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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그들은 사랑의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신화가 되어 돌아온 드라마넷 미니시리즈 <거짓말>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와 안 보는 시청자. 그 ‘안보는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일 때, <모래시계>같은 대박 드라마가 태어나 정동진 열풍 같은 사회현상을 낳는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안 보는 시청자’들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았으면서도 대박은커녕 20% 미만의 시청률 속에 20~30대 고학력 직장인 시청자들만 상대하며 한국 ‘컬트’ 만신전에 첫 봉헌된 드라마가 생긴 것이다. KBS2 채널에서 지난해 6월 방송을 끝내고 올 7월 13일부터 드라마넷(ch36)에서 방송하는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 월~금 오후 5시).
 
시청률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방송사 간부들은 이 드라마에 쏟아지는 열광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기장을 펴보는 것 같다’, ‘영화지 드라마가 아니다’, ‘대사가 빼어나다, 제2의 김수현이 나타났다’,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생생하다’. 작가나 프로듀서가 따로 은밀히 홍보 활동이나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자생적 마니아들이 드라마 동호회를 조직하고 통신 게시판을 점거하며 앙코르 방송을 연호했다. 가짓수가 많지 않은 한국 드라마 메뉴판에, <거짓말>은 새로운 조리법으로 별 것 아닌 재료를 독특한 풍미로 가공해 낸 신 개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거짓말>은, 대체 어떤 거짓말 같은 진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만만하지 않은 드라마
  
성우(배종옥)는 성공한 인테리어 토털 매니저. 겉보기엔 강하고 카리스마도 있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내면엔 사랑에 대한 깊은 회의로 인한 생채기를 안고 있다. 그가 부하직원이자 결혼 3년째인 준희(이성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거짓말 같은 진실은 시작된다. 처음엔 지나가겠지 여겼던 이 사랑은 지나가지 않고 그 불길에 휩싸인 세 사람을 존재의 용광로 속으로 밀어 넣는다. 손이 불편한 탓에 판화 작가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꾼 준희는 한 살 어린 은수(유호정)와 소꿉장난처럼 아기자기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성우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다. 둘 사이에서 아픔을 안으로 삭는 은수는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는 공예가. 남편 준희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다. 그 곁에 은수의 옛 애인 동진(김상중)이 있다. 성불구라 아프게 은수를 떠난 그는 은수가 결혼한 뒤에도 친구처럼 지낸다. 거리에서 만난 세미(추상미), 장어(김태우)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보살피다 그는 새로운 인간의 정을 맛본다.
  
<거짓말>(부제 : 거짓말 같은 사랑)의 줄거리는 겉보기에는 뻔한 멜로드라마다. 행복하게 잘 살던 부부 사이에 한 여자가 끼어들어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남자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좋게 말해 로맨스고 나쁘게 말해 불륜이다. 그래서 <거짓말>의 연기자들도 처음에는 쉬운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삼각관계, 불륜. 어쨌든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으니까. 하지만 대본을 받을수록 느낌은 바뀌어갔다. 미장센과 감각을 강조하는 트렌디 드라마도 아니었고, 권선징악이 분명한 콩쥐팥쥐 복사판도 아니었다. 불륜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악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닌가.
 
첫 대본을 받고 ‘그런가 보다’ 덤덤했던 배우들은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것도 있네’에서 ‘아, 이런 것까지?’. 눈을 점점 크게 떴다. 내용은 철학적이었고, 대사는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웠으며, 배종옥과 유호정뿐만 아니라 이성재까지 눈물을 맺는 연기가 많았다. 준희 역을 맡은 이성재는 대본이 ‘철학 개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처음엔 힘들다고 투덜거렸지만, 곧 ‘어떻게 연기해요’가 아니라 ‘무슨 맘으로 이렇게 걸어요?’ 라며 극중 인물에 몰입했다. 특히 성우 역을 맡은 배종옥은 대사가 안 된다고 울며 고민하곤 했는데, 그러다가 노희경 작가와 서로 맘을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다. 처음에 표민수 PD는 대본을 다 쓴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하려 했다. 이 꿈은 실현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첫 촬영 나갈 때 PD와 배우들은 8회분의 대본을 손에 쥘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놉시스와 결말은 촬영 전부터 이미 나와있었다. 때문에 연기자들은 극중 인물의 맘이 되어 연기에 몰두하기 쉬웠던 것이다.
  
