 그런 배신감이 없었다. 슬프다는 생각보다 더한 무언가 기분나쁜 배신감이라고나 할까? 가끔 가다 우연찮게 빳빳한 신권이나 종이에 손을 베일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칼에 베인 손을 볼때면 베어나오는 피와함께 에잇!이라는 소리를 입에서 내뱉는 반면, 종이에 순간적으로 사~악 베인 손을 볼때면 소름이 돋으며 기분이 정말 쫑!이다.. 그때 처음 기분나쁜 배신감이라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어디를 분명 베였는데 찾을수 없을만큼의 미세한 틈사이의 상처.. 물을 묻히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할때의 그 기분나쁜 따끔거림.. 그때가 그런 생각이 두번째 들었던 때다… 나만의 별이라 생각했던 것이 인공위성이였다는 말을 들었을때가… 하지만, 선잠속에서 깨어난 그 시각에 본 가장 크고 반짝이는 별은 예전의 어릴적 나만의 별이라고 생각했던 그 별이었다. 아무 생각을 할수없게 만드는 그 시각에 본 그 별은 분명 나만의 별이었다. 바쁘게 달려가는 오후의 시간…생각만으로도 무척 복잡고 무언가 쫓기는 심장박동 소리에 맞춰 세상을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새벽의 고용함.정막함은 편안함보다는 낯설음에 가까웠다. 가끔, 수많은 인파속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로 거닐때가 있다. 예전에 무슨 화장품카피에 나오던 그 말. “낯선여자에게서 그의 향기가 묻어난다.”라던 그 문구처럼 낯선 인파속에서 나도 모르게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의 그 친구.그 사람이 생각나곤한다. 분명 같은 사람이 아니건만, 잠깐 스친 타인에게서 그 친구.그 사람의 모습이 잠깐 스쳐지날때가 있다.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집에와서 예전의 사진첩을 꺼내든다. 그런 친구.그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었던가…라며 잊고살았었는데… 분명, 나에게도 그런 그들과의 추억이 있었던것이다. 새벽에 느껴지는 조금은 서늘한 기온이 마음을 식혀준다. 새벽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 비틀거리며 알아들을수 없는 노랫가락을 뽑으며 집을 찾아가는 아저씨. 나에겐 낯선시간들인 이 시간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시간인양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가끔 자신에게는 죽은 시간이었던 그 시간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마음이 생기는것 같다. 죽은 시간..낯설은 시간.. 그 안에서도 나를 반기는 어떤것이 있었다. 어릴적 간직했던 나만의 별… 크면서 현실을 보게 되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그건 나만의 별이었다. 아주 유달리 크고 반짝이던 내 마음의 별.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10년만의 엄마와의 화려한 외출…… ] 거의 어림잡아도 꼭 10년만이였다. 엄마와의 여행…. 어딘가를 떠난다는건 참 마음설레고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하는 혹?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엄마와 함께 떠난곳은 “사리암”이라는 곳이였다.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솔밭이 유명한 “운문사”라는 절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는 곳으로..정말 높은산에 절벽쯤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높은 경사와 수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먼저 질려버린 나…. 하지만, 마냥 엄마와 함께라는 생각에 나의 이성이 마비되었던것일까? 조금의 매스꺼움이 있었지만, 싫은 내색한번 하지 않고 열심히 올랐다. 근데, 목표를 두고온 사리암보다 지금 내 기억속에 남는것은 먼지 폴폴나는 시골길에서 만난 은빛 갈대밭이었다. 쌀쌀한 바람에 나부끼는 은빛 갈대…. 엄마는 무작정 끼~익 소리를 내며 차를 세우셨다. 그리고, 마냥 소녀같은 행동의 엄마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엄마의 조그마한 소원이 있다. 시골 한적한 곳에 욕심없이 그대로 얹혀진 촌집 한채… 새로 계조한 시골집이 아닌, 그저 정말 흙과 나무로 만들어져 바라만봐도 곧 쓰러질것 같은 촌집…마당엔 고추가 볕을 받아 윤기나게 반짝이고, 할아버지는 홍시가 되어 금방이라도 떨어질것 같은 감나무에서 열심히 감을 훔치고, 할머니는 부엌에서 밥을 지으시고, 언제적 고기뼈인지 모를 뼈를 열심히 빨고 있는 똥개 한마리… 엄마와 함께 사리암을 향하던중, 정말 그런 촌집을 발견했다. 