통속극에서 벗어나기
  
집중 탐구의 첫 번째 대상은 노희경 작가. 95년 MBC 베스트극장 공모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당선되었고, <내가 사는 이유>를 쓴 뒤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 이르러선 마니아 팬들을 거느린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거짓말> 대본을 쓰면서 초고를 완성한 뒤 두세 번 더 고치고, 다시 PD와 이야기하면서 수정하고, 그다음에야 연습에 맞춰보는 수순을 어기지 않았는데, 연습 도중 뭔가 색깔이 틀리다는 감이 오면 그 자리에서 대본을 다시 쓰곤 했다. 보통 두세 번 수정에서 끝내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꼼꼼하게 작업했던 것.
 
직설적이면서도 사람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해 낸 대사는 이 드라마를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나 연극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작가의 서른세 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삶의 성찰이 묻어나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결혼 안 한 처녀가 어떻게 썼나 싶게 젊은 부부의 일상을 짚어낸 아기자기한 면도 보인다. 특히 “(은수) 잘한 거야. 너무너무 잘한 거야. 은수야, 울지마. 울지마.”식으로, 은수나 성우 모두 자기 이름을 스스로 부르며 감정을 객관화해 자제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되기보단 한 발짝 떨어져 모든 것을 판단하도록 하는 장치를 감춰둔 것이다.
 
준희가 성우에게 가겠다고 한 뒤, 마음을 가다듬은 은수는 성우를 만난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둘이 머리채 잡고 싸우거나 뺨 한 대 때리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은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부탁이 있어요… 두 사람 아이 낳으면 나 한번 보여줄래요? 준희 아이가 어떤지, 꼭 보고 싶어요.”라고 조용하게 말하는 게 고작이다. 한발짝 떨어져 관찰만 하고 있던 시청자도 이런 장면에선 눈물이 안 나올 수 없다. <거짓말>의 감정 이입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 대상은 표민수 PD. ‘마치 영화 같다’고 여러 시청자가 극찬한 것처럼, 보통 드라마에선 잘 쓰지 않는 기법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감정의 객관화’란 대전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지만 아프게 바라보는 성우와 준희, 그리고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미묘하게 마주 앉은 은수와 성우처럼 이 드라마에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장면이 유독 많다. 그러나 얼굴에서 카메라를 이동해 시청자가 등장인물의 감정에 빠져들게 하기보다는 카메라를 좀 더 뒤로 빼 인물의 등 뒤에서 많이 찍었던 것이다.
 
“벽에 숨어서 또는 창밖에서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객관적, 초자아적인 시점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표민수 PD 에 따르면 제3자가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을까’하며 들여다 보는 그런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시청자의 감정을 압도하기보단 모든 것을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하나, 보통 드라마보다 화면을 밝게 가려고 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저마다 아픔으로 힘들기 때문에 이를 희석하려는 이유에서였다. 주제는 결국 사랑이니만큼 사랑이 밝고 위대하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도 밝은 화면이 필요했다.
  
컬트 드라마?
  
어딘가 다른 드라마를 만든 탓에 팬들의 호응과 언론의 좋은 평은 얻었지만 시청률 문제는 작가나 PD에게 역시 부담스러웠다. “첫 방송의 시청률이 13%였어요. 그전에 방송했던 <맨발의 청춘>에 비해 시청률이 많이 떨어져 촬영 나가기 싫을 정도였죠. 그래도 억지로 나갔는데 촬영 감독과 조명 감독이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잘 해보자’ 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갑자기 든든해지면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표민수 PD 에게 힘을 준 건 PC통신에 올라오는 시청 소감들. ‘잼있었어요’, ‘ㅇㅇ누나 너무 예뻐요’의 수준이 아니라 극중 인물, 연기, 촬영 기법, 대사 그리고 음악까지 분석해 A4 한두 장 분량으로 길게 올라오곤 하는 시청자의 반응은 끝까지 드라마를 밀고 나가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거짓말>은 ‘컬트 드라마’란 칭호를 들었다. 시청률은 높진 않았지만, 오히려 드라마가 유치하다며, 가볍다며 등을 돌렸던 20~30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회원들은 일상의 심리적 흐름을 미묘하게 보여준 <거짓말>이 먹고살기 바빴던 자신들에게 잊고 살았던 감성을 깨우쳐 주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들은 이 ‘고마운’ 드라마를 위해 소모임을 만들고,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비디오 상영회를 하면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났다며 기뻐하는 팬들을 동호회 게시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인기 시리즈 <맥가이버>팬들은 시리즈가 끝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임을 갖고, 리처드 앤더슨의 근황을 수집하며, 스스로 맥가이버 가상 소설을 쓰기까지 한다. 종방하기만 하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맥없이 사라지곤 하던 우리나라에서, <거짓말>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정신적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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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일궈낸 사람들
  
<거짓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선배’란 말을 들어도 뜨끔하고, 선인장을 보면 가슴이 뛰는 사람들이 있다. 준희가 성우를 ‘선배’라고 불렀고, 성우에게 선인장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그렇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같은 이 드라마 명대사는 이들에겐 불교의 화두와도 같다. 회원들은 드라마 녹화 테이프를 몇 번씩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음악과 대사를 녹음한 사운드트랙을 듣는다. ‘재방송을 해주지 않으면 폭파하겠다 방송사에 애교 있는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작년 6월 KBS에서 이 끝나갈 무렵, PC 통신 천리안의 팬들 사이엔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PC통신을 통해 이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교류해 오다가, 결국은 제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얼굴을 보자고 첫 모임을 가진 것이 98년 7월. 안 그래도 PC통신의 시청자 의견을 보며 힘을 얻던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도 기꺼이 첫 모임에 참여했다. 이날 이후 달마다 셋째 주 토요일에 대학로 카페 ‘지오’에서 비디오 상영 모임을 열고 있다. 대략 50명 정도가 나오는데, 언제나 자리가 모자라 애를 먹는다. 이날을 위해 대전, 부산, 등지에서 상경하는 회원도 있을 정도. 비디오 상영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눈물 닦고 코훌쩍이는 건 예사다. 보고 나선 감상을 말하고 “~저는요”로 시작해 간직해 왔던 사랑의 아픈 기억을 저마다 한 자락씩 꺼내 놓는다.
 
‘<거짓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회원 등록하고 꼬박꼬박 회비 내는 강제적인 조직이 아니다. 올 때도 자유, 갈 때도 자유다. 회원에 가입한 사람들만 5백여 명 되는데, 10대, 20대 위주의 다른 동호회와는 다르게 20대 후반에서 30대가 주축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이 70% 가까이 된다.
 
이 모임의 창립회원이면서 <거짓말> 인터넷 홈페이지( http://user.chollian.net/~hilmw )를 운영하고 있는 이호인(42)씨는 ‘<거짓말> 모임을 꾸려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내 인생에 없었다’고 말한다. 우연히 <거짓말>을 보기 전까진 그도 <용의 눈물> <모래시계> 말고는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사운드트랙이 발매되지 않은 이 드라마를 위해 2개짜리(나중에 요약본 1장짜리) CD를 스스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돌렸다. 타이틀 음악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명대사도 들어있다. 개당 제작비 2천 원 발송비 1천5백 원 드는 이 CD를 회원들에게 무료로 400여장을 돌렸다.
 
앞으로 회원들은 그동안 모임에서 모은 사랑 이야기를 정리해 다큐멘터리나 책으로 만들 생각이다. 대본에 스틸 사진을 곁들인 영상 대본도 곧 나온다. <거짓말> 20회분을 120분짜리 테이프에 축약한 명장면 비디오 테이프도 계획 중. 더불어 표민수 PD 와 노희경 작가의 후속 작품들도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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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표민수 PD
  
“느낌의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준희 웃는 목소리)외출했습니다. (은수 웃는 목소리) 우린 정말 정말 외출했습니다. 메모 안 하면 전화 안 걸어줘요! (강아지 소리) 컹컹!” <거짓말>의 준희네 집 자동응답기는 이렇게 녹음돼 있다. 듣기만 해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이 대목은, 표민수 PD(36)의 집 자동 응답기 내용을 본뜬 것이다. 거짓말 소모임으로부터 ‘작가가 생각했던 것의 120%를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는 표 PD는 드라마에서 풍기는 세심함과는 달리, 요요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모습이 평범한 젊은이 그대로이다.
 