정말 그 집을 빙 둘어싼 감나무와 고작 대문이라고도 할수없는 싸리나무로 엮어 만든 대문과 울타리… 얼른 카메라를 열어 찰칵!! 언젠간..아니 얼마지나지 않아 정말 저런 집에서 꼭 살거야..라는 희망에 부푼 나의 두눈…그리고, 엄마의 자그마한 희망 사리암을 도착하기 몇 분전에 커다랗고 깨끗한 절을 보게되었다.. 운문사라는 절.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선지..웬지 조용하고 멀리서 지켜보는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풍경.. 엄마에게 그냥 혼잣말처럼 “엄마..저 분들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비구니가 되셨을까?..”라던 나의 물음에..”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연을 만들지 않기위해 비구니가 된건 아닐까?…”라던 엄마의 조용한 대답. 정말이었다. 모두가 쉽게 신부님.수녀님.스님.비구니스님을 생각할때 흔히 어떤 사연이 있길래..어떤 곡절이 있길래 저런 사람들은 평범한 생을 끊고 수도자의 길을 갈려는걸까? 라는 의문을 갖고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중에 한명이었고.. 하지만, 정말 엄마말대로 더이상 속세에서 상처를 받지않기 위해..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런 인생을 선택한건 아닐까? 유난히 감나무가 많던 그 곳.. 빨갛게 익은 감홍시를 주인몰래 따 먹고서는 얼른 부~릉 소리를 내며 내달리던 엄마와 나. 참으로 오랜만의 기분좋은 여행이었다. 숨이 턱에 찰정도의 높이에 자리잡은 사리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밑에서 항상 우러러보던 산이..지금 내 눈높이와 수평으로 바라봐지고 있다는걸.. 참으로 마음이 설레고 뛰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풀잎을 보고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가 이런말을 하신다. 엄마는 네 나이때 작은 풀잎하나를 보고도 공책 몇장을 채울수 있을만큼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는데…너는 어때? 라고 물으시는 엄마. 글쎄, 나의 착각일질 모르겠지만… 몇장은 못 되더라도 한두장은 채울수 있을 감수성이 내게 있지않을까? 엄마딸이니까…엄마가 지금 느끼고 있는걸 나 역시 느끼고 있으니까… 엄마.언니.나. 이 세 여자중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우리 언니. 엄마의 지금 앞으로의 희망이자 행복은 언니가 좋은 사람만나서 시집가고, 나와함께 시골 풍경좋은 곳에 자리잡은 촌집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이나 쓰고, 엄마는 조그마한 텃밭에서 배추.감자.고구마등 온갖 것을 키우며 친구들 오면 한움큼씩 나눠주는것… 그저 지겹지 않을만큼의 소일거리와 함께 내 뒷바라지하면서 사는것이란다. 근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눈물이 핑~ 돈다. 행복안에서 자꾸 눈물이 나온다. 엄마와의 10년만의 여행이자 엄마의 10년만의 소녀같은 마음을 찾던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찍어놨던 촌집에서 폼폼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해가 저물면서 피어오르는 주홍빛 노을빛을 등지며 연신 짖어대는 아까 그 똥개와 할머니가 텃밭에서 이름모를 야채를 캐어오시는 풍경이 보였다. 엄마…정말 우리도 저런 집에서 사는거지? 그래…옛집 그대로 저런 풍경에서 살자…라던 엄마. 서로에게 뭘 바라지도…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많은 눈빛과 감정이 오가던 한때였다. 마냥 기뻐하시고 설레던 눈빛을 하시던 우리 엄마. 마음이 쨘~ 하다. 행복한데 마음이 아프다. 행복한 순간인데..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눈길위에 연기처럼 평안히 덮어오는 그 곳…제주도. ] 작년 가을문턱에 제주도로 발길을 옮긴적이 있었다. 단순한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서울의 20배나 된다는 제주도.. 바다를 사랑해서 바다를 못 잊어서 바다에 남아버린 땅. 제주도. 가을의 제주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것은 드문드문 보이는 오름근처에 질서없이 방황이던 억새들이다. 소복이 자리잡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은빛으로 출렁이는 억새를 보노라면 마음이 자꾸 호젓해졌다. 