사실 그는 연극에 뜻이 있었다. 졸업 후 대학 후배와 극단을 만들어 어린이 뮤지컬을 상연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폭삭 망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빚을 갚던 중 91년 KBS 공채로 드라마 PD가 됐다. 집안에선 교양프로 PD를 하라며 압력을 넣었지만, 서류에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드라마 PD라고 메웠을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컸다. 96년 단막극 <깊은 바다>로 입봉했고 <스타>,<거짓말>을 연출, 현재 <사람의 집>을 맡고 있다. <거짓말>의 준희처럼 결혼한 지 3년째 되는 행복한 신랑인 그는, <거짓말> 얘기를 꺼내자마자 마치 갓 결혼한 아내 얘기를 하는 남편처럼 눈빛이 빛났다.
  
– 노희경 작가와의 만남 : 96년에 처음 만났다.<엄마의 치자꽃>에서 같이 일한 나문희 씨가 ‘좋은 작가가 있으니 젊은 사람들끼리 만나보라’고 주선했다. 처음 만나서부터 느낌이 좋았는데,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일치했다. 커피숍에서 세상사는 얘기를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7시간이 지나 있었을 정도. 이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등 노희경 씨 작품은 빼놓지 않고 봤다.
  
– <거짓말>에 대해 : 제목이 <거짓말>이지만, 정직하게 찍으려고 했다. 연출에서 어떤 트릭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말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진실이 있다면, 그것을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드라마를 보고 ‘사랑이 있다’라고 믿을 수 있다면, 그러면 좋겠다.
  
– <거짓말>의 결말 : 결말을 미리 내고 시작했다. 세상 사는 것은 모두 +.- 다. 내가 +를 얻었다면 누군가에겐 -가 갔을 수도 있다. 준희, 은수, 성우 세 사람의 관계를 보면 사랑이 없다고 생각한 성우가 사랑이 있다는 걸 느꼈고 준희는 성우를 통해 자신이 은수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두 사람 모두 +를 얻었다. 여기서 은수만 사랑을 잃고 -라면 불공평하다. 세상은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마지막에 준희가 은수에게 돌아가게 했다. 결국 등장인물들이 모두 +를 얻은 셈인데, 사랑이 축적되면 +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랑은 해볼 만한 것이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 : 보면 볼수록 깊이 있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성경 구절도 자꾸만 읽다보면 느낌, 깨달음이 오는 것처럼. 철학적인 내용이라도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얘기하듯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슴 속에서 웅얼거리면서도 말로 내뱉지는 못하는 이야기를 표현해 내고 싶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스님과 신부의 얼굴을 보면 기뻐 보이지 않나.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좋아지는 것 같다. 드라마를 만들면서 그런 좋은 느낌을 많이 전파하고 싶다. 사람들이 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잠든 아내 얼굴 한번 쓰다듬고, 멀리 계신 부모님께 전화하고 싶어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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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뽑은 명대사 베스트 10
 
1. 잠자리에서 영희가 성우와 대화하고 있다.

영희: (장난끼) 사랑은 교통사고같은거야. 길가다 교통사고처럼 아무랑이나 부딪칠 수 있는게 사랑이야. 사고나는데 유부남이, 할아버지가, 홀아비가 무슨 상관이 돼. 나면 나는거지.

  
2. 은수에게 준희와의 사이를 끝내겠다고 이야기한 성우. 선배인 하숙에게 아픔을 털어놓는다

성우: (울며)언니, 내가 잘했다고 말해 줘. 잘 했다고 말해 줘. (울며) 사랑이 또 온다고 해줘. 또 온다고… 내가 그 아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아이는 알까? 모르면 어떡하지? 보내는 내 마음, 모르면 어떡해. 그것도 모르면… (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으며, 차문에 고개 기대서 기진해 ‘어떡해’ 하며 운다)

 
3. 자기가 떠나도 은수는 강해서 아픔을 견딜 수 있을거라고 준희가 얘기하자 성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성우: 니 부인은 니 생각처럼 강하지 않아.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약자야.