마음을 정리하고 편안해지기 위해 떠난 제주도에서 나는 처음 억새를 만난것이었다. 가장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땅..청량한 바닷빛에 매료되어 한없이 그 바다에 빠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하는 제주바다. 섬이라는 특이한 공간으로 어느 기운 시선으로 본다면 외로운 땅으로 보여질수도..바다에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고립의 공간으로 보여질수도 있는 제주도. 제주도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성이시돌목장이라는 곳이있다. 넓은 대지안의 아담한 성당과 넒은 호수(?)..휴식을 취할수있는 곳으로는 최상의 곳이다. 그중 가장 압권인것은 가을날 새벽에만 느낄수있는 흐릿한 안개를 감고 한없이 뻗어있는 성이시돌목장의 길이었다. 성지가 함께 자리잡고 있는곳이라서인지 참 호젓하고 조용한 곳이었던 곳. 나에게는 여행지..추억을 쌓을수있는 멋진 공간으로 보여지는 곳이던 제주도지만,그 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현지인에게는 제주도는 삶의 터전이었고 생활이었다. 하지만, 뭍에서 온 나같은 사람에게 있어 그 곳은 고립의 공간이기 보단 자유의 공간, 도피의 공간으로 남아있다. 보이지않을것 같은..끝이없을것 같은 먼 수평선을 보며 부감의 시각으로 나를 내려다 볼수있는 공간. 발을 감고 포근히 덮어주는 모래사장에 누워 무위의 공간으로 나에게 휴식을 안겨주는 곳. 제주도에서만 볼수있는 오름이라는 작은 기생화산지..즉 봉우리에서 쉽게 눈에 들어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바로 무덤군… 오름마다 보이는 무덤군에는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양주위로 작은 돌담을 쌓아놓은 풍경을 볼수있었다..마치 다른 세상과의 경계를 짓는듯 그렇게 구분된 작은 공간. 제주도에는 공간이라고 이름붙여줄 곳이 많았다. 내 마음에 드는 작은 풍경만 보아도 그곳은 곧 작은 공간이 되었다. 우린 흔히 제주도를 떠올리면 신혼여행지를 생각하게된다. 어딜가도 우린 사랑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신혼부부들을 만날수 있다. 언제나 사랑이 묻어있는곳. 낯선풍경들 속에서 그들은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잘 느껴지지 않던 시선속에 모든 슬픔을 가슴에 안고 제주를 찾는 발걸음도 볼수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제주도로 떠나고 싶다. 폼폼한 바닷냄새..사락사락 불어오는 바닷바람..길을 잃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은빛억새들..현세와의 인연의 굴레속에서 단절되어진 오름위의 무덤군.. 그리고 따뜻한 눈물머금고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도에 다시 서고싶다. 바다..파도 그리고 99년 11월 14일의 가을… 일요일…바다를 아니 파도를 보러갔다. 바다보다는 바위에 부딪혀 하얀 거품을 내뿜는 파도를 좋아하는 나. 정말 오랜만에 찾은 바다였다. 언제나 그곳에 그자리에 바다.파도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바다를 보고있노라면 그 바다가 꼭 자기를 부르는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자살을 하는걸까?… 일요일..정말 그런 충동을 느꼈다. 비관적인 생각에서가 아니라 정말 그 넓고 깊은 바다가 … 잔잔하게 밀려오던 파도가 나를 부르는것 같았다. 끝이없을것같은 바다를 보며…참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구나.. …참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참 재미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릿한 미역내음.바다내음안에서도 소금기 묻은 손을 털면서도 바다와 구름이 엷게 자리한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던 순간이었다. 갈매기가 나는걸 한참 본적이 있다. 움추리고 지상에 내려와있는 그 모습은 참으로 조막한 새일거라 생각했는데.. 서너번 날개짓을 하며 높이 비상하는 그 모습이란… 내가 두팔을 벌린 길이보다 더 긴 날개를 자랑하며 보란듯이 하늘을 자유롭게 비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 새였구나…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수 있구나… 그런 솜솜한 생각을 하며 바다를 뒤로 하고 알지못하는 시골길로 발을 옮겼다. 다 떨어진줄만 알았던 가을낙엽들이 촘촘히 나뭇가지에 붙어 선선한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떨어진 나뭇잎 몇장을 손에 쥐고 다이어리에 넣어두었다. 99년 11월 14일..20세기 마지막 낙엽.. 항상 하는 일이지만, 98년 가을에는 97년도 낙엽과 함께 친구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리고, 곧 몇일후 98년도 낙엽과 함께 친구에게 편지를 띄울것이다. 작은 일이지만, 편지를 쓰는 도중 작년의 낙엽을 보면 마음이 웬지 떨린다. 경주에서 눈으로 익힌 여러 사람들… 자전거도로위를 걷고있는 연인들..가족들..꼬마손을 붙잡고 걸음마를 가르키는 정다운 풍경들이 많이 보였다. 언제 다시 길을 떠나게 될지 모르겠다. 정말 다음 여행길은 지리산 “하늘아래 첫 동네”로 알려진 “심원마을”을 찾아볼까 한다. 귀를 맑게하는 계곡물 소리..마음을 감싸고 있는 산..깨끗한 유리같은 투명한 하늘..맑은 바람소리.. 한철 힘들게 여름을 난 “심원마을”을 늦가을 제자리를 찾은 조용한 이 맘때 찾아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이츠키상~ 오겡키데스카?”….”와따시와 겡키데스!” ] 아름다운 광활한 설산을 앞에 두고.. 히로코가 소리치는장면… “이츠키상 오겡키데스카?” ………….. “와따시와 겡키데스!” 그녀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길수 밖에 없었던 말이었다… “이츠키..잘 지내고 있나요?” …………..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처음..이 영화를 접했던게 작년 98년..9월.. 친구와 함께 우연히 손에 쥐게된 “러브레터”비디오테입. 4번을 돌려보고서야..감정이 자제되었던 그때.. 그리고, 99년.. 11월 13일.. 첫 상영날..첫 회를 놓칠까..그때 그 친구와 난 부랴부랴.. 새벽잠을 설치며 이른 아침 극장향했다. 겨우 나와.친구 그리고, 4명의 관객.. 가장 좋은 자리에 친구와 떨어져 영화를 보았다. 결코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저..혼자라는 생각으로 “러브레터”를 맞이하고 싶었다. 거짓말 이후 처음으로 어떤 내안의 감정에 몹시도 당황했던 때였다. 닫혀있던 아니 평생 닫혀있어 그런 마음이 있었던가 싶을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졌던 어떤 내안의 감정들…. 거짓말이 흔들어 놓은 내 마음을 다시 한번 하얀 눈으로 휘몰아쳤던 영화였다. 그리고. 99년 나의 마음을 다지고 상처를 덧나지않게 만들고 있는 광끼까지… 그 중간에 놓인 영화 /러/브/레/터/ 가슴떨리는 첫사랑같은 영화라고 해야하나…첫 눈같은 영화라고 해야하나… 세상에 눈밖에 없을것 같던 풍경속에 까만옷을 입고 단아한 그녀가 눈밭에 누워있었다. 긴 호흡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리곤, 이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긴호흡을 내쉬던 그녀가 눈을 떳던 그 순간… 나 자신도 그녀의 호흡 박동수와 함께 그렇게 영화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죽은 연인의 한가닥 추억이라도 간직하고 싶었던 히로코. .잊혀졌던 그저 예전의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같은 이름의 반친구였던 이츠키가 추억이 아닌 사랑으로 다가오는 또다른 이츠키의 추억. .첫눈에 반했다는 그의 말을 아직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던 히로코에게 커다 란 사실을 안겨주며 아무 대답도 할수없는 영원으로 떠나버린 그. 그저 별난 아이로만..그런 추억으로만 기억되던 그를 새삼 가슴아픈 첫사랑으 로 떠오르게 만들었던 그리고 그녀만을 영원히 사랑했던 그….이츠키. 그런 그들의 아름다운 감성들이 잘 그려진 영화 러브레터… 일본영화를 보고있음..참 분재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가꾸어진 주인 손에 정성스레 다듬어지고 항상 메만져지는 분재… 정갈하고도 깔끔한 분재같은 일본영화. 이와이군단이라는 말을 만들어낼만큼…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에 소중히 남기고 싶던 장면이 많았다. 자전거 페달의 등불.폴라로이드사진기.하얀 설경.일본 전통가옥의 풍경. 새삼 어릴적 학교도서관에 대한 자그마한 추억.풋사랑으로 절망하던 친구. 그리 입기 싫던 교복이 너무나 가슴설레게 느껴지던 순간의 장면. 하얀 커픈사이로 햇살.바람이 불던 장면.등등…. 너무나 마음에 예쁘게 담고싶던 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가족간의 예쁜 일상…. 약간은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끝내는 눈물을 짓게 만들었던 이츠키의 할아버지… 눈보라속에서의 38분…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흘렀다. 