 
4. 준희와 헤어질 것을 결정한 은수. 준희가 신혼초를 회상하자 가슴이 아파 아야기 한다.
 
은수: (준희 그렁해 보며. 입가엔 엷은 미소 띤) 준희야. 넌 다 기억한다. 내가 잊은 것도. (눈가 그렁해 애써 웃으며 준희보며) 야. 이 바보야… 넌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날 어떻게 날 잊을래. (하고 강가로 눈길 돌리는데 눈물흐르는)
 
 
5. 사랑이 있냐고 회의하는 성우에게 준희가 하는 말
 
준희: (말하기 쑥쓰럽고 어렵다) 나한테 사랑은 그 사람땜에 잠 못자고, 가슴설레고, 참 많이 아픈거라고 했던 거… (성우보며) 사랑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경험도 별로 없고… 그래도 내 생각에는요, 내 (생각하는) 생각에는…(단호한) 사랑은 있어요.

  
6. 준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울부짓으며 절규하는 성우. 그것을 마음 아프게 들어주는 선배 하숙
 
성우: (가슴아프게 울면서, 하숙 못보고) 못 보내, 못 보내! 언니가 아무리, 세상사람이 모두 다 뭐라해도, 난 준희 못보내. 그러니까, 이번엔 내 욕심대로 할꺼야, 내 욕심 껏 할꺼야.
하숙: 준희, 착한 애야. 걘 널 못보내. 은수는 준희를 보내는게 아니라 자길 포기하는거야. 너만이 준희를 보낼 수 있어. 욕심버려.
성우: (울면서 소리치는) 아니야! 난 이기적이 될꺼야. 나만 알꺼야. 안보내. 욕먹어도 좋아. 난 이기적이 될꺼야.

 
7. 성우가 준희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선배 하숙에게 토로하는 장면.
 
성우: (눈물나는) 걜 볼 때마다, 난 매일 걔가 내 몸에 난 가시를 뽑아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거 같았어. (왈칵 눈물나는, 하숫언니 보고) 언니, 난 걔를 닮고 싶었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으며) 그런데 그런데 걔가… 날 닮아가더라. 아파보였어… 그렇게 만들기 싫었는데… 안고 싶었어. 하지만 안아줄 수가 없었어. 못 보낼거 같아서… 못 보낼 거 같았어…

  
8. 성우가 준희에게 자신의 마음 속 사랑을 이야기 한다.
 
성우: (울며, 웃으며) 준희야, 나 어떡하니? (입술 떨리는) 이 욕심을 어떡하니? (숨 크게 들이키고, 토해내듯) 너랑…살고 싶어!

 
9. 이혼서류를 준비해 온 은수. 눈물 가득한 채로 준희에게 서류를 주는 장면.
 
은수: (가방안에서 서류가 든 봉투 하나를 꺼내 준희쪽 탁자에 밀어놓는다) 니 도장만 찍으면 돼. 나는 벌써 찍었어. (눈가 붉어지며. 짐짓 밝게) 작년에 니가 내 생일선물로 조각해 준 도장있지. 그게 이렇게 쓰일 줄 몰랐네. (사이) 교회에서 목사님 앞에두고 성경책에 손 얹고, 살아있는 동안 너는 나만 사랑한다고 나는 너만 사랑한다고 맹세할 때, 난 신이 가장 무서운 존잴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 마음이야. 신 앞에서 한 맹세도 마음 한번 바꿔 먹으니까 아무 것도 아니잖아.

  
10. 영희가 베란다에서 성우를 내려다 보며 생각한다.
 
영희: (나레이션) 성우야 사랑은 또 와. 사랑은 계절같은거야. 지나가면 다신 안 올 것처럼 보여도 겨울가면 봄이 오고, 이 계절이 지나면, 넌 좀 더 상숙해 지겠지. (가만있다 눈가 그렁해 지며) 그래도, 가여운, 내 딸.