아무도 울지않던 그 장면에서… 만화 라이온킹을 보며 심바의 아버지가 죽던 장면에서 바보같이 흘렸던 눈물만큼이나 어이없이 나는 아무도 울지않던 그저 마음으로 조금 아파하던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버렸다. …나의 사랑은 남서풍에 실려가고….라던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 그..이츠키가 죽음앞에서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이다. 참으로 별나게 그는 노래를 부르며 영원으로 떠난것이다. 그는 마지막 생의 순간까지 이츠키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또다 른 이츠키…그녀를 생각했던건 아닐까?… 그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알고싶어했던 히로코에게는 정말 새로운 사실이었고 이제껏 그녀와 그의 사랑이 한낯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은..새하얀눈을 맞을때 와는 다른 녹아없어져버린 물과 같은 것이 되어버린것이다. 그리고, 이츠키 그녀에게는 우연히 찾아온 옛 추억이 가슴시린 첫사랑의 추억 으로 변해버린것이고…그에게는 영원히 지울수 없는 정말 그녀에게 마지막으 로 주고간 “잃어버린 시간속으로”의 영원한 사랑으로 기억되어져 버린것이다. 끝으로 그가 있던 그 설원에서 서럽게 외치던..히로코의 마지막대사.. 그리고, 힘없이 병원에서 감은 눈으로 그녀.히로코에게 다시 안부를 묻던 이츠키.. 서로의 영혼이 교감을 했던것일까? 히로코는 그 하얀 설원에서 그녀를 찾았던 것일까…. 그를 영원히 맘에서 떠나보내며 그녀를 생각한건 아닐까…. 영화전반에 내내 비치던 강렬하지도 은은하지도 않던 엷은 빛… 감독은 그 빛을 통해 희망이라는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영상은 세련되었으면서도 섬세한 빛을 띄고있다. 그리고, 가벼우면서도 기분좋은 리듬같은 영상.. 이츠키의 조금은 우울해보이고 아파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의 모든 인물들은 참으로 예쁘게 그려진다. 위험한 장면도 날카로운 장면도 없이..항상 어떤 카테고리안에서 안정적인 그 들을 보여주는 이와이순지.. 항상 편안한 그속에서 그는 애틋한 한없이 그리워지는 어떤 무언가를 표현한 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련히 가슴속에 뭍혀있던 내 기억속의 그 모든 것들이 내 가슴속의 영상으로 들어와버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to.발리솔님.정안남일님.류지영님.비비님.라이님께 잊혀지지 않는다는것…] 올만에 여기 거짓말방에 먼저 글을 올려봅니다. 외도가 길다 싶었는데..그게 정말 길이 되어버릴줄 몰랐거든요. 그래서.한동안 여기 거짓말방엔 휑하니 글만 올려놓고 다시 돌아가곤 했습니다 12월 중순에 송년모임을 가진다는 비비님의 글을 보고… 마음이 조금..아주 조금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이 가라앉았었죠. 어느새 여기 인터넷방의 분들도 서로를 알아가고 친분을 쌓고 계신것 같아 발을 붙일수가 없었거든요. 근데..정안남일님의 <명상록> 제1장을 보고 마음이 쨘~했습니다. 잊혀지지 않았구나..아직은 기억되어지는 이름으로 남아있구나..하는 생각… 짧지만 님의 글에서 저의 이름이 거론된걸 정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잊지않고 기억해 주셔서..감사! 감사! 또 감사! 예전만큼 많은분들이 글을 올려주진 않지만, 그때보다 더 담백한글들이 많이 “우리 이야기”에 담겨져 가는것 같아 참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많은분들이 함께 정모가 아닌 만남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는걸 보면서 저까지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류지영님의 모습도 그립고..예전 처음 낯선 서울과 낯선 그네들속에서 저를 따뜻하게 배려해주신 님께 아직도 따뜻한 마음 전하고 싶네요. 그때 더 계셔도 되던걸..저땜에 일찍 자리를 뜨신건 아닐까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머리에서 맴 돌게 만들었었어요..^^; 만약 제가 가면..그때 처럼 아는척 해주기!!! 반 협박 입니다…^^;; 그리고, 정말 갈까..말까..를 고민하고 있을때 낯선 메일 한통… 누굴까?…라는 생각으로 클릭… 비비님의 생각지도 못했던 초대장!! 에구..부끄럽게시리 광끼시청평에서 제 글을 보고 계셨던것이였다. 그리고,하하…정말 화끈 달아오를정도의 말…여기 시청평에도 많은 글.. 올려주세요..광끼에만 너무 많은 글 올리지 마시구.. 정말 고개를 숙이고 10분을 잠수하게 하는 말이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가게된 지원이의 배신…그래도 찔리는건 있는지 잊지않고 가끔 올려놓은 이상한 글들… 초대장..잘 받았어요..비비님..꼭 가도록 할께요..충성!! 발리솔님의 오랜만에 글이자 항상 꿈을꾸게 만드시는 발리여행기.. 그거 아세요? 발리솔님의 그 사실적이고도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바다냄새가 느껴질만큼 가깝게 느껴지는 님의 글을 보며 꿈을 꾼다는걸… 언제 정말 님의 그 발리예찬론에 힘입어 바리바리 짐을싸서 발리로 휑하니 떠나볼까하는 출가? 가출?의 꿈을 키워봅니다. 하하..청소년(?) 탈선의 주범이신 발리솔님!! 우리의 정신적 지주이신 라이님!! 이거 무슨 신흥종교단체같은 말이 되었네요.^^; 요즘 너무 뜸하셔서 더 그리운 분이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욕심내시며 행하셨던 일이 잘 안되셔서 더 힘드실것 같아 여기 저의 뱍캬슈(유사제품^^;)을 다시 한병 드릴까 합니다. 아님..여기 다른것도 많으니 골라잡수세요. 겡또렝이.코가크나.버너너우유등등..많이 있으니..입맛대로~~^_^ 빠른 시일내에 예전의 라이님으로 다시 컴백 하셨으면 합니다. 그외에도 많은 인터넷분들.. 다 성함을 부르자니.. 한분이라도 빠뜨리면 어떻하나..라는 걱정아닌 걱정에 휩싸여서…^^; 그래도 여기 시청평에서 님들의 수많은 생각.마음을 솜솜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전 1주년 모임을 가기전의 설레임..어떤 분들일까..어떤 마음일까..라는 그런 콩닥거리던 마음이 다시 도지고 있습니다. 만약 송년모임을 가게된다면 아마 20세기 마지막 최고의 멋진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키워드 검색>> 검색어 : 첨밀밀 ] 1985년 만남, 넌 내 유일한 사랑… 1987년 이별, 하지만 넌 내 목표가 아니야.. 1990년 재회, 내곁에 머문 또 하나의 사랑.. 1993년 이별, 넌 이렇게 또 나를 떠나지만.. 1995년 그날, 넌 내곁에 있게될꺼야.. 예전에 나의 감성을 깊게 자극하였던 영화가 있었다. 아마 모두가 얼굴이 버석버석해지거나 각질이 생길때 긴급구조처럼 얼굴에 엣센스..팩..맛사지..등등 갖가지 영양공급을 하는것처럼 나에게도 마음이 버석버석 갈라질때면 //긴급구조 119// 같은 그런 영화가 있다. 바로../첨/밀/밀/ 아마 지금쯤 아~~라는 감탄사를 터뜨린 분들도 계실것이다. 학교에 별로 발을 부치지 못했던 나는 항상 이른시간 나와 마음이 맞는 땡땡이친구와 함께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거의 매일같이 시내로 가는 버스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항상 매회 1회의 영화를 보던 낭만이라고 불리우고 싶던 그 시절… “첨밀밀”을 가슴에 입력시키고 있었다. 정말 그때는 평일이라서인지..홍콩영화에 대한 선입견때문인지 친구와 나.. 그리고 어떤 아저씨 한분.. 열심히 극장바닥을청소하시던 아주머니 한분.. 이렇게 극히 신분이 애매하던 4사람만이 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흑백의 스크린화면속의 바삐움직이는 홍콩의 지하철속으로 어리숙한 “여소군”의 모습이 보였다. 꾸벅꾸벅 졸고있던 그 순박한 모습의 /여/소/군/ 그리고.또 한명….그의 머리를 베개삼아 같이 졸고있던 /이/요/ 영화 첨밀밀에는 흑백화면이 두번 나온다. 시작과 끝.. 그들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각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생닭을 운반하며 새로운 길에 놀라고 바삐움직이는 홍콩인들을 동경하며 하루하루의 삶이 행복하였던 여소군은 제일 먼저 홍콩에서 한 일이 바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먹는것이었다. 그리고……. 맥도널드 가게에서 처음 여소군은 그곳에서 일하던 이요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시작이 된다. 낯선 홍콩땅에서 그들은 길잃은 유성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곧 사랑에 빠진다. 여명의(여소군) 바보스런 순수..자기가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속아주는 그런 순수한 사랑.. 그런 그를 한없이 바라보는 장만옥(이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의 모습은 우리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보석상에서 그의 약혼녀의 팔찌와 똑같은걸 그녀에게 내미는 그를 빤히 쳐다볼때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이밖에도 여기 첨밀밀에서는 그들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많은 또다른 색깔의 사랑을 만날수 있다. “영어강사와 창녀의 사랑” “암흑가 보스의 진실된 사랑” “한평생을 헐리우드 스타 윌리엄 홀든을 잊지못하던 그의 고모의 사랑” 특히, 첨밀밀의 제작자이자 영화배우였던 “증지위”의 /구양/표/라는 “흑사회의 암흑가 보스”의 역은 정말 가장 사랑스럽고 가슴아프게 다가왔던 인물이었다. 보스는 안마소에서 그녀를 만난다. 가장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사랑.슬픔.고뇌까지도 이해한다. 예전의 암흑가의 누구들처럼 떡벌어진 어깨에 쌍권총을 차지도 성냥개비를 입에 물지도 않은 작고 땅딸맞은 그… 어느날..그의 무시무시한 등뒤의 문신사이로 미키마우스의 문신이 새겨져있다.그녀의 미키마우스 티셔츠와 차안에 달려있던 미키마우스… 중국인들에게는 하나의 성공적 부의 상징이었던 미키마우스..바로 미국을 동경하던 홍콩드림을 꿈꾸는 중국인들을 대변하던 작은 키워드였다. 그녀를 즐겁게 하기위해 미키마우스를 새겨오던 암흑가 보스답지않던 그의 순박한 모습…그녀에게 “내가 무섭지 않아?”라는 말을 해보지만,그녀에게는 그의 존재는 그냥 하나의 돈벌이에 대한 수단이었다. 하지만,그는 그녀에게 진실된 사랑을 가져다 준다. 여소군이 구녀의 마음을 열게만들었다면 표오빠는 그녀에게 사랑의 깊이를.. 보스의 위엄과 사랑하는 여인을 배려하는 남자의 따뜻함이랄까?… 여소군의 결혼식을 다녀온후 밤새 뒤척이는 그녀에게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 사람을 생각하지 말라”라는 그였지만, 어이없게도 뉴욕의 한 모퉁이거리에서 담배를 빌리던 흑인아이들에 의해 죽음을 맞게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맘 아파했던 장면이었던.. 그의 주검앞에 놓인 장만옥(이요)가 시체보관실에서 그의 모습을 보며 냉정하게 뒤로 눕혀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의 등뒤에 새겨진 그녀만의 미키마우스를 보고 아련한 옛 추억에 웃음짓다 이내 눈물을 터뜨리던 그녀의 모습에 한없이 젖어들었다. 1995년…이요와 여소군은 뜻하지않은 등려군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뉴욕거리에서 듣게된다. 그리고, 영원히 만나지 못할것 같던 그들이 단촐한 거리 쇼윈도에 진열되어진 tv에서 보여지는 등려군의 기사를 보며 다시 만난다. 그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녀의 노래에 의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여소군과 이요의 뜻하지 않은 만남은 어쩌면 약속되어진 만남이었을지도…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후에도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친구와 그렇게 나는 그 영화를 무려..1회부터 4회까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보고 나왔다… 그 뒷날…교수님께 사정사정해가며 출석체크를 받아내는 희생이 있었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인디언의 열두달… ] 1월 :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2월 : 홀로 걷는 달 3월 :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4월 :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5월 : 들꽃이 시드는 달 6월 : 말없이 거리를 바라보는 달 7월 : 천막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 8월 : 다른 모든 것을 잊게하는 달 9월 : 작은 밤나무가 익어가는 달 10월 : 큰 바람의 달 11월 :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 12월 : 무소유의 달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The Wild, Wild East//엄마와의 아주 특별한 여행 1 ] 앞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드라마 광끼”의 마지막 촬영장소였던 동해의 추암해수욕장으로 떠나면서 일어났던 비화(?)입니다. :::두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2월 12일.오전 <두 낚시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원제:Gone Fishin’)-영화제목^^> 새벽이였다. 갑자기 마음이 너무도 아프고…무겁고…힘겨웠다. 그런 날이 있다….마음의 송곳이 온 몸을 후벼팔때가…. 잠을 설치던중…결국엔 몇일부터 나를 지켜보던 엄마가 여행을 떠나자 하셨다. 바다로의 여행…. 그리고, 나는 그 설레임에 결국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 먼 여정을 앞두고 잠에 취했던 때부터였을까?… 그래였을까?… 아침 8시쯤에 출발하려했던 엄마와의 여행은 나의 늦잠으로 겨우 10시가 되어서야 떠날수 있었다. 근데…일이 꼬이기 시작하니 끝이없었다. 가방을 챙기르다 /부탄까스/를 빼먹었다는 걸 알고는 서둘러 슈퍼에 갔다가 오는길에 나는 아파트 현관앞에 주차되어있던 차 한대의 뒷유리창이 완전히 박살이 나있는걸 보게되었다. 마음속으로..이런..어쩌다…쯧쯧쯧.. 단숨에 계단을 올라 엄마한테… -“엄마!!~여기앞에 주차된 차한대 뒷유리창이 완전히 박살이 났어~~~” -“뭐? 아이구…너무 나쁜놈이 간밤에 깼나보다. 어떻하냐..그 차주인 엄청 열받았겠다…” 우린 그냥 길건너 불구경하듯이 그냥 쯧쯧거리기만을 몇분하다 이내 그 일은 잊어먹고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 많은(?) 짐을 꾸리시면서 계속 나의 늦잠에대해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행경비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그리고 돌려말하기 좋아하는 우리엄마의 말에 의하면 “여행은 여행다워야한다!!”라는 철칙에 의해서 어쩔수없이 떡국재료와 라면 2봉지를 가방에 넣어야했다. 대충 짐을 꾸리고는 나는 서둘러 소형녹음기와 카세트..그리고 어느님이 선물로 주신 광끼추억의 테입^^…마지막으로 광끼 36회 마지막 대본을 챙겼다. 엄마는 그게 뭐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빨리 가자며~~재촉을 했다. 엄마는 차를 이쪽으로 빼올테니 현관으로 짐을 다 옮기라했고 나는 알았다고.. 얼릉 바다보러 가자며 소리를 질렀다. 근데…정작 소리를 지른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다. 차로 반쯤 걸어가던 엄마가 갑자기 ‘칼 루이스’보다 더 빨리 차로 달려가며 소리를 지르는것이였다. 윽 완전히 박살을 내놓은 것이였다. 우리엄마…완전히 흥분의 도가니..가마니가 되었고…나는 서둘러 옆의 다른차들을 돌아보니 그 차들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고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차손실이 50,000원을 넘어야하는데…라면서 그리고 무슨 가입비를 더 내야한다나? 하여간, 우리 엄마의 심기를 더 긁어놓는 분위기로 그 바보같은 직원이 말을 늘여놓았다. 혹시나…이런 상황에 그냥~~~여행을 중단하는건 아닌가 조마조마해서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함께 막~~욕(?)을 해대며…아부를 떨었다. —>이 욕을 실컷먹은 대상자는 바로 애꿋은 보험회사직원이었다.죄송^^ 그런데..우리 터프한 엄마~~~에잇 열받아서라도 열식히기위해 더 빨리 떠나야겠다는거 우리는 완전히 /황야의 무법자/처럼 도로로 나왔고 양쪽 빽밀러가 없는상황에서 그냥 무대포 정신으로 내달렸다.(—>카 센타로~~^^;;) 그 와중에…가만있어도 열받는판에 양쪽 차들이 완전 무슨 미친차로 취급하며 크락숑을 빵빵!! 울려대었고 빽밀러도 없던 참에 엄마는 에잇!!~~~하며 다른차들 겁을 주며 무작정 내달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돈이 수억(?)깨진 엄마는 그냥 좋게 여행길에 /액땜/했다고 치자면 나를 더 위로했다. 벌써 이리저리해서 11시30분~~~갈길은 먼데..아직 대구 한복판이니 어느시간에 그 바다로 갈것인가~~~조금은 막막하기도 했다. :::곽여사 와 백양::: 2월 12일.오후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델마와루이스(원제:Thelma & Louise) ] 고속도로로 갔으면 좋았겠지만,짠순이 우리엄마! 통행료비만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에~강압에 못이겨 국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똥차가 다 되어버린 엄마의 애마(?)~~ 나의 언니가 작년 정월대보름날 부럼을 깨는대신 더 큰 앞 밤바를 깨어버렸는데도 눈치를 못 채시는 엄마… 역시 똥차의 장점이다^^(깨져도 표가 안난다는것^^) 하늘의 축복인지 날씨 또한 기차게 좋았던 그날~~ 갑자기 엄마가 공포의 부채를 찾기 시작했다.^^:; 이정현의 눈이 그려진 그런 희안한 부채도 아닌것이…일명 먼지털이 부채라 명하는 엄마의 소중한 부채이다. 평상시에는 햇볕은 가려주는 “창가리개”로 사용되지만 가끔은 일명 “먼지털이개”로 사용이 되는 부채이다. 엄마는 으 부채를 온 사방팔방 차안에서 밖으로 부채질 하시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뭘하냐…^^ 코를 막고 온 몸